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여자
똑똑 문을 두드린다. 동이는 후다닥 뛰어가서 문을 연다. 찰칵 경쾌한 소리로 잠금장치가 열린다.
환하게 웃는 그가 들어선다. 그는 환한 미소만큼 활짝 양팔을 펼친다. 동이는 와락 품에 안긴다.
끌어안은 그들에게서 온기가 펴졌다.
둘은 하나의 기둥이 되어 휘감아 솟아오른다. 동그스름한 원을 그리며 천장을 향해 오른다.
둘이 그리는 원에서 따스한 바람이 인다. 온 집안으로 퍼져 간다. 검푸른 벽을 덮은 벨벳 커튼이 걷히고 햇살이 집을 비추니 오렌지빛 벽 무늬가 비로소 빛나기 시작한다.
오렌지로 물든 햇빛들이 집안 곳곳을 쓰다듬는다. 반짝거림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동이와 그를 감싸 안더니 에메랄드색 장식장으로 퍼져 그 위에 놓인 아이리스 꽃에 호흡을 불어 준다.
꽃은 고개를 들며 고운 자태를 뽐낸다. 시계도 째깍째깍 다시 걸음을 걷는다.
반짝거리는 빛의 파도와 함께 동이와 그는 깃털처럼 가볍게 바닥에 내려와 선다.
그는 동이의 검고 긴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입술에 입술을 포갠다. 그와 동이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느새 아침이 되었네?”
동이는 작은 눈을 그의 눈에 맞추며 속삭인다.
“잘 잤어?”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달콤하다.
“기다렸어. 밤은 너무 차가워,”
“늘 아침은 오잖아.”
동이는 다시 그를 끌어안는다.
“따뜻해”
그가 걷는다. 동이의 집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그러나 늘 그의 걸음은 바쁘다. 동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걸음은 재촉하게 된다.
‘마음이 먼저 동이에게 가서 닿아 그녀를 깨워주고 안아주었으면. 그곳은 너무 추워.’
그의 걸음은 그녀에게 안겨주고 싶은 온기로 가득하다.
그가 열어 준 하루.
하루가 데리고 온 빛이 검푸른 벽을 덮은 벨벳 커튼을 걷어낸 후 오렌지빛 벽 무늬가 빛나기 시작한다.
햇빛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며 집안 곳곳을 붓질하는 듯 너울거렸다.
꽃은 고개를 들며 고운 자태를 뽐냈고 시계도 째깍째깍 다시 걸음을 걷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놓여 있던 사물들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뽐내듯 각자의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다. 동이와 그도 햇빛으로 물들어 발그스레 웃는다.
더할 것이 없는 순간은 집을 꽉 채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되게 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아름다움을 이룬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완전해 보이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침묵하는 척하면서 어둠을 데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가 다 차올라 저만치 창 위로 올라가고 있다.
시계의 걸음이 빨라지고 시계 소리가 동이와 그의 숨소리보다 커지는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찾아왔다.
해가 높이 솟고 공기가 팽팽하게 대기를 채우는 시간으로 차오르면 동이와 그의 등을 바람이 두드린다.
톡톡 그도 동이의 등을 두드린다.
“가야 할 시간이야.”
그는 동이를 다시 꼭 안는다. 동이는 그를 더 꼭 안는다. 동이와 그의 하나 된 몸은 온기로 환하게 빛난다.
그러나 그 빛은 이제 둘이 나눠 가져야 한다. 다시 아침이 올 때까지.
동이의 집으로 올 때처럼 칩 밖으로 나갈 때도 그의 걸음은 주저함이 없다. 문은 쉽게 열리고 금세 닫혔다.
쾅, 문이 닫히고도 한참을 멍하게 문을 바라본다. 늘 이별은 서둘러 진행된다.
“아침이 올 거야."
-------- 밤이 되면 동이의 집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글의 끝은 목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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