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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기린 Jul 03. 2022

아이가 자해를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청소년 자해

청소년의 자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육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 청소년을 진료하는 정신과 전문의들께서는 급증하는 자해를 특히 실감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통계에서도 청소년 자해의 뚜렷한 증가 추세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해는 SNS를 타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타고 청소년 사이에 퍼집니다. 아이의 자해를 마주한 부모님은 놀라고, 당황하고, 화를 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눈을 피해 자해를 계속하게 됩니다. 오늘은 자해의 이해와 대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많은 경우 자해는 부정적 감정으로부터의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허하고 외로워서 죽을 것 같을 때,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조절할 수 없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낄 때 아이들은 자해를 통해 해결합니다. 자해를 할 때 고통보다는 시원함이 느껴진다는, 피를 보면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들을 공통적으로 듣습니다. 스스로 상처를 낼 때, 몸 안에서는 고통을 완화하고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물질을 내보냅니다. 자해는 일종의 자가 치료인 셈입니다.


부정적 감정에 대한 자가 치료라 하더라도, 몸에 상처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연히 그 자체로 유쾌한 일일 리 없습니다. 자해를 하는 사람들, 청소년들은 더한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에 상처를 내는 것입니다. 자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고통은 신체에 표현됩니다. 이것은 절박한 구조 요청의 시도이기도 합니다. 힘들 때 계속해서 자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는 울음이 마음에 무겁게 남아있습니다.


자녀의 자해에 대한 대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해를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자해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부정적 감정들이 쌓이고 있음을,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작정 자해를 비난하고 막는 것은 불을 계속 때고 있는 압력밥솥에서 김이 빠지고 있는 유일한 구멍을 막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자해는 부정적 감정을 빠르게 해소해 줍니다. 처음 시작은 어렵지만 한두 번 하게 되면 쉬워집니다. 쉽고 빠른 길을 두고 감정이 가라앉기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자해에 점점 더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함께 산책을 나가고,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분산시키고, 지칠 만큼의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은 압력 밥솥에 다른 김 빠질 구멍을 마련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대처가 병행되는 가운데 자해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 자해 수단이 될 만한 것들에의 접근을 막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근본적으로는 부정적 감정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밥솥에 불을 덜 때는 것과 같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한 탐색, 정신과적 질병이 발생했다면 이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 있어, 대화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화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언어를 통한 감정의 표현은 부정적 정서가 마음 속에 쌓이기 전에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녀의 자해를 맞닥뜨리는 부모님들은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부모님께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을 아이에게 분노로 표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해를 하는 당사자가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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