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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Jul 28. 2019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여기 어때요?

포르투갈 여행 포르투 와이너리 맛집!!

와인 한 병과의 만남이 사람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유명한 와인이나 고급 와인만은 아니다.
#소믈리에르 



며칠 째 비가 내리자 포르투의 향이 조금 달라진 듯하다. 오후가 되니 커피 향이 돌바닥에 스며들었다. 우산을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에 비가 묻었다. 묻은 비를 탈탈 털어내느라 조금은 정신이 없어짐과 동시에 웃음이 났다. 여행이 주는 마음의 여유 같은 것이겠다.


생각보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 호텔에서 택시를 불렀다. 사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해 목적지를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2년 전 포르투갈 여행에서 들렀던 <샌드맨> 앞에서 내리기로 한다. 강을 건너는 짧은 시간 동안 친절한 택시기사는 포르투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에 대해 말해주는 것도 모자라 조그마한 핸드폰 사진첩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택시에서 내릴 때쯤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Obrigada!"


#아우구스투스 와이너리 입구 골목



수 십 개의 와이너리 투어 중 어디를 가야 좋을까. 포르투갈 동북부 와인 산지를 방문하면 더욱 좋겠지만 대부분 포르투(Porto)의 가이아(Vila Nova de Gaia)에 있는 셀러(Cellars) 중 하나를 택한다. 대형 와이너리 4개가 그들 중 대표 격으로 손꼽힌다. 대형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다양한 언어로 투어가 가능할 뿐 아니라, 투어 시간이 다양하다는 점, 쾌적한 레스토랑이 딸려있는 등의 장점이 있을 수 있겠다. 당연한 이유로 개 중 두 군데를 먼저 방문했었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만족스러움은 당연한 결과겠지. 오늘은 골목에 숨겨진 곳, 작지만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인기 많다는 그곳에 가보려 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대해야 보이는 소형 와이너리들이 골목 곳곳에 숨어있다.

*4대 대형 와이너리 : Graham, Calem, Taylor's, Sandeman







Augusto's  Port (아우구스투스 / 아우구스 토스 와이너리 )


"Augusto's Port는 100년 전통을 이어 오고 있어요.  3대째 포르투갈 순수 혈통 가족이 가업을 물려받고 있다는 사실도 다른 와이너리와 다른 점이기도 하답니다."



1인 5유로의 저렴한 비용은 물론, 적은 인원으로 투어를 진행한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어떤 사람에게는 영어로 진행하는 부분이 단점일 수 있겠으나 사실상 Carole은 또박또박 설명을 꽤 잘했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을 대하며 자연스레 익힌 습관 아닐까?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것 또한 꽤 재미있다! 올드스쿨 방식으로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으며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이미 포트 와인 전문가라도 된 느낌이 든다.


 아담한 리셉션 데스크 (좌) / 와인 셀러 투어 (우)
대형 와이너리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은 셀러인 듯 하지만 자부심과 와인 맛은 최고.




와이너리 투어의 꽃, Tasting


6년 산 Fine White와 Tawny, 8년 산 Special Reserve White와 Red 와인을 맛본다. (이후 다른 종류의 와인들은 메뉴에 적힌 금액을 추가로 지불하고 마실 수 있다.)


웬걸! 기대 이상으로 맛있잖아! Taylor's와 Sandeman 와인 맛도 훌륭했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포트와인만큼은 쉬울 수 있다. 무조건 맛있다는 간단명료한 이유를 당당하게 대겠다. 우리는 10년 산 LBV와 20년 산 Red&White 와인을 추가로 테이스팅 했다. 하나, 둘 늘어나는 빈 와인잔을 보며 어떤 와인을 사 가면 좋을까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과일향이 겉도는 달콤함에 금세 취해 정신이 아렴풋하다. 두 종류의 와인을 구입하여 두 손 무겁게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한 걸. 도우루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골목을 가득 메운 모양이다. 한 차례 지나간 비 내음과 와인향이 섞여 웃을 때마다 입안을 파고들고 있었다.


기본 테이스팅 (좌) / 20년산 추가 테이스팅 (우)


투어 후, 도우루 강 풍경






와인을 앞에 두면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강해진다.
#소믈리에르


조금은 모호한 나의 와이너리 여행기에 대한 결론을 속 시원하게 내려보자면 이렇다.

포르투 여행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혹은 와이너리 투어에 큰 관심은 없으나 한 번쯤 해야겠다면, 대형 와이너리를 추천한다. 1인당 15유로 정도의 비용(3배)을 지불해야 하지만 와인셀러의 사이즈가 거대하여 입이 떡 벌어질 테고, 쾌적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테이스팅 레스토랑에서의 서비스도 만족할 것이다. 


'각자의 신념과 전통을 이어가는 작은 와이너리들의 매력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여행자의 몫. 좁은 골목을 오래 걸어가 발견했던 아우구스투스 와이너리 투어는 백 번 추천 해야 마땅하지만 단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면 고민해 볼 만한 난제임이 틀림없다. 


참고로 올려보는 대형 와이너리의 위엄 (심지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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