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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형 Aug 14. 2017

2017_부산행

맛집에서 복지를 논하다.

“부산한번 갔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겠어?


이런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그 자체가 질문이자 답이다.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경험하는 사유와 성찰이 여행을 통해 조금 다른 시각으로 확장되고 변화되기를 소망하며 여행기를 시작한다. 이번 여행이 영화 ‘부산행’과 닮았던 점은 해운대에는 살아있는 어마어마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인데, 피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좀비에서 바다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사람으로 장면이 바뀌었을 뿐이다. 여행은 사람을 본능에 충실하게 한다. 굳이 메슬로우의 욕구이론을 말하지 않더라도 먹거리를 우선 찾게 한다. 복지 역시 인간의 기본 욕구에 충실해야 함이다.


필자도 오로지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집을 찾아 부지런히 그곳을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음식 한 입 베어물면 그제야 이 음식이 주는 메시지나 교훈이 무얼까 음미했다. 일단은 배가 차올라야 문화든 삶이든 논하게 되니까 말이다. 기억에 남는 식당과 장소를 소개해본다.


금수복국

첫 번째 마주한 식당은 금수복국이었다. 한 그릇에 만원인데, 그 양이 푸짐하다. 투명한 국물 한모금 들이키면

깊은 바다 속 복어란 녀석이 내 가슴으로 성큼 들어오는 느낌이다. 맛이 깊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우리 역시

일상이나 복지현장에서 깊은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투명하다. 마치 삶에 양념이 없는 분들 같다. 양념이 없으니 자극도 없다. 자극이 없으니 자칫 밋밋해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 담백함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복지에 대한 관점을 풍성하게 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 밋밋함을 견뎌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복국의 투명한 국물에 듬성듬성 놓인 살코기는 살이 꽉찼다. 그 담백함은 나마저 담백하게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다. 복국을 먹는 행위는 약간 종교의식 같다. 웬지 복국 한수저 떠올리면 경건해야할 듯한 느낌이더라. 묘한 것은 이 맛있는 복어는 누구나가 알듯이 독이 든 물고기란 사실이다. 독이 든 생선이 맛있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말랑말랑하기만한 사고방식으로 마흔의 언덕을 숨차게 달리고 있는 내게 복어 그 녀석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 삶에서 종종 독을 마주하는 것을 어려운 일이 아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 독이 내 몸의 살과 피를 온전히 만들어 낼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돼지국밥


두 번째는 돼지국밥이었다. 왜 부산에 돼지국밥이 맛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부산과 돼지는 웬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돼지는 육지에 있어야 할 동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은 돼지국밥이 유명하다. 그 속깊은 사연을 알고 싶지는 않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여행을 온 것이 아니기에 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국밥은 진하고, 깨끗하고, 맑다. 동물냄새가 나지 않더라. 바다가 중화를 시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비계와 살의 조합이 이런 맑은 맛을 내는게 신기했다. 아마 돼지국밥의 묘미는 조화로움인 듯하다.

최근 복지에서도 조화로움이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다. 민관협치를 비롯해 협력과 연대는 이미 상투적인 언어가 되었다. 이 시대가 말하는 조화로움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와 관점을 갖고 있어야 되는가? 아마도 제대로 된 국물 한그릇 우려내는 것처럼 감당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조화로움을 위해서 서두르지 말자. 입장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용기가 맛난 국밥 한그릇 만들어 낼 것이다.


다리집 떡볶이

세 번째는 다리집이다. 다리집은 길고 두틈한 가래떡 떡볶이집이다. 한 접시에 2,600원이다. 세가락 정도가

한접시에 나온다. 주차장에는 다서여섯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다. 분식집 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다. 다리집 떡볶이는 식감이 좋다. 베어문 떡 사이로 진한 고추장 양념이 스며들면서 촉각을 자극한다. 다리집 떡볶이는 사실 촉감으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감을 넘어선 촉감으로 그렇게 다리집은 매니아층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오징어튀김을 진한 고추장 양념에 찍어먹어보자. 튀김옷에 가려진 오징어가 입에서 펄떡인다. 무늬는 떡볶이인데, 맛은 얼큰한 바다맛이다. 여기 다리집 사장님의 직업은 어부였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소위 똑같은 복지서비스를 지역만 달리 제공하는 우리들에게 다리집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같은 서비스를 어떻게 다른 맛으로 표현할 것인가? 게다가 복지서비스 소비자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충분히 공감하고 감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차별화 전략을 강구해야 하는가? 이러한 고민들에 대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지금의 현실복지를 좀더 맛깔스럽게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할매팥빙수

네 번째는 할매팥빙수 식당이다. 할매팥빙수를 먹어보지 않고, 팥빙수를 논하지 말기로 했다. 서울 삼청동에도

제법 맛난 단밭죽 식당이 있다. 그 식당 이름에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인데, 왜 그 이름을 붙였는지 이곳을 만나고 나서야 확신했다. 여기가 첫 번째였던 것이다. 여름과 겨울에는 빙수와 붕어빵이 자리를 바꾼다.

사실 이 곳이 메인 메뉴는 단밭죽이다. 가격은 물론 저렴하다. 단돈 2,500원. 그러나 가격이 저렴하다고

맛 또한 그러리라는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를 두고 필자는 반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람들은 반전에 선호한다. 박진감 넘치게 표현하면 마치 역전승 같은 것이다. 가격과 맛의 반비례. 그 결과는 대박집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두번 먹어보지 못한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울 정도로 서운했지만, 세상을 바꿀만한 팥빙수 만났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사회복지를 착한일, 좋은일, 선한일의 패러다임으로 인지한다. 또는 자선과 시혜의 범주에서 여전히 맴도는 듯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말하기에는 현실은 녹녹치 않다. 그렇다고 이러한 관점에 반기를 들어, 고가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투박하더라도 진심을 다해 사업을 대하고 이에 기반하여 관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세련되지 않더라도 진심어린 눈빛과 꾸준함은 기존의 복지에 대한 세상의 시각에 반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오륙도를 품고 있는 바다, 그 안에 배 한척

마지막으로 오륙도에 가보자. 오륙도에는 칭찬할 만한 식당은 없다. 대신 오륙도에는 아주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오륙도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매일 이러한 풍경을 볼 것이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나는 오륙도 풍경보다 ‘저 아파트가 얼마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여행을 왔지만 서울을 벗어내지 못했고, 바다와 왔지만 바다를 보지 못하고 아파트 가격을 자문하다니.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한참을 오륙도 앞에 있는 아파트를 응시하다가 정신을 차려 바다에 놓인 오륙도를 만났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작품이었다. 작품보다 조금 쎈 단어가 있으면 사용하고 싶을 만큼 오륙도의 풍경은 위대했다. 바다위에 놓인 몇 개의 조각난 섬들은 신의 축복같았으며, 지구에 있는 어떤 물감으로도 저 바다 색을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오륙도에 놓인 아파트 덕분에 오륙도가 오염되어 보였다. 누구의 풍경이 아닌

우리의 풍경으로 자연을 지켜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늘 누구의 풍경으로 자연을

디자인한다.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지혜. 앞으로 확장되고, 변화하고 있는 사회복지 환경에서 필요한 것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오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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