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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Oct 27. 2023

아이슬란드여행의 끝

여행의 마지막 날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끄적인 생각들





1.

여행이 끝났다. 이제 막 시작이라고 여겼을 때쯤. 그러니까 이제 막 아이슬란드 국가 지리를 파악하고, 오래 머문 도시의 골목길을 구글맵 없이 누빌 수 있을 때쯤.


새벽에 탈 공항버스를 예약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공항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6시 30분이 되어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6시 25분쯤 엄마와 딸이(아마도 그럴 것이다) 버스 앞에서 포옹을 했다. 엄마는 버스를 향해 서있었는데, 점점 얼굴이 일그러져가는 게 보였다. 울먹거리는 것 같았다.


마침내,

“운다…!” 하고 나지막이 내뱉은 혼잣말에


“어떻게 알아? 보여?” 제이가 물었다.


”봐. 엄마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잖아. “


딸을 보내고 터미널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는 그녀의 어깨가 들썩거리는 게 보였다. 울고 있지 않다면, 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을 거다. 어쩐 일인지 조금 슬펐고, 조금 울어버렸다. 창밖을 오래 바라보면서.








2.

짐을 꼼꼼히 싼다고 쌌지만, 캐리어 할당 무게를 초과했다. 짐을 다시 분배하고도 오버차지 가격을 내야 하는 상황.


“아니, 짐을 많이 줄였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왜긴, 그만큼 더 샀지.”


우린 하필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술 그리고 책을 많이 사버렸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3.

아침에 서둘러야 해서 식사는 간단하게 공항에서 하려고 했는데, 탑승까지 시간이 빠듯했다. 택스프리를 받으려고 긴 줄을 서 있다가 오버차지 소동까지 겪었기 때문이다.


경유지인 헬싱키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밖에 안되지만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다 보니 살짝 배가 고팠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독일 여성분이 과자를 꺼냈다. 비스킷이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빠다코코넛 같이 생겼다. 하나 먹고 싶었다.(웃음) 이런 기분(?)은 내게 흔히 찾아오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했다.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챙겨 온 얇은 책을 꺼냈다. 허기를 달래려는 듯. 비행기에서 간단한 간식을 주문할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배고프지 않았다. 오버차지로 11만 원 을 지불하고, 4만 원짜리 책 열 권을 살지언정, 8유로짜리 기내 간식은 먹고 싶지 않은 심리란.


앨런 긴즈버그의 <Howl>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때마다 감탄한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기괴한 어휘와 어구를 사용했다.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을 제이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제이가 답했다.


재밌었다. 앞뒤 맥락을 함께 읽으면 재밌는 문장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싫어할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긴즈버그라도, 잭 캐루악의 친구인 긴즈버그라도, ‘이런 지루한 책은 나랑 안 맞다.‘라고 평가할 것 같은 사람들이 저기 어디에 있다. 그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기괴한 문장도 자세히 보면 웃길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게 있는 것처럼.




4.

경유지인 헬싱키에서는 비행기를 타려면 환승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온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이다 보니, 90% 이상이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의 특징이 뭔가! 바로 빨리빨리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한국인들만 기내식을 줄 때 미리 트레이를 열고, 식사받을 준비를 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버스가 오기도 전에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티켓을 검사하는 승무원이 제발 줄 서지 말고, 자리에 앉으라고 외쳤다.


“Have a seat, please. Bus isn’t even here! Everyone is gonna be in a plane, eventually.”


재밌었다. 그 말을 듣고도 다섯 명 정도만 줄에서 이탈했다. 심지어 어떤 중년의 (한국인) 남성분은, 승무원에게 “Excuse me.”라고 말하며 오히려 줄을 비집고 들어가 줄을 섰다. 승무원이 줄을 서지 말라고 한 직후에.


그 승무원들이 한국에서 레이오버를 한다면, 그러니까 서울의 어느 호텔바에 앉아 맥주 한 잔을 하루시간이 있다면, 안주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어떤 이가 이렇게 글로 끄적이고 있듯이.


빨리빨리 준비하려는 한국인이 틀렸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나 포함, 한국인들이 조금 느긋(laid-back)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한 나라의 문화가 쉽게 변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느긋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조급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7월 3주가 조금 넘는 여름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지막 날 끄적였던 일기예요. 그리고 저는 올 겨울, 12월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아이슬란드에서 지내기 위해 다시 떠날 채비 중이랍니다.



아이슬란드 이야기도 차차 글로 풀어내 볼게요.


자세한 아이슬란드여행 후기는 Erin쌤 블로그에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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