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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Nov 06. 2020

몸과 마음의 도킹을 위한 랑데부-걷기

무너진 몸을 세웁니다. 

낮아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행동에 관한 글입니다. 


환함, 너그러움, 애교스러움, 유머감각, 애정표현, 유쾌함, 천진난만함, 느낌 좋은 사람들이 보이는 성격적 특성들은 모두 다 에너지가 넉넉한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사치스런 감정들이에요. 피곤함을 느끼면 일단 표정과 행동에 생기가 없어지죠. 몸과 마음이 에너지 절약 모드에 들어가게 되거든요. 불필요한 불은 다 끄는 거예요. 피곤하고 지친 사람은 웃으려고 하지 않죠. 웃을 일에도 화를 내게 되어 있어요. 
출처-(곽세라)-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1년 반 동안 일을 하며 수백 통의 전화를 받고 수십 명의 영업사원들을 응대하면서 느끼게 된 나만의 철학을 곽세라 작가가 모범답안처럼 이야기를 해주었다. 잠깐의 전화 한 통에서 느껴지는 말투와 뉘앙스에서 사람들의 마음 쫄림을 단번에 알아채는 능력이 생겼다. 그저 지나가는 행인 1일뿐인 나에게 먼저 "아가씨, 챙겨줘서 고마워요! 번거롭게 부탁해서 미안해요. "라고 한 템포 기다릴 줄 알고 배려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록 내가 너무나 바쁘더라도 한 번 더 돌아보고 싶은 너그러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문서 1장을 건네줄 때의 몸짓 하나만 보고도 그 사람의 최근 상황에 대해서 짐작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모션(motion)과 이모션(emotion)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습관의 회로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내 몸을 비집고 나와 모션이 된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모션의 변화를 통해 이모션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흔히 감정은 행동의 원인이라고 여기지만 에이미 커디 박사는 자세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라는 그녀의 저서는 몸과 자세, 얼굴 표정이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몸을 확장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바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몸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은 행동을 바꾼다. 또한 행동은 결과를 바꾼다. 당신의 몸으로 하여금 당신은 강력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말하게 하라. 당신은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프레즌스의 힘이다.

*프레즌즈: 자신의 진정한 생각과 느낌, 가치와 잠재력이 최고로 드러날 수 있도록 조정된 심리 상태

출처-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에이미 커디)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우울에 늪에 빠지는 순간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놓는 것은 정신줄이 아니라 내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열량의 도넛과 케이크, 밥 한 끼의 2배나 가까운 커피 섞인 음료를 무찌르듯 먹어치우며 오늘 하루 힐링이라며 자기 위안을 했다. 운동을 거르고, 지척에 있는 목적지를 두고도 택시를 타며 눕거나 엎으려 스마트폰의 세계로 도망간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을 끌고 다니다가 던졌다. 우울증이 이러한 행동을 유발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행동이 지속될수록 걷잡을 수 없이 정신이 무너지는 악순환의 경험을 종종 했다. 나는 스스로 은밀한 자해를 교묘한 방식으로 계속하고 있었다. 


몸을 어떻게 두는지를 보면 당신 성격의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행복을 느끼는 데 익숙지 않은 몸은 '행복한 느낌'을 오래 담아두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몸, 마음 시스템은 완고해진다. 익숙지 못한 감정이 들어오면 일단 '이물질'로 취급한다. 늘 신고 있던 낡은 슬리퍼로 돌아온다. 우울이 편안한 몸은 우울 속으로, 불안이 습관이 된 몸은 불안 속으로, 짜증으로 단련된 몸은 짜증 속으로. 그래서 평소에 지내는 방식이 중요하다. 

몸을 떠나지 않는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 내가 몸을 떠나는 순간 버릇이, 습관이 몸을 떠맡는다. 그리고 우리의 몸은 주인이 살지 않는 집처럼 황폐해진다. 그 안에 머물면서 돌보아야 한다.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곽세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정신만이 살아 있는지, 육체만 남아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누가 이 호수에서 나를 건져주었으면 했는데 친구가 이야길 했다. 인생은 셀프라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엔 나는 이미 너무나 어른이 되어 있었고 전문가를 찾아가기엔 너무 멀쩡한 것 같기도 했다. 정처 없이 떠 돌고 있는 나의 생각, 나의 영혼을 내 몸에 입혀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나 생각이 많아서 불안과 두려움이 많아서 견디지 못한 영혼이 "네 몸이 좁아서 도저히 숨을 못 쉬겠어" 라며 결국 도망을 갔다. 모든 생각의 스위치를 꺼버렸다. 


몸과 마음의 도킹이 필요했다. 


*도킹(docking):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우주공간에서 서로 연결되는 것.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들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궤도를 일치시키고 속도를 조절해 출입구를 맞춰 두 개의 우주선을 연결하는 과정

**랑데부(space rendezvous): 2대의 우주비행체가 서로 가까이 접근해 상대속도가 제로(0)가 되도록 일치시키는 기술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블로그 


출처-인터스텔라



천근만근 같은 내 몸을 현관문 밖으로 끌고 나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건 다름 아닌 한근태 박사님의 강의와 책이었다. 박사님은 몸의 중요성에 대해서 나에게 팩트 폭격을 하셨다. 



생각이 많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일까? 몸은 움직이지 않고 대신 머리만 사용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몸이 지나치게 편하다는 것이다. 먹고살 만하고 뚜렷이 하는 일이 없으니 에너지를 쓸데없는 생각에 쓰는 것이다. 전에는 먹고살기 힘들어 몸을 많이 썼고 생각할 여유가 적었는데, 살림이 피면서 몸은 편해지고 생각이 많아 육체와 정신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서 병이 온 것이다. 

우울하세요? - 그럼 운동하세요

새로운 길, 성공을 가로막는 결정적 한 가지는, 바로 초점의 부재다. 이것저것 할 건 많은데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다. 이를 회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운동이다.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곳은 헬스장이다. 나오면서 기분 나빴던 적은 단연코 없다.

난 매일 인출(retrieve: 배운 것을 다시 떠올리는)의 시간을 갖는다. 바로 걸을 때다. 운동과 걷기는 곧 사색의 시간이다.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만드는 최고의 시간이다.

출처-고수의 몸 이야기(한근태)




마음이 괴로운가? 사는 게 힘든가? 최선의 치료법은 몸을 괴롭히는 것이다. 

얼룩말이 사자를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럼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은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해서지요. 긴급 상황이 끝나면 호르몬도 사라집니다. 운동을 하느라 다 사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인간은 몸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끝나도 계속 호르몬으로 남아 있고 근육이 굳어져 있습니다. 근육이 굳어지면 혈액순환이 안 되고 몸에 이상이 옵니다. 

몸이 정신을 이긴다. 몸만이 현재이다. 

고민하는 대신 걸으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출처-몸이 먼저다(한근태) 




정말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하고 동의하니 나도 해보자. 

힐을 벗어던지고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 10센티 미터 힐을 신고 52킬로 그램의 체중을 견디는 것은 딱 서른 살 까지였다. 육중한 몸을 아슬아슬한 막대에 올려놓고 오래 걷는 일은 젓가락 위에 농구공을 올리고 균형을 잡는 일보다 어려웠다. 시간이 아까워서 홈트레이닝도 아이와 함께 했다. 즐겁고 신나긴 했지만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나의 몸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내 몸의 한계치를 경험하며 근육을 쓰는 일이 힘들었다. 나는 나의 몸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했다. 아이가 등원하면 레깅스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노트북 가방 따위 벗어던지고 홀가분하게 나왔다. 




걸어서 별벅까지! 미션을 주고 1시간 20분 정도 하염없이 걸은 내게 두유 카페라테 한잔을 아침 식사로 보상을 주었다. 오랜만에 여백을 느꼈다. 날씨 혹은 집중력 때문에 지금은 러닝머신 위를 걷지만 나는 경치를 보며 땅 위에서 걷는 일이 훨씬 좋다.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와 이야기를 하면 되는 시간. 이어폰도 빼버렸다. 걸으면서 생각이 없으면 걸음에 집중하면 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걸으면서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이토록 멋진 햇살과 바람, 낙엽, 붉은 물이 든 길을 걸을 수 있는 날이 1년에 얼마나 될까? 그냥 걸었다. '어! 저기 별벅이 보인다!' 하며 피로한 내 다리에게 잠깐의 쉼을 주고 허기진 배에 따끈한 두유 커피를 흘려준다. 피곤하지만 개운한 느낌이 사우나에서 땀을 내는 것과는 달랐다. 


많이 걸을 수 없는 날에는 지하철 2 정거장에서 내리거나 걸은 후 이용했다. 계단이 보이면 만세를 외치고 올라갔다. 너무 미미하지만 내가 무심코 먹었단 마카롱 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10분 20분 모인 걸음이 나를 만들 수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바람이 부는 날들이 계속되어 장소를 러닝머신 위로 옮겼다. 20대에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일은 견디는 일에 가까웠다. 30분, 40분의 시간을 어떻게 걸을 수 있지? 하며 드라마 시청 시간에 맞추어서 운동을 하러 가기도 했고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이 없어도 드라마가 없어도 걸을 수 있다. 걷다가 쉬운 느낌이 오면 속도를 빨리하고 땀을 흘리고 싶으면 힘차게 달리며 땀을 흘린다.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면 나는 러닝머신 위에서 넘어질 것 같은 몸이라 내 다리와 몸의 균형에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예찬론자였던 내가 걷기를 선택한 것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나의 생각과의 결합을 위한 랑데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주 도킹에서 조금만 각도가 맞지 않아도 우주선은 폭발할 수 있다. 나와 내 생각의 완벽한 도킹을 위해서 우주선은 몇 번이고 지구궤도를 돈다. 아마 걷기를 하는 나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어떤 해답을 바라지 않지만 걷기를 택한 이후에 1년 반 동안 나를 괴롭힌 안면경련이 엄청나게 증상 완화가 된 걸 보면 달라져도 달라진 게 아닐까? 오랜만에 안면근육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자유를 느꼈다. 왜 사람들은 비싼 비행기표를 구매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왜 걷는 일을 굳이 돈을 주고 해야 할까? 의문을 가졌다. 우리에겐 번잡한 소리를 피해서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고 순례길이 바로 그러한 장소이기 때문에 '걷는 일'을 구매하는 건 아닐까? 



진정한 나와의 도킹을 위해 나는 계속 랑데부를 시도한다.

맞지 않겠다 싶으면 또 궤도를 돌고 돌면 된다. 

신지 않는 하이힐 한 켤레를 정리한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필요가 없는 일을 하나씩 덜어가며 나의 궤도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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