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식인가] "Hallo, Michelin !"

서세이 Vol. 00B

by 서사서기

내가 삶의 어느 골목에서 식도락 기행을 시작해서 앞으로 음식을 왜 기억하려 하는지는 충분히 설명했다.

그런데 왜 방향지시등을 미식 산업에서 찾았을까?


혹시 모를 오해부터 풀고 가겠다.

코로나 때 불타올랐던 MZ세대의 허세에 편승했다고, 허파에 바람만 들어가서 사치를 부린다고 말을 늘어놓는 이들도 있다.


첫째로, 명품이 그렇듯 미식의 근본은 사치에서 유리될 수 없다. 현 세대의 변질된 의도야 어찌 되었든 미식은 고급 문화의 일종으로 성장해왔는데 어찌 그 역사를 부정하겠는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제품들이 사치품이듯이 애초에 고급 식문화에서 사치를 비판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또한, 미식이 아니라 21세기 외식 산업 전반이 소비자, 특히 2030을 공략할 때 겉으로 보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해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에 화려하고 풍성하게 나와야 젊은 고객들이 찾을 테니까. 스스로 미식가를 자청하며 과시용 SNS 업로드를 목적, 그 방편으로 음식을 택하는 부류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으나, 부정하지도 않는다.


추가로, 설령 그 문화에 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진입해오더라도 이를 배척하는 것은 선민의식이자 불필요한 우월감이다. 누가, 무슨 권한과 자격으로 인간 생활의 다양한 요소와 양식을 총칭하는 문화를 제한하는가.

음식이 맛있어서 먹으러 오든, 유명해서 먹으러 오든, 인류사에 획을 긋는 요리라 먹으러 오든, 사진 찍어 자랑하려고 먹으러 오든 서로 피해만 안 끼친다면야 무슨 상관일까. 고객 분포가 다채로워질수록 여러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공급도 다변화될 수 있으니 상호 발전의 계기 또한 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계급론은 예술 분야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문화와 문화 간 우월주의가 나타났다면, 이제 사대주의는커녕 같은 문화 내에서 서로 분열하고 있다. 화가는 고흐밖에 모르면서 사진 찍으러 전시회를 찾는 방문객이라 조롱하고, 그냥 멤버랑 노래가 좋아서 밴드를 응원하는 팬을 무시하고(락과 메탈이네 아니네 논쟁도 곁들여),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뮤지컬 관람 매너를 규정하는 등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일들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진정한 -인이 아니야" 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확실히 기억하자. 나날이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세상에서 배척은 사멸로 이어질 뿐이다.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준다면야 오히려 적절한 대중의 배합이 정서적으로든, 재정적으로든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왜 생각하지 못할까 참으로 통탄스럽다.


둘째로, 본인의 재력에 맞게 씀씀이를 보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열등감에 찌들어 악의적인 비난을 가하는 작태야 온라인상에서 이미 만연하다. 내가 돈이 많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음식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니 생각의 차이 역시 이해하지만, 왜 굳이 자신의 지위를 낮출 수밖에 없는 저열한 언행을 공공연히 표출하는지는 평생 가도 모를 것 같다.

당연하게도 내가 미식 산업을 조명하는 서사는 위 두 가지와는 무관하다. 설령 아니더라도 블로그에다 몇 시간씩 걸려가며 글쓰는데 "맞습니다, 그냥 겉멋입니다!" 라고 할리도 만무하지 않은가.

맛집 탐방에 관심을 가진 게 2020년이었듯, 미식 문화에 흥미를 가진 시기는 비슷했다. 다만, 군 복무 중에는 조 단위 재산이 있어도 신라호텔에서 삼시세끼를 먹든, 편의점 도시락 하나를 사먹든 자유롭지 못한 건 똑같기에 본격적으로 업장들을 다니기 시작한 건 2021년 전역 이후였다.


SE-59908110-eda9-40c5-9238-f5236b51bcdb.jpg 언젠지도 기억 안 나는 어린 시절, 처음 먹었던 캐비어와 푸아그라. 그나저나 세계 3대 진미니 뭐니 헛소리 좀 그만하길.





아니, 그 전에 '미식 문화'가 도대체 뭔데

*아래 내용은 나만의 생각임을 밝힌다. 향후 개설서와 논문들을 읽으며 관련 개념과 주장을 보완해나가겠다.


" 美 食 "


아름다운 음식이라, 참 어렵다.

상식적인 선에서 문답을 해보자.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그 안에 철학이 있어야 하고, 플레이팅까지 완벽해서 외관이 아름다운 음식인가.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Fine-Dining?

그럼, 미식가는 아름다운 음식을 먹고 즐기는 사람인가?


미각이 예민해서 음식을 세밀하게 비평하고 맛을 표현하며, 식문화 지식과 평론 능력까지 겸비한 사람을 보통 우리가 미식가라 했던 것 같다. 혀의 앞부분에 미뢰가 16배 많은 Supertaster라거나? 혀가 민감하진 못해도 그냥 가리는 거 없이 모든 음식을 다 맛있게 먹는 사람을 미식가라 하진 않았지.


그런데 자연스레 식사 경험이 쌓여 먹어본 음식이 정말 많은 사람은 미식가라 할 수 없을까?

혹은 극단적으로 다른 음식은 아무것도 못 먹지만,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국밥에 관해 통달한 사람은 미식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미식 문화란 음식을 유기물로서 그저 먹지만 않는 사람들이 이루어가는 생활양식이고, 아름답고 좋은 음식만 다룬다.

...

와, 벌써 재미가 없다.



창의적인 경험
이왕이면 기억의 공간까지도


내가 생각하는 미식 문화의 정수는 "창의적인 경험"이다.


음식의 가격? 만든 셰프가 누군지? 사용된 재료? 먹는 사람의 지식?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내가 일조하고 싶다는 미식 산업의 발전에서 말하는 미식이란, 나의 서사가 너의 서사가 되는 음식 경험이다.

짧다면 10분 길게는 3시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식사에서 음식이 내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이 일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무언가를 단 하나라도 느끼고 기억으로 간직해나가면 그것은 미식이라 정의하고 싶다.


평생 프랜차이즈 햄버거만 먹다가 수제버거를 먹고 영양의 균형을 느끼면 그것도 미식이고, 맨날 먹던 짜장면이었는데 수타면의 쫄깃함이 갑자기 느껴지면 그것도 미식이다.

식당에 갔는데 서버가 옷을 받아주고, 의자를 빼주고, 물을 따라주고, 음식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마지막에 셰프가 인사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전부 새로우면 그것도 미식이다.


인문학에선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병적으로 경계한다. 하나의 용어가 포착하는 의미 스펙트럼에 따라 통섭의 장점이 드러나기보단 오용, 남발, 참칭 그 무엇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기 전까지 내가 생각하는 미식은 위처럼 생각하겠다.




Fine-Dining이 미식의 대표격으로 취급받는 것도 결국, 식사 전체가 한 막의 연극처럼 고객의 창의적인 경험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건데 좋아하는 청국장, 부대찌개, 평양냉면 한 그릇씩 먹는 게 가성비나 포만감 측면에서는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얻어가고자 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비싼 돈 내고 먹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Fine-Dining에서 국가별 Cuisine이든, Contemporary니 Innovative니 분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음식의 '맛'은 당연하고, 사용하는 '개별 재료와(심지어 크기와 두께까지) 요리법, 배열' 모두 나름의 이유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업장 전체의 컨셉과 코스 구성, 서비스, 내외부 공간 디자인'까지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니 기억에 남지 않고 배길까.


그만큼 셰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신념을 녹여내기에 기존에 쉬이 접하지 못했던 요리들이 나오는 거고, 이에 따라 장인 정신까지 감안해서 가격 또한 올라간다. 아무데서나 예술 감각을 발휘할 수는 없으니 입지도 나름 중요해지고. 인건비와 식자재 코스트가 올라가는 만큼 수익성이야 수직 하락하니 외부 투자가 요구된다는 사실이야 최근 들어 많이들 알게 된 거 같아 굳이 부연하지는 않겠다.

또한, 적어도 다이닝 업장에 방문했을 때 이 음식에서 이런 원재료와 소스를 사용했으니 최소한 이런 맛이 나야 한다는 예측이 가능해야 돈값은 하는 거고, 서버의 설명을 들었을 때 용어는 이해해야 하니 소비자의 배경 지식도 있으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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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다녀온 별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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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파인다이닝’이란 용어 자체에 알 수 없는 거부감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허세와 SNS가 절묘하게 만나 한국에서 탄생시킨 특유의 흐름에 반발하는 것도 아니고(코로나 때 오마카세랑 함께 급부상했던 그 시류 포함하여), 피해의식 가지고 세상을 비뚤게 바라보는 족속들에 공감하는 건 더욱 아니라 다시금 강조하니 오해하진 말아달라. 어감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괜스레 멋이 없어보이는 건지 그간 두루뭉술하게 다이닝 정도로 불러왔다. 그럼에도 마땅히 지칭할 용어가 없기도 하고, 생전 결제 안 하던 OTT까지 처음으로 끊어가며 <흑백요리사>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거기서 롤모델인 백종원 대표와 유수의 셰프들까지 사용하는 용어길래 최대한 친해지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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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맛있어도 재방문을 최대한 지양하는 개인 성향상(저장해둔 곳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데를 여러 번 가나란 생각) 식당의 진수를 느껴야 하기에 런치는 취급 안 한다며 무조건 디너만 고집하면서, 음식을 바라보는 내 시야를 확장한다는 맥락에서 Fine-Dining 업장들 역시 도장깨기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 도장깨기 표본을 추출할 수 있게 해주는 준거가 모두 아는 'Michelin Guide' 다.



'미쉐린 가이드 l Michelin Guide'란 당최 무엇인가


[아시아와 유럽 미쉐린 가이드 등재 업장들 방문기를 버무린 Fine-Dining 문화를 향한 소회]

안 그래도 더위 많이 타서 힘든데 요즘 한국 여름이 사람을 터트리는 바람에 작년엔 가장 더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유럽으로 도피했다. 매년 여름마다 시원한 나라로 도망치고 싶은데 조만간 1년 내내 한국엔 여름만 남을 거 같아 이주나 돈 많은 백수 아니면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유럽 여행기를 일자별로 구구절절 남기는 건 내 스타일도 아니거니와 인스타그램에 간단하게 사진 몇 장으로 정리해두었으니 서론은 이만 정리하고, 여기서는 부제에 충실해지겠다.


유럽 이야기를 꺼낸 데는 미쉐린 가이드를 위시한 Fine-Dining 문화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멍청하게도 그간 해외 여행을 다닐 때 그렇게 맛집을 찾아보면서도 그 나라의 미쉐린 가이드는 펼쳐볼 생각은 안 하다가, 이번 여름 유럽으로 떠나면서야 처음으로 타국의 가이드를 열어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미쉐린 업장들을 방문하면서는 사실 일부 타성에 젖어 있었다.

업장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대함에 있어!


창의적인 경험의 효과적 습득을 위해 스스로 음식에 숙달되고 싶어 방문 업장을 단계별로 지금껏 가져가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무작정 2-3스타부터 가서 돈만 쓰고 "이게 뭐지, 여튼 맛있네!" 로 끝내기보단 플레이트와 1스타부터 차근차근 방문하고 같은 베이스의 음식, 여러 재료와 조리법을 최대한 경험해보고자 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타성화의 가장 큰 원인은 업장 지정에 있어 지각변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매번 아는 곳들이 해가 바뀌면서 연속 등재년도를 갱신해나갈 뿐이었고, 한국의 가이드인 만큼 당연히 베이스 라인이 대부분 한국식에 맞춰져 있으니 다 비슷해보이기도 했다(중식과 일식은 제외하고, 양식 업장들에만 해당). 그나마 올해는 부산도 새로 들어오고 한국에서 아시안 푸드를 하는 색다른 업장들도 몇 군데 등재되어 조금 신선해진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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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둘이 같이 다니는 느낌이 있으나 미쉐린 가이드는 Fine-Dining 소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맛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라 가판대 음식도 등재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가을에 다녀왔던 싱가포르 호커 센터에도 등재된 노점들이 많았다. 다만, 아무래도 스타 급으로 올라가면 대다수가 사악한 가격대임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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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미쉐린들: 바쿠테와 치킨 라이스



그렇다면, 유럽에서는 무엇이 달랐는가?

바로, 미쉐린 가이드의 가치와 기능에 관해 재고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신뢰성 vs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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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성 vs 지역성/


1. 미쉐린 가이드의 공신력은 유지되고 있는가?

섬세한 미각과 평론 능력을 갖춘 평가원들이 철저한 체계에 따라 매년 검수 중인 만큼 신뢰성 지표에 변동이 있다고는 못하겠다. 그리고, 아무리 한국에서 블루리본 서베이, 일본에서 타베로그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해도 미식 문화의 본산인 프랑스에서 오래도록 발간해온 미쉐린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쌓아온 인지도를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다만, 미쉐린 업장은 정말 다 맛있는가?

이건 다른 문제다. 굳이 깊게 논할 필요도 없다. 1편에서 이야기한 맛집의 정의도 있고, 당연히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가이드에 올라갔다고 전부 최고의 식당은 아니다. 비교적 최근에도 1스타임에도 불구, 정말 식사 내내 맛의 조화 측면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업장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이드의 용도를 생각해볼 때 어떤 지역에 처음 갈 때 방문을 고려해볼 만한 식당들임은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미쉐린 가이드는 신뢰도를 따질 수 없는 인류 미식의 상징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2. 미쉐린 가이드의 지역성은 보증되고 있는가?

신뢰성은 둘째 치고 유럽에서 미쉐린 업장들을 방문하면서, 아니 그 전에 가이드를 펼치면서부터 경악스러운 의문이 들었다.


뭐가 이리 많아...?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엔 독일-룩셈부르크-체코 를 다녀왔는데 시골 동네에도 심심찮게 가이드가 있고 대도시에는 과장 조금 보태 골목마다 발에 채일 정도로 별들이 달려 있었다. 독일에 비해 다른 두 곳은 적은 등 편차야 있었지만, 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놀라운 건 매한가지였다.

싱가포르야 국토 면적이 좁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중국(홍콩)과 함께 아시아 미식을 선도하는 일본조차 가이드 발간 지역이 도쿄, 교토, 오사카가 끝이다. 한국은 지금 3스타도 전멸한 판국에 여러모로 유럽과 비교되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 이유가 뭘까. 단순히 유럽에서 주도적으로 펴내는 가이드라 그런가?

유럽이 왜 많은지보다 한국이 왜 적은지를 생각해보자.


1) 예전부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즐기기 어렵다는 점이 한국에선 가장 아쉬웠다.

서울로 예를 들면 이태원이나 동대문 정도를 제외하면 국가별 요리를 만들어내는 업장 한두 곳이 도처에 퍼져있는 수준이다. 이에 반해, 올 여름에 묶었던 프랑크푸르트 숙소 근처 구글맵만 대충 찾아봐도 그냥 동네 식당인데 캄보디아, 호주,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세계가 모여있다.

유독 단일 민족 유지가 잘 된 한국과 달리 높은 인종 다양성이 보편적인 나라들의 생태도 고려해야겠지만, 한국은 발전국가 모델을 따르며 단기 산업화 이후에나 발을 들인 미식 문화의 역사도 짧고 수요 역시 적은 편이라 어쩔 수 없을 터이다. 굳이 비싼 음식에만 국한하지 않더라도 여러 나라의 음식에 도전해본다는 분위기 자체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우리 사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쉐린 가이드 등재에 있어서도 후순위로 밀리며 손해를 입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또한, 주된 미식 문화 소비층이 집중되어 있으니 업장들도 서울에 몰리게 되고 다른 지역들은 소외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진정한 한국식을 알리려면 현재 빕 구르망에 등재된 곳들도 좋지만, 영호남을 필두로 충청, 강원, 제주의 진미들까지 세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2) 한국인에게는 당연히 입맞에 맞춰 한국에서 하는 요리들이 더 맛있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유럽 입국할 때만 해도 한 달이야 한식 없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정확히 사흘 만에 한국의 매콤하고 칼칼함이, 아니 무엇보다 국물이 그리웠다. 유럽 음식들이 나라를 막론하고 국물 요리가 전무하다보니, 설령 있더라도 걸쭉한 스프류고, 육류든 해산물이든 기름진 무거움이 힘들게 다가왔다. 그리고 개구리, 토끼 뭘 먹든 닭고기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식으로 무언가 아는 맛을 찾고 비교 대상 역시 한국 요리가 된다.

유럽에서 방문했던 미쉐린 업장들은 이 특성을 정말 살리는 지역의 전통적인 요리거나, 오히려 관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색다름으로 희석시키는 경우였다.


3) 미쉐린 업장들 중 같은 값이라면 한국인에게는 한국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

물가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빕 구르망만 봐도 우리나라엔 밥이나 면 한 그릇을 만 얼마에 먹을 수 있는 곳도 많은 반면, 유럽은 빕 구르망조차 대부분 인당 10만 원 이상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사실상 한국의 플레이트 가격이고, 방문했던 유럽 1스타 디너 가격들을 생각해보면 한국에선 2~3스타 기본 디너까지도 가능한 수준이이었다.

그러나, 일반인 기준 한국과 유럽의 업장들 사이에서 가격에 맞는 만족도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울 듯했다. 물론, 이는 음식의 맛에 한정된 거지 식당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유럽이나 미국 쪽이 경이롭긴 하다.

음식 설명에서도 다른 점이 있었다. 원어 대신 영어를 사용해서 축약되었을 수도 있지만, 먹는 방법이나 요리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진 않았다. 재료 설명의 비중이 제일 높았고, 현지인들에게 설명해주는 걸 들어봐도 그렇게 길게 하진 않는 것 같다.


여차저차 한국인으로서만 생각해본 것들이지만, 이를 보면 미쉐린 가이드의 지역성 하나만큼은 다소 불평등할지라도 나름대로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가이드만 얼추 따라가도 그 지역이 나타내는 맛의 윤곽을 알 수 있음은 자명하고, 등재가 미진한 국가의 경우도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지원이 뒷받침만 된다면야 더 여러 지역으로 가이드 발간을 확대해나가길 바라며,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판단할 전문가들의 식견이 새삼 궁금해진다.

최근에 미쉐린 가이드와 관련된 학술 논문들도 상당수 발견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주로 미쉐린 가이드의 인증 효과 및 고객 만족과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 등재 업장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성 연구 등에 주목하는 듯하여 길게 줄글로 풀어쓴 내용들보다 명확한 통계적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리란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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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assic Star: Frankfurt am Main _ villa me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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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embourg & Czech Republic


[Bonvivant] 좋은 친구, 술 친구
비건+칵테일+비스트로+원스타 이건 못 참지.
- 서버들이랑 바텐더도 비스트로답게 격식보단 챙길 건 챙기되 함께 즐기는 분위기
- 주방 소개하고 정원 투어시켜주는 업장도 독일에 있다던데 다음 방문을 기약

[villa merton] 영화에서나 봤던 서구권 식사 Scene에 출연
- 클래식한 독일 음식. 그런데 돼지와 소세지는 없던.
- 식기 바깥부터 깔아두고, 벨 누르니까 매니저가 열어주고, 정원에 배치된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 오른쪽 대가족은 정장 입고 와인이 함께하는 파티 느낌에 상석 어르신이 한 마디 하면서 시가 피고. 왼쪽에는 도련님 혼자 왔길래 느꼈던 내적 친밀감
- 혼자 아시안이라 이목 집중. 못 알아들었지만 분명 나 돌아보면서 한 마디씩 얹더라. 나도 주옥이나 소설한남에서 외국인 오면 신기해서 쳐다봤으니 기분은 안 나빴음. 오히려 외국인이 그 나라의 미식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함
- 동네부터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일 부내났음. 하이엔드 브랜드 플래그십 거리와 공원 지나니까 주택가 나오더니 굴러댕기는 차들도 가격이 갑자기 확 뜀
- 확실히 유럽이라 서비스에 친근감이 더 있음. 특유의 넉살과 여유가 묻어나는 친절함. Hi, Freund - 비어가든에 격식이 조금 더해진 정도?

[the eatery] 역대 가장 가까웠던 오픈키친에서의 실시간 쿠킹쇼
- 오너셰프, 수셰프, 스타터+디저트, 메인, 소스가니쉬, 설거지, 홀매니저1 서버3
- 유쾌한 오너 양반. 자기 영어 못한다면서 밑밥 깔고 음식 설명해주는데 나보단 잘함
- 분업 아래 지시 후 복명복창 처음 직관. 체코어 모르지만 느낌상 뭐 몇 분! - 예! 이 느낌
- 정말 프렙이 전부더라. 인원 대비 커버 테이블이 꽤 되는데 잘 돌아감


*글의 미감을 위해 방문한 유럽 업장들 중 인상깊었던 세 곳에 관해서만 사진 아래 짧게 남겨두었다. 맛집 리뷰하려고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아니기에.




<흑백요리사>처럼 부스터 콘텐츠가 하나 나오면 원래 그 필드에 있던 사람으로선 나만의 세계가 침범받는다는 느낌을 제일 처음 받는다. 체감되는 효과로는 식당 예약이 확실히 어려워졌다. 그래도 셰프들의 바람처럼 업계에 활기가 조금씩 돌고 있다면야 미식 산업 부흥에의 일조라는 내 비전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니 위안을 삼는다. 산업 부흥에 콘텐츠의 형태도 효과적임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요즘은 사람 적은 곳 위주로 다니고 있다.


두 편의 글에 걸쳐 내가 음식을 왜 좋아하고, 내가 생각하는 미식 문화란 무엇인지 기록해보았다.

한 가지 부족한 점은 그럼 어떻게 미식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냐일 텐데, 이는 생애 설계와도 깊게 관련 있는 일이라 글 몇 자로 적을 수는 없고 고민을 해나가야겠지.



Tschüs, Michelin (?)

아마 이 말은 영원히 꺼낼 수 없겠지. 평생 미쉐린 가이드는 데리고 다니며 열어볼 계획이다.


음식은 사람이 행복하려고 먹는다.

그 행복이 음식으로부터 오든, 식사를 함께하는 유대로부터 오든, 여유를 즐기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오든 무엇이 중요할까.

중요한 건 음식이 어떻게 사람의 기억을 가공하고 조립하는가.


미식 또한 음식의 미학이 아니다.

음식에서 전문적인 미적 요소를 찾는 것은 소수의 책무고, 우리는 음식으로 무엇을 보듬을 수 있을지에서 발해야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미학의 편린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제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식사 한 번으로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듯이 반목과 혐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나가는 식도락 기행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각자 속도에 맞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미식을 찾아나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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