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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May 14. 2021

지갑이 새고 있다면? 당상 이것부터 차단하라

소비 지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소비 지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세상은 지갑을 노리는 지뢰밭이고, 나는 누군가를 위한 호구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제일 먼저 홈쇼핑 채널을 감췄다. 눈에 안 보이면 마음에서 멀어질 테니까. 이제부터 내 카드 명세서의 대부분을 차지해 온 00 쇼핑, 00 홈쇼핑과의 '동거 거부'를 실시하겠다.


홈쇼핑 채널을 감춘 지 6개월이 지났다. 그 후 나는 소비 지옥에서 벗어났을까? 홈쇼핑에서 쇼핑을 못 하는 대신 인스타, 네이버와 더불어 각종 쇼핑몰에서 쇼핑을 이어갔다. 소비에서 벗어난 게 아니고, 홈쇼핑만 못 하게 됐으니 거래처를 줄였을 뿐, 전체 거래량을 줄인 건 아니다. 그래도 거래처 중 최다 횟수와 최고 지출액을 차지하던 홈쇼핑 채널을 없앤 건 잘한 출발이다. 하지만 6개월 동안의 성과는 미비했다. 과식하고 나서 디저트를 안 먹는다고 해서 다이어트가 될 리 없는 것처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없는 형식적인 시도일 뿐이었다. 이런 파악은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이젠 내부적인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 외부 환경 탓만 할 게 아닌, 내 탓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소비에는 문제가 많다는 걸 온전히 받아들일 때가 됐다.


본격적인 대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부분 수정이 아닌, 전면 공사를 계획하고 있어서 이번엔 싹~다 갈아엎고 합리적인 소비자로 리모델링할 거다. 하지만 공사 시작하기 전에 할 말은 해야겠다. 마음껏 소비해 놓고선 소비 지옥이라는 표현을 한다고 타박할 수 있지만, 나도 할 말이 많다. TV를 켜도, 각종 SNS에 들어가도 나를 현혹하는 것들이 전방위에서 공격해 와서 어쩔 수 없이 카드를 긁었기 때문이다. 사야 할 것들은 왜 이리 끊임이 없는지, 계절마다 유행이 바뀐 옷은 얼마나 강렬한 유혹인지, 몸에 좋다는 영양제, 기능성 운동용품 등 사야 할 것들이 매일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택배 받아보는 즐거움은 "유야호~"라고 외칠 만큼 신나는 일이었다. 물론, 카드 결제하기 전, '꼭 필요한 걸까?'라고 합리적인 질문을 해봤지만, 나의 소비 욕구를 이길 합리적인 판단은 경우의 수에서 늘 약자 쪽에 있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필요를 자극해서 내 지갑을 열게 하는 할인 판매가 온종일 여기저기서 출몰하니 어떻게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있단  말이가!


재테크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는 시국에 소비패턴을 고쳐서 지출을 줄인다는 건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 같이 뒤처진 상황이지만, 어쩌랴 나는 지금 재테크보다 소비와 지출 줄이기가 먼저인 것을. 아, 이런 고백하기 싫었다. 나도 멋지게 '나만의 재테크 비법', '투자란 이렇게 하는 거죠!"와 같은 성공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 저울이 가리키는 대로 글을 쓸 수밖엔 없다. 인생 저울은 더하기보다 '줄여야 할 것을 줄여라'라고 지시하고 있다. 지금이 내가 쓴 약을 먹고서라도 고칠 부분을 고쳐야 할 절호의 기회다. 그럼, 어떻게 하면 소비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먼저 돈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부와 행운을 끌어 당기는 힘 ,해빙'과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힘,해빗' 두 권의 책에서 읽은 내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빙하기란 내가 지금 가진 것에 충분히 감사하며 필요하고 가치있는 소비를 위한 지출 훈련에 관한 책 '해빙'의 내용이다. 해빗에서는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 먼저 나의 소비를 기록하라고 한다. 적을 파악해야 개선할 점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은 다른 시기, 다른 이유로 읽게 됐지만 둘 다 나에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라는 희망을 줬다. 희망의 발견은 이미 6개월 전이었고, 그때 분명 내 경제를 살리기로 작정했는데 홈쇼핑 채널 차단 외에 한 일이 없다. 이제 더는 미루지 않고 승부를 걸 때다. 그러기 위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더는 미루지 않겠다. 이번엔 제대로 해내겠다.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이라는 두 대의 마차를 끌고 소비를 충동질하는 각종 지뢰밭을 잘 피해 보겠다. 팔랑귀로, 호구로 불리며 필요를 위한 소비보단 소비를 위한 소비를 했던 나. 나를 고발한다. 그리고 다시 설계한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돈의 소중함에 맞는 소비를 하는 '해빙'과 나의 지출을 기록하여 패턴을 파악하는 '해빗'을 한 달간 진행하겠다. 자! 오늘이 1일이다. 두근거린다. 더는 필요를 강요당하지도, 계획에 없던 소비에 함락되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잘해 낼 수 있을까?', '사는 게 이렇게 피곤해져도 되나?'와 같은 말에 휘둘리지도 않을 거다.  한 달 뒤 '내 소비의 실체를 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일 년 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돈을 많이 모으진 못했더라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되지 않을까? 일단 까칠한 소비를 하자!.

자본주의는 소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켰다
(중략)
결국 소비자들은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도 소비해 자본주의의 잉여생산물을 떠맡는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중 #정지은 #고희정


해빙 : 이 서영, 홍 지윤 지음  / 해빗 : 웬디우드 지음, 김 윤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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