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있었던 신나는 일 중에 베스트 TOP3에 드는 순간이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등교가 중단되는 등, 어려운 시기에 받아서 더욱 특별한 상이었다.
대회는 언택트로 ZOOM이란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신청한 학생들은 집이나 소속 학원에서 대회를 참가해야 했다. 공연장이나, 세미나장에서 대회가 진행될 때보단 긴장이 덜 되겠지만, 대회의 수준은 여전히 높아서 수상에 대해 기대를 하진 않았다. 등교하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학업 성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반전을 주고 싶어서 참가했기 때문에 '수상'보다는 '동기부여'가 목표였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대상을 탔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어떻게 준비해서 대상을 받았을까? 대상을 타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대회에 참가하며 세 가지 규칙을 세우고 지키려 한 것이 도움이 컸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세 가지 규칙을 소개하겠다.
동기 부여가 우선이다. 스스로 준비하게 하자
선생님이 권하거나 엄마만 원해서 대화에 참가하게 되면 첫 단추부터 남에 의해 채워지는 탓에 대회 당일
발표할 때도 누구를 대신해서 하듯이 하게 된다. 억지로 참가하면서 최선을 다하길 기대할 수는 없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반복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런 억지스러운 설정에 학생들을 끼워 넣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님께 참가 안내문을 돌리고, 3일의 시간을 기다렸다. 어느 학생에게도 '대회 참가 권유'를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한 명도 대회 참가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인정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3일째 되는 날, 5명의 학생이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루가 더 지나자 세 명의 학생이 더 참가를 희망했지만, 주최 측에 문의한 결과 이미 참가 정원이 마감된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다섯 명의 정예부대와 함께 영어 말하기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신청서를 낸 다섯 명의 학생들에게'스스로 참가를 희망하는지'를 물었고 아이들 모두 흔쾌히 'Yes!'라고 답했다. 반지 원정대가 아닌 대상, 금상, 은상 원정대의 출발이었다.
실전처럼 연습하라
'대회 참가해 볼래요.'하고 당차게 시작했지만, 첫 번째 관문 '대본' 작성하기부터 아이들은 당황해야 했다. 선생님이 원고를 주고 '외워라.' 할 줄 알았는데, 스스로 자기소개와 2분가량의 대본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기만 하는 학생은 집에 돌아가면 선생님 목소리만 기억나'라고 주장하며 '참여수업'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잘하든 못 하든, 완성하든 못하든 일단 스스로 작성하게 시켰다. 1, 2학년 학생을 위해서는 자기소개 예문과 자기소개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정리해서 제공해주었다. 처음 작성한 자기소개와 대본은 솔직히 형편없었다. '내가 제대로 못 가르쳤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단지 첫 단추일 뿐이라 위로하며 아이들과 함께 수정하고 보완해갔다. 물론, 그때도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답을 찾게 하려 애썼다. 정말 '애썼다'란 표현이 딱 맞다. 왜냐하면,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게 쉽지, 답을 찾도록 안내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정답은 한 마디로 되지만, 질문과 설명은 열 마디, 스무 마디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스스로 반 선생님의 도움 반으로 자기소개와 대본은 완성되었고 이제 암기가 다음 미션이 됐다. 대회 날까지 5주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계획했는데 3:2 작전을 세웠다. 3주 동안은 학원 수업에 방해 안 되게 집에서 연습하기, 대회 전 2주 동안은 집중 연습을 위해 학원에서도 연습하기로 했다. 그래서 첫 주는 대본을 완성하고 발음과 내용 익히기, 둘째 주는 무조건 암기하기, 셋째 주는 하루 1번 동영상으로 연습 장면 찍고 느낀 점 기록하기, 넷째 주는 강약을 살려서 발표하기와 동작 연습, 다섯째 주는 대회처럼 발표하기 훈련을 진행했다. 셋째 주부터 영상을 촬영하며 연습하니 실전처럼 자세를 취하는 장점 외에 자신의 소리와 동작을 보며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아서 보완해 가는 자기 주도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탁월한 효과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서로 심사위원과 관객이 되게 했다. 선생님의 지도도 필요하지만, 학생들 간의 칭찬과 조언 또한 도움이 컸다. 친구에게 '목소리가 너무 작아'라고 말하고 나면, 그 점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게 되는 이중효과가 있었다. 각자 참여하지만 다섯 명이 한 팀으로 연습을 진행하니 집중하고 에너지를 가속하는 이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명령받는 연습이 아니라 서로 조언을 해주니 분위기가 활기찼다. 틀리면 다음 대사를 알려주기도 하고, 동작이 잘 못되면 웃겨서 다 함께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자율적인 분위기가 연습을 즐겁게 했고 즐기는 것이 최고의 효율성을 만들어갔다.
도전과 실패를 즐겨라
이 규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스스로 참가를 원했다고 해도, 연습을 5주간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대회에 나가서 수상권에 못 들면 실망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래서 연습하는 내내 '도전과 실패 둘 다 누릴 줄 알아야 한다'라고 얘기해 줬다. "지금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첫 도전이지만, 지금 용기 내서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다음번엔 경험이 쌓인 두 번째가 돼서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라는 얘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연습이 끝나면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표현 'I can do it!'을 구호로 외쳤다. 그런 작은 노력이 반복된 덕분에 대회 날 ZOOM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심사위원들이 지켜보고, 밴드로 생중계돼서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이 긴장되긴 마찬가지였지만 아이들은 제법 의젓했다. 대회가 시작되고 학년별로 진행될 때,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긴장하는 눈치였지만, 선생인 내가 '도전과 실패를 즐길'준비가 되어 있어서 아이들을 재촉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았고 아이들도 그 마음이 전해진 듯 안정적이었다. 대회 진행 중에도 많은 학원 선생님들이 다소 극성스러웠지만 난 '자신감 있게 하면 돼.' 하며 응원만 해줬다.
이 세 가지 규칙의 공통점은 하나다. 자신이 주도하는 연습과 대회가 되기 위한 것이다.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들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어 말하기 대회 수상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긍정'과 '도전과 실패를 즐기는 자세'이다. 대회 참가했는데 수상 못 하면 '야단 맞거나' '창피'한 일인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창피한 일이다. 난 제자들에게 건강한 경험을 쌓는 교육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노력해왔다. 내 삶이 온전히 그래서가 아니라 나 또한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삶을 살고 싶어서이다. 나와 함께 공부한 학생들이 '대상 수상'이란 상장보다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대회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전원 수상의 쾌거를 얻었다. 대상과 금상, 동상을 받았다. 상장을 받던 날 아이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2021년에 또 대회에 나갈 거예요."
충분히 좋은 교육을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래, 우리 또 대회 나가자! 또 대상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