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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마미 Sep 06. 2019

누군가는 죽어야 끝나는 게임

조국을 향한 언론의 광기

 
자기소개부터 한다.
 
영국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산 지는 20년 정도 되었다.
이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어 표현과 단어가 틀려도 양해를 부탁드린다.
 
 
나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한국 뉴스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금의 “조국 사건”을 보며 한낱 개인의 단상이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기록으로 꼭 남겨야겠다, 그래서 나라도 기억해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들어 글을 쓴다.
 
 
현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광기에 가까운 수준인데, 아무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고 있다.

 
8월 9일부터 약 한 달간 조국의 기사는 다음 포털 기준으로 약 61만 건이 쏟아졌다.


그중 “조국 딸”로 검색되는 기사는 다음과 같다.


간단한 숫자로 따져봐도 약 34.4%의 기사가 조국 딸에 대한 것이다. 


 
나는 조국 딸의 의혹이 21만 가지, 아니 다 합쳐 21가지도 되지 않는다 단언한다.


똑같은 취재원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오만가지 버전이 나오고
(“인용”만 하면 가짜 뉴스를 만드는 데도 쓰이나 보다.)
이미 나온 기사를 반복하거나 종합하거나 아주 조금의 살을 붙여 나오는 정도이고,
인터넷 검색어 순위만 보여주는 게 전부인 기사도 있다.

방사능 오염수처럼 쏟아낸 몇십만 개 기사의 목적을,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직업적 윤리와 책임을 기만하는 언론이 이 소용돌이를 만든 것이다.
전적으로 제 구실을 못하는 언론의 잘못이다.


 
하이에나 떼처럼 조국(조국 딸)이라는 “고깃덩이”를 일단 물어뜯고 본다. 잘못 물어도 사과도 정정보도도 않는다. 또다시 다른 곳을 문다.
실수로 물어뜯기고 피가 철철 나도,
그 누구도 “이건 아니었다”는 사과, 아니 지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조회수 댓글 수에만 혈안이 되어있으니,
일단 배설하고 보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없을뿐더러,
작금의 상황에 대해 한발 물러나, 그동안 수십만 번 반복된 실수를 만회하고 재정비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단적인 예로,
조국 딸의 한영외고 “부정입학 의혹”이 있다.
 
(나는 한국 고등학교 시스템을 잘 모르므로 팩트 체크가 아닌 언론의 흐름에만 중점을 두었다. 평범한 사람이 관찰한 결과는 논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론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포르셰 등의 허위보도가 한번 휩쓸고 간 후... 이 사단의 발단>
"외고대학의전원···조국 딸, 시험 한 번 안보고 진학했다"
중앙일보 - 20 Aug 2019
https://news.joins.com/article/23556922
소스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해명>
조국 측 “딸 특례·부정입학 없었다…허위사실 유포에 단호 대응”
중앙일보 - 20 Aug 2019
https://news.joins.com/article/23556950

<의혹은 계속된다>
조국 딸, 외고 입학도 '특례전형' 활용…경쟁률 3대1도 안돼
서울경제 - 21 Aug 2019
https://m.sedaily.com/NewsVIew/1VN228WW20

<일주일이 지나서야 중앙일보는 사실을 밝힌다. 명백한 오보였던 것이다>
“조국 딸, 한영외고 '일반전형' 합격…조국이 입시상담 찾아와”
중앙일보 - 27 Aug 2019
https://news.joins.com/article/23564265

조국 딸, 한영외고 특례입학 아닌 일반전형 합격 정황
경향신문 - 27 Aug 201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280732001


<이미 늦었다.>
HK영상 | “조국 딸 진상규명”…고려대 2차 촛불집회
한국경제 - 30 Aug 2019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083004027

<또 시작이다>
與의 '조국 의혹 해명'은 틀렸다
조선일보 (보도자료) - 1 Sep 201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2/2019090200224.html

<정치적으로 이용됨은 물론이다>
정점식 “우리의 아들딸들이 조국 후보자 딸 의혹 보면서 얼마나 큰 ...
쿠키뉴스 - 3 Sep 2019
http://kukinews.com/news/article.html?no=697756

<논란은 전문가가 설명을 하고 나서야 진정된다>
입시전문가 "조국 딸 성적 논란? 자격 미달 아닌 오버스펙"
이데일리 - 3 Sep 2019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925366622616840&mediaCodeNo=E


며칠 전,

생기부 공개가 되었을 때는 (기사 링크도 안 걸란다)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한국은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가?

끝이 아니다. 이젠 서울교육청이 생기부 유출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네 안 했네로 말이 많다.

그들이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을 기만하고 스스로 수준을 100단계 하락시켰을 때,
나도 함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환멸스럽다.

만약 부모가 공적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오로지 가짜 뉴스를 조작하기 위해 나조차 가물가물한 10여 년 전 성적이 까발려진다.. 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언론이 개떼처럼 달려들어 애먼 사람이 피본 것이 한둘이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한국 뉴스에는 거의 관심도 없었고 전반적 사회분위기도 몰랐던 나였다.
“포털사이트”에서 봤던 몇 가지 키워드 - “논두렁 시계” “아방궁”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인규는 '국정원 작업이었다'라고 폭로하였다. 검찰의 조작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어쨌든 이것은 명백한 허위보도, 가짜, 공작이었다는 것이다.)
 
반론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이미 “범죄자” 취급을 하며 공격했던 언론이 죽음까지 노무현을 몰아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생활의 공간까지 카메라를 들이미는 당연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는 듯, 오만하고 추잡스러운 취재였다.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안타까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마치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
언론은 그제야 자신들의 행태를 추스리기에 바빴다. (재밌는 것은 그조차 경쟁이었다.)

실제로 최근 홍콩계의 직장 동료가 나에게 따져 묻듯 한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도 밝힌다)
한국엔 왜 이렇게 많은 유명인이 자살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언론의 공격과 여론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이 여럿 떠올랐다.
그러나,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물리적, 사회적으로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섬뜩한 데자뷔를 경험하고 있다.

 
 
나는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떤 개혁을 할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그러나 더 이상 인사검증은 없고, 혼돈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원래의 목적은 희석되었다.
처음부터 사실에 기반한 심증취재를 (영어로 “콘크리트 증거”라는 표현이 있다), 단 한 언론, 아니 단 한 기자라도 했다면,

좀 달라졌을까.


 
작금의 한국 언론은,

나 같은 평범한 젊은이의 (조국 딸은 동생 뻘 정도 되겠다) 인권, 미래, 인격을 공개 처형하고 있다.


한밤중 혼자 사는 처자의 오피스텔 문을 두드리는 투철한 “기자 정신”에서
산 꼭대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안까지 줌을 땡겨 지켜보았던 그들이 떠오른다.



이것은 누군가 죽어야만 끝나는,

게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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