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마케터는 CRO가 되어야 한다

달라진 마케팅의 판도

by 이레

AI 시대가 되면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은 단순히 AI 툴을 써서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하는 것을 넘어, 마케터라는 직무가 무엇으로 평가받아야 하는지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단계에 도래하게 했다.


과거에는 마케팅의 성과와 매출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고 여러 부서에게 그 책임이 분산되었다. 그러나 AI의 등장으로 기획, 실행, 분석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마케팅 활동의 결과가 매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변화가 마케터 (특히 B2B 마케터)의 역할을 ‘매출 지원자’에서 ‘매출 책임자’로 이동시키고 있다.


최근 테크42에서 연 DMI 컨퍼런스에 다녀와서 이 생각이 더 구체화되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시는 연사 분들이 마케터의 커리어 목표가 CMO(Chief Marketing Officer)가 아니라 CRO(Chief Revenue Officer)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CMO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강했다.) 이 주장은 마케팅에 대한 성과 기준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기에 인상 깊었다.


CRO(Chief Revenue Officer)는 매출 창출과 판매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역할을 하며, 전체 수익 전략을 총괄한다. 반면 CMO(Chief Marketing Officer)는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캠페인, 시장 조사 등을 통해 고객 유치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한마디로 마케터가 전략적으로 마케팅 지표를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을 가져오는 책임까지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B2B 영역에서는 마케팅팀이 영업팀과 긴밀히 움직이는 것이 필수인데, 이제는 ‘리드를 얼마나 넘겼는가’가 아니라 ‘그 리드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전환되었는가’까지 마케팅의 기여도로 평가받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팀은 브랜드 인지도, 특정 채널 중심 KPI의 숫자를 잘 확보하면 됐다. 그러나 AI의 등장으로 고객 페르소나 개발, 잠재 고객 발굴, 산업 인사이트 발굴 등 전방위에서 AI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졌기에 책임 범위를 오히려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 침체와 제품 완성도의 한계로 매출 압박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 조직 역시 더 이상 비용을 사용하는 부서로 머물 수 없고,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GPTs, Gems를 활용해서 AI 마케터를 만들면 누구나 기본 수준 이상의 마케팅 전략을 짜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AI에 의해 마케터가 쉽게 대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려왔고 실무를 하면서 일부 인정을 하고 있었기에, 내게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었다. 마케터의 힘이 약해지기보다는, 해야 할 책임은 커지지만 그만큼 더 강력한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포지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니. 실무에서도 기존의 마케팅 전략이 아닌 더 직접적인 판매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라 더욱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마케터는 AI Orchestrator로서 사람과 AI 사이를 중재하면서 매출에 기여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Orchestrator란, 단순히 AI 툴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영역을 AI에게 맡길지 설계하며, 그 결과를 매출이라는 지표로 연결하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여러 AI 툴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는 단계였다면, 다가올 2026년에는 그 도구들을 무기로 실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물론 AI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브랜드의 핵심 경험이나 키 메시지는 AI에게 위임할 수 없다. 그것은 여전히 창업자의 철학과 조직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하며, 마케터는 이를 기획함으로써 매출 구조와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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