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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Chon Aug 11. 2022

매일 : No.11

2022년 8월 11일

Day Eighty-Two, No.11, 전이린, 종이 위에 연필과 아크릴 물감, 21cm x 29.5cm, 2022


80년 만의 호우. 반지하가 화두이다. 내 작업실도 반지하이다. 하루 종일 제습기를 돌리며 작품과 종이들을 건사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축축해진 종이를 어루만지다가 문득 오늘은 물감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감이 마르지 않으면 쓸 요량으로 위층에 올라가서 헤어드라이어를 가지고 왔다. 다행히 오래되어 꾸덕해진 아크릴 물감은 적당히 물을 섞어 칠하자 드라이어 없이도 잘 말랐다. 그래도 습기로 부푼 종이의 섬유질은 물감이 얹어 지자 더욱 팽창해서 솥뚜껑처럼 불룩해졌다. 억지로 말리면 우글쭈글해 지므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물감은 Golden사의 Iridescent Stainless Steel(Coarse)라는 반짝임이 있는 아크릴 물감을 골랐다. 볕뉘의 반짝임이 그리워서 일까 자꾸 광택에 집착하게 된다. 물감이 주는 광택은 연필이 주는 광택과는 다르다. 물감에 들어 있는 Iridescent 입자가 난반사를 일으켜 생기는 광택은, 광택이라기보다는 반짝임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반짝임은 즉각적이고 강압적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처럼 의기양양하게 반짝거린다. 나는 연필의 수줍은 광택을 더 사랑하지만, 요즘 같은 우울한 시기에는 조금은 과장되게 반짝이는 iridescent 물감이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책상 위에 놓인 거울을 보며 과장된 미소를 지어보았다. 나라도 웃자. 환하게...


Day Eighty-Two, No.11, 전이린, 종이 위에 연필과 아크릴 물감, 21cm x 29.5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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