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하여. 살살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어디로 가고 있을까?
매일 어디론가 출발해야 하는 삶.
하루가 이어져 인생이란 그림을 완성해 가는 시간 여행.
그 여행이 어떤 역을 지나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창문을 열었다.
잠시 간이역에 서서 왔던 길과 갈 길을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내릴 수 없는 간이역에 내리기 위해 열린 창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간 여행은 멈추지 않지만, 나의 시선은 시간의 철로 위를 재빠르게 훑어갈 수 있었다.
숫자가 먼저 나타났다.
나이, 이번 달 결재할 청구서, 브런치 구독자 수가 마트 계산대 위의 물품처럼 지나갔다.
깜짝 놀랐다. 숫자가 내 인생 드라마의 첫 장면을 장식하다니!
아닌 척했지만, 숫자로 가치를 매기려는 세상의 의도에 적잖게 세뇌된 사람이었나?
책임져야 할 일 순위가 청구서는 아니지만,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순위가 청구서이기 때문에 숫자 정확히 돈의 압박을 받고 있을 뿐이지만 이렇게 숫자가 일 순위로 등장할 줄은 정말 몰랐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중요한 수단이자 목적이기 때문에 첫 장면에서 등장했을 뿐 숫자가 주인공은 아니다.
그런데도 주인공인 척 앞으로 치고 나온 적이 많긴 했다. 숫자란 공격적이고 야속하다.
몇 평에 사니? 친구가 몇 명이니? 학원 등록생은 몇 명이니? 인스타 팔로우가 몇 명이니? 브런치 구독자 수는? 숫자가 '양보다 질'을 뒤엎고 전면에 드러나곤 했다.
드라마 첫 장면에 나타난 나의 숫자는 초라하다. 내가 초라한 것도 아닌데 숫자가 나까지도 초라하게 만든다.
서둘러 시선을 철로 위 더 먼 곳으로 보냈다.
숫자를 지나 다음 등장한 것은 무엇일까? 바라는 것들이 비틀거리며 등장했다. 숫자에 순서가 밀리며 구석까지 몰리느라 숨쉬기가 힘들었나 보다.
그들을 자세히 살폈다. 소설가, 책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 가족, 글동무, 영어카페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우선 입김을 불어넣어 쪼그라든 모습을 제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잠잠히 바라보았다. 숫자가 청구서나 성적표였다면 이 친구들은 뭘 나타내는 걸까. 아니, 정체보다 진짜인지가 더 궁금했다. 들었던 말들, 주위의 말들에 뒤섞여 잘 못 따라온 건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너희 진짜니?"
"네가 살아온 결에 따라 모아진 너야."
입김에 제 모양을 찾아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눈도 초롱초롱해서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살아온 결에 따라 모아진 거라면 진짜가 틀림없다.
누군가 "너는 누구야?"라고 묻는다면 "460만 원입니다." "오십하고 셋입니다." "80명입니다." 이렇게 답하지 않는다. "난 박 아민입니다."라고 숫자가 아닌 명사, 이름으로 답한다. 조금 더 친절하게 알려 준다면,
"영어 가르치고 글 쓰는 행복한 박 아민이야." 동사와 형용사를 더해서 소개할 것이다.
그렇다면 숫자로 정의될 수도 숫자로 점수 매길 수도 없는 삶, 그게 바로 시간 여행이 아닐까?
다시 소설가, 책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 가족, 글동무, 영어카페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단어에 옻칠을 거듭하듯 정성스러운 마음을 덧칠하며 말했다.
"너희가 주인공이야. 너희를 지키기 위해 숫자가 앞서 나온 거야. 전쟁 장면에서 맨 앞줄에 선 전투부대 같은 거야. 너희를 지켜서 잘 자라게 하려고. 그런 너희를 뒤로 숨게 해서 미안해. 앞으론 어떤 순간에도 너희가 일 순위가 되게 할게."
창문을 닫고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 때가 됐는지 간이역 신호등에 초록 불이 켜졌다.
왔던 길과 갈 길이 한 철로 위에 있었고 난 재빠르게 주인공들의 이름을 새긴 깃발을 달았다.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깃발을 달고 달리게 됐으니 시간 여행은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 될 것이다.
다시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고 뿌연 안개마저 사라져 상쾌해지는 순간, 숫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내 욕심이었다.
욕심은 멈췄던 자리에 내려놓고 깃발 세운 기차는 철로 위를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살고 싶은 삶을 위하여. 살살.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은 그 질문과 마주할 기회를 꼭 한 번은 인생에서 갖게 됩니다. 살아온 결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요. 그걸 알아채는 사람도 있고,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박아민의 단짠노트 -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어디론가 출발해야만 한다. 폭우 속이라도 멈출 수 없는 것은 걸어가야 살아가는 일이 살아가는 일 다워지니까. 오늘도 나침반을 챙기고 출발한다. -박아민의 단짠노트 -
인생이 여행이라면, 지금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있나요?
마음 지도를 펼치고 당신의 북극성을 찾아보세요. -박아민의 단짠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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