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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May 23. 2021

배달음식과 손절한 이유

플라스틱 괴물이 되면 어쩌죠?


요리해서 먹어요?

당신은 한 끼를 어떻게 해결 하나요? 나는 배달음식에 의존하곤 해요. 요리를 잘하는 친구가 자주 맛의 레전드를 갱신하는 요리를 해줘서 맛의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하루는 세끼라서 남아 있는 한 두 끼는 날마다 고민거리랍니다. 그래도 요리할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몇 번 도전해봤지만, 아들도 친구도 나의 음식을 다시 맛보고 싶어 하진 않았죠. 이쯤 되면 그 흔한 요리 꽝손 중 대표 꽝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죠?


배달음식, 이대로 괜찮은 걸까?

친구의 요리가 식탁을 풍성하게 채우지 않는 끼니는 주로 배달앱에서 주문하거나, 시장에서 반찬을 사오 곤 해요. 특히 배달 음식을 더 선호해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클릭 몇 번에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어느 날 배달앱에서 요리를 주문하는 모습을 지켜본 친구가, "너 진짜 빠르다."라고 말했을 땐 내가 신세대라도 된 듯 뿌듯했어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배달앱에 얼마나 자주 주문을 했으면, 주문 속도가 빠르단 소릴 들을까? 내가 무심히 시켜 먹는 배달음식,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싸늘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두세 달 사이 체중이 증가한 것과 배달음식의 관계부터 따져봤어요. 합리적인 의심이었지만 몸무게가 늘기 전에도 자주 배달음식을 시켜먹곤 했으니 범인 후보 1은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게 됐죠. 하지만 내 신체 변화의 배후 세력엔 분명 배달 음식이 있을 것 같아서 하나 더 확인하기로 했죠. 배달음식 주문 횟수가 늘어난 것을 짐작이 아닌, 숫자로 확인하기로 했어요. 앱의 주문 내역을 꼼꼼히 살펴봤더니. 앗, 나는 일 년 사이 배달음식 주문 횟수가 두배나 늘어 있었어요. 내 생각엔 어쩌다 한 두 번 시켜 먹은 것 같은데, 앱에 나타나는 수치는 배달 음식이 주식이 됐음을 비웃듯이 알리고 있었죠. 아뿔싸! 내 식사엔 문제가 많았구나!


플라스틱 괴물이 되면 어쩌죠?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한다는 건... 식사가 아니라 연명이 되는 건 아닐까? 내 일상을 파고들어 온 배달음식이 내 몸에 무리를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닐까? - 합리적인 의심을 하면서 떠오른 또 하나의 무리수가 있어요. 그건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수거할 때마다 느꼈던, '이건 아닌데, 이렇게 함부로 쓰레기가 쌓여도 될까'하는 부분이었어요.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마다 놀라곤 했거든요. '내가 만든 쓰레기가 이렇게 많아? 재활용된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많아. 나라도 쓰레기를 줄여야지. 그래야지!' 하면서도 매주 쓰레기는 늘어만 갔어요.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것들 중에 환경에 대한 무책임이 있었던 거죠. 무심히 쓰는 물건들이 썩지 않는 쓰레기가 돼서 지구를 삼켜가고 있는데도 터널에 들어가기 전엔 터널의 어둠을 모르듯이 오늘은 이래도 돼라는 주문에 걸려서 무분별한 오염에 동참하며 살고 있었죠.


'난 그래도 환경 신경 쓰는 사람이야'했지만 분리수거할 때마다 내가 오염의 주범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 시대가 되며 더 다양해진 배달음식은 포장을 위한 포장의 극치를 이룬 것 같아요. 작은 샐러드 도시락이 들어있는 데 배달돼 온 상자는 엄청 커서 놀랬고, 육회 2인분을 시켰을 뿐인데 스티로폼과 충전 비닐은 어찌나 크던지. 그걸 풀다가 성질 나빠질 뻔했어요. '이대로는 안 된다! 포장을 간소화해야 해!'라고 외쳐봐야 내 귀에 들릴 뿐이었죠. 나도 구하고, 환경도 구해야 해!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변화가 등 떠밀고 있는 게 느껴졌어요.


배달앱 대신 반찬 그릇 들고 시장에 가자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갑자기 요리를 할 수도 없고.'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하지만 '배달음식에 의존하며 이대로 살아가면 1년 뒤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상상하니 플라스틱 괴물이 돼버린 내가 떠올랐어요. 이럴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단을 해야 하죠.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배달음식에서 탈출해서 요리하는 삶을 살기로! 자신 없지만, 내 식탁을 내 손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겠죠? 대단한 요리까지 욕심내지는 않아요.  간단한 건강식을 찾아봐야겠어요. 먼저, 실천하기 쉬운 구체적인 3가지 행동 규칙을 정했어요.

1단계, 간단한 건강요리법 정보를 찾아서 따라 해 보자

2 단계 배달음식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에 가자. 반찬가게 과일가게에서 신선한 음식을 내가 골라서 장을 보자.

3. 일회용이 아닌 반찬 그릇에 담아 달라고 하자.

내 건강도 지키고 지구 건강도 지키기 위한 3가지 단짠 박아민 규칙. 2번 3번 규칙과 친해지면 슬쩍 1번 요리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우선은 플라스틱을 줄이고 배달요금도 줄이고 몸무게도 줄이고 가계부도 살리는 일타 사피의 실천을 하기로 구상하니 벌써 의욕이 솟네요.


식탁의 건강을 선포하다

"배달음식 지금처럼 먹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배달음식과 손절'로 결론이 났어요. 물론 손님을 초대한 날 족발이나 보쌈을 시켜먹는 즐거움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랍니다. 다만 기본이 퇴색해 버린 내 식탁의 건강성을 되살리기 위한 식사 습관 바꾸기니다. 오늘부터 일요일 저녁식사 후 생협까지 달려가서 장을 보는 루틴을 시작합니다.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냉장고에서 꺼낸 신선한 재료를 식탁에 올리기로! 일주일 뒤에 그 성과를 보고할 때 부끄럽지 않도록 식탁의 혁신! 을 응원해주세요. 아직 요리까진 아니지만, 장 보러 가는 사람으로 변신 시작!

주말저녁은 장보는 시간


사진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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