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러가 되고 싶다면, 이것부터 하자.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과 반대로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부터 해야 한다. 실체를 파악해야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 깜냥 파악'하기다. 오늘은 1탄 일잘러 살림 편이다. 살림 장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살림하고 싶어서 알아보는 '일잘러 살림 편'이다.
나는 살림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정리 정돈은 잘한다. 처음부터 정리 정돈을 잘했을까? 그럴 리가. 처음부터 잘하는 일이 있을까? 모든 일은 반복과 훈련을 통해 익숙해지고 잘하게 된다. 어렸을 땐 아버지가 내게 “네 발 디딜 틈만 남겼어?” 할 정도로 방을 어지르고 살았다. 정리 정돈은 아버지의 잔소리 같아서 가치는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 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정리를 잘할 필요를 깨닫게 됐지만, 잘하려고 해도 엉망진창이 됐다. 힘들게 정리를 해도 짐 위에 짐이 쌓여갈 뿐이었다. 여기저기 틈마다 뭔가로 꽉 차 있고 짐 놓을 곳이 부족한 혼돈의 집으로 변해 갔다. 짐을 위한 집이 되고 있었다.
뭔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집이 터져버릴 것 같은 상태였다. 그래서 집을 늘릴 수는 없어서 짐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의 정리 정돈 첫 단계는 버리기이다. 버리면서부터 정리를 잘하게 됐다. 좋아하는 물건은 버리기 아쉬워서 이별 의식을 치르곤 했다. 그건 바로 사진을 찍어 저장한 후 버리기였다. TV프로 ‘신박한 정리’에 나오는 물건 기념사진의 원조가 나일지도 모르겠다. ‘버려야만 짐이 아닌 내가 집에 살 수 있다.’라는 생각은 정말 신박한 변화를 가져다줬다. 집안을 정리 정돈해줄 뿐만 아니라 예쁘게 꾸밀 공간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마음의 여유는 보너스였다. 정리 정돈된 여백 있는 예쁜 집에 사는 즐거움은 삶의 건강지수를 올려주기에 충분했다. 버리면서부터 나는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은 것이다.
오늘 질문에 답하다 보니 세 개 더 정리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 핸드폰 속 사진, 받은 메일함 그리고 감정까지도 정리 정돈을 해야겠다. 버릴 건 버리고 기록할 건 기록해서, 불필요한 사진, 메일, 감정으로부터 무거워진 삶을 해방해야겠다. 꽉 채워서 무겁게 사는 삶, 이제 멈추고 싶다.
이제 가장 자신 없는 것을 말할 차례다. 요리를 못 한다. 하기도 싫어하고, 해도 맛이 없다. 그런데 더는 배달음식에 의존하며 살기 싫어져서 요리 부심이 생기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나'라는 문장을 본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배달음식이나 포장 음식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내 몸을 포장음식 보단 생기 있는 음식으로 채우고 싶어졌다. 지금처럼 먹다간 내 몸이 플라스틱 포장용기가 될 지도 모르니까. 그 생각은 '소중한 사람에게 무엇을 먹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런 모든 정황들이 나에게 정성 담긴 요리가 백 마디 말보다 더 짙은 사랑 표현이란 걸 깨닫게 했다. 그러나 요리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해서 갑자기 요리를 잘할 순 없다. 요리 꽝 손인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어떤 게 있을까? 할 수 있는 음식 이름은 모르지만, 필요한 부분은 분명 있다. 건강 식단이다. 김치찌개도 못 하면서 건강 식단을 언급해? 어디선가 비웃는 소리가 들리지만, 2021년은 서술어 바꾸는 해로 설정됐기 때문에 나의 도전을 말릴 순 없다. 그래! 요리 못 하는 여자에서 나만의 건강 식단이 있는 여자가 돼야겠다. 감히 나는 선포한다. 내가 먹을 음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먹을 음식을 주문하거나, 포장해 오던 삶을 거부하겠다고! 대단한 요리를 하고 싶다는 포부가 아닌, 나를 가치 있게 대우하기로 한 것이다.
장단점을 먼저 파악한 이유는 인생을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타인의 목소리에 쫓기지 않기 때문이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다양한 모양과 색을 가진 우리가 누구의 분류인지 정확한 출처도 모른 체, 사회 속에서 잘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으로 분리된다는 것 자체가 억지 아닐까?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활용해서 자신답게 살아야 롤러코스터 타기 같은 인생에서 자기 목소리로 살 수 있다. "너는 이거 잘해? 난 이걸 잘해." 서로 잘하는 것을 응원하고, 내게 부족하지만, 필요를 느끼는 분야는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나에 의해서 내 삶은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못하는 분야에 뺏기는 시간과 정신적 소모를 최소화해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없는 것, 못하는 것, 안 되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엔 인생은 짧을 뿐만 아니라 유한하며 단 한 번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있는 것, 잘하는 것, 잘 되는 것에 집중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21년은 나의 서술어를 바꾸는 한 해답게 변신을 거듭할 것이다. (아직, 호박에 줄 긋기 수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