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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Feb 18. 2019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프롤로그

나와 닮아있어




한 박자 반 정도 느린 편이다, 나는. 한 박자 서두른 게 분명했는데, 한 박자 반만큼 뒤처지니 다시 딱 그만큼 뒤에 있다. 띵똥땡똥 건반을 두드리는 손을 바라보며 연필로 딱 딱 딱 딱 박자를 맞추던 피아노 선생님. 창문 틈새로 뻗어 나온 햇살에 하얀 먼지들이 춤을 추고 있는 오후, 우리의 시선은 계란을 잡은 듯 동그랗게 모은 손을 향해 있다.


악보를 흡수하여 검은건반, 흰건반을 골라내는 것과는 다르다, 삶은. 그리고 여행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벅차다. 빠르게 흐르는 구름 아래, 파르르 손짓하는 바람을 만져볼 새가 없다. 나뭇잎이 부딪혀 내는 사각사각 소리, 쨍그랑 소리, 지난밤의 빗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소리를 들을 새가 없다. 소설가 김연수는 말한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랬다. 시간은 세상 모든 고양이의 발걸음에 비례하여 둥글게 둥글게 회전하고 있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눈썹처럼 짧은 시간이라도 가만가만한 내 심정이 불안에 데지 않도록. 물과 햇빛 같은. 내게 없으면 안 되는 것들과 함께.




"모국어가 뭐지요?"

그는 조금 전에 이렇게 물었다.

"포르투게스 (português)"

'오'는 '우'처럼 들렸고, 올리면서 기묘하게 누른 '에'는 밝은 소리를 냈다.

끝의 무성음 '스'는 실제보다 더 길게 울려 멜로디처럼 들렸다.

하루 종일이라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포르투갈이 마음 한가운데로 이사 왔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그레고리우스가 간절했듯, 포르투갈어Portugês로 건네는 인사를 직접 듣고 싶은 순간이었다. 돌바닥을 직접 걸어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덜컹거리는 노란 트램을 타고 바람을 맞는 시원함에 눈을 감아버렸다. 벽돌색 바람이 머릿결을 흩트려 놓겠지만, 포르투Porto에서 시작해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며 포르투갈을 내달려야만 괜찮은 방학이겠다. 그렇게 시작한 그 여름의 사소한 포르투갈 이야기.








포르투갈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2022. 4. 29)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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