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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Mar 12. 2024

손절이 답은 아닐거야

관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 즉 ; 예의가 없거나, 자기 주장만 펼치거나, 부정적이거나 그래서 옆 사람에게까지 부정적인 기운을 전달하는 사람과는 손절하라고 한다. 그런 말을 보면 나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곤 했다. 그런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차피 다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대체 정말이지 손절 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과연 그런 글을 읽을 것인지, 읽는다면 변할 것인지, 아니면 평생 손절 당하며 외톨이로 살아갈 운명인지 따위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서 누군가를 변화 시킬 캠페인같은 걸 열자는 건 아니다. 그냥 그런 어두운 사람들, 부정적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텐데… 하는 정도일 뿐이다.




20대까지만 해도 내 별명 중 하나가 스마일이었을 정도로 헤벌쭉 웃고 다녔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웃음을 조금씩 잃어갔는데, 잃은 게 아니라 감춘거라고 해두자. 얼토당토않는 부탁을 받기에 앞서 거절의 빌미조차 만들지 않으려면 무표정이 쉬웠기 때문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게 왜 부당한지 조목조목 말로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방어법으로는 웃어주지 않는 정도가 최선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이런 점은 이러이러해서 사람을 불편하게 하니까 고쳐주세요.’라는 말을 할 줄 알아야 그런 사람들이 단점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웃지 않는 정도로 슬슬 사람을 떠난다면 그 사람들의 세상은 너무 회색빛일 것 같다. 그런면에서 나는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결론은, 사랑하자. 비약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전혀 상관 없는 말이 아니다. 사랑해주자. 관심을 주자. 칭찬해주자. 그래도 안된다면 그때 조용히 떠나는 수밖에. 그렇게 덩그러니 남겨진 자들 중 하나가 되지 말자고도 되내이면서.



귀를 열고,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떤 사람이 제멋대로 나를 침범하고 휘젓는 것을 묵묵히 견디게 하는 건 사랑이지만, 또 그 이유로 떠나기도 하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정이현의 #상냥한폭력의시대 중에서,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미소를 잃지 말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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