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n Chon Jan 18. 2024

매일 : No. 76

2024년 1월 18일

2022년 8월 1일에 시작했다가 75일 만에 중단했던 ‘매일’ 시리즈를 다시 시작한다.


다시 시작하면서 떠오른 작가는 Eva Hesse(미국 조작가)였다. 그래서 부제를 ‘Thinking of Eve Hesse’로 붙였다. 1936년에 태어나 1970년에 세상을 떠난 그녀는 뉴욕에서 샛별 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활동하던 때의 뉴욕은 추상표현주의에 이어 미니멀리즘의 떠들썩한 잔치가 한창이었다. 그녀의 작품도 미니멀리즘 언어를 사용하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건조하고 기계적인 미니멀리즘의 조형성을 버리고, 따뜻하고 유기적인 물성을 가진 재료로 ’생명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고 쇠하고 결국 소멸하는 것처럼, 그녀의 작품도 그렇다. 찢어질 듯 얇은 제도용지에 드로잉을 하고, 쉽게 삭아 부서지는 latex(고무유액)로 조각품을 만들었다. 모두가 시간에 취약한 재료들. 천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것 같은 철이나 청동, 또는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이 상식이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조각품에 유기체적 소멸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녀가 실제로 천착한 주제는 몸의 일시성(temporality)과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재생산의 욕망(sexuality)이었다. 오늘 내가 그린 드로잉은 Eva Hesse가 남긴 몇 점의 드로잉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동심원의 형태를 빌려왔다. 사실 나의 작업은 그녀의 작품세계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매일‘ 시리즈를 해나가면서, 내가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작품 속에 들어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이다. 다음 전시를 위해서도...


Day 174, 매일 No.76, 전이린, 종이 위에 연필, 21cm x 29.5cm, 2024

Day 174, 매일 No.76, 전이린, 종이 위에 연필, 21cm x 29.5cm, 2024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 No.7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