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
둘은 이름이 비슷한 까닭에 혼동되곤 하지만 사실은 많이 다릅니다. 설명을 하기 전에, 먼저 증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28세의 남성 A씨는 6개월 전부터 출근 전에 가스 밸브를 여러 차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가스 밸브를 잠그고 나왔지만 문을 닫고 나면 마음 속에서 불안감이 올라옵니다. 딱 한 번만 더, 하고 다짐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 잠긴 밸브를 확인하지만 안도감은 잠시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점점 심해져, 스무 번도 넘게 문을 여닫으며 가스 밸브를 거듭 확인해야만 개운해질 수 있었습니다. 출근 시간에 맞추려면 A씨는 이제 6개월 전과 비교해 20분은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36세의 남성 B씨는 꼼꼼하고 탁월한 일 처리로 이름나 있습니다. B씨의 업무는 표준 그 자체로, 회사 내 규정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업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동료이고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바른 생활 사나이이지만, 휴가도 잘 가지 않고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 B씨를 동료들은 기계 같다고 느낍니다. B씨는 자신의 업무 능력과 자기 관리에 뿌듯함을 가지고 있지만 이따금씩 스스로의 완벽주의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삶을 조금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고, B씨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A씨의 상태가 강박증, B씨의 상태가 강박적 성격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증례를 통해서 살펴보면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둘을 종종 헷갈리게 되는 까닭은 어딘가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모습, 무언가를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 거듭된 확인 등에서 두 가지 상태는 닮아 있습니다. 비슷한 이름이 붙게 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두 상태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어 기제 – 쉽게 말해 반복되는 대처 방식 – 가 비슷하다는 관찰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돌고래가 겉보기에 닮았고 물에서 헤엄치지만 물고기가 아닌 것처럼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강박적 성격은 개인의 성격이고 강박증은 질병이라는 데 있습니다.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강박증에 걸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질병인 강박증에 걸리게 되면, 전형적인 경우 원치 않는 생각들이 떠오르고 이것을 없애기(중화하기) 위해 특정 행동들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일상 기능이 저하되고 고통받습니다.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는 때로 자신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스스로의 행동 방식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매 순간 결정을 내립니다. 같은 맥락에서, 강박증은 이전에는 겪지 못하던 질병, 증상이기 때문에 대체로 병원에서 치료를 구하게 됩니다. 강박적 성격은 성장기부터 형성되어 온 개인의 인격 양상으로, 때로 마음에 들지 않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대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뭅니다.
매사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당신, 당신은 강박증이 아니라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