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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Mar 24. 2021

2년 전 시험지를 여전히 풀며
아이의 웃음을 지킨다

[한달자기발견-day2]


day2. 당신에게 일과 삶의 균형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1. 당신에게 일은 수단인가요, 목적인가요? 


시간을 멀리 보면 궁극적으로는 목적을 추구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일은 나에게 수단이다. 


밥벌이 수단.

단순한 밥벌이만을 생각했다면 고만한 월급에 일과 일이 아닌 삶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던 직장을 그만두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5년에 가까운 경력단절을 종료하고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22-23살의 무경력인 대학생과 같은 월급을 받았다. 서울에서 계속 살게 되었다면 물론 커리어를 살려서 어떻게든 다시 일을 했겠지만 지방으로 내려오고나니 그런 일을 찾기 쉽지 않았고 우선 뽑아주는 곳이 있으면 뭐든 하겠다며 기꺼이 출근을 했다. 처음에는 5년만에 받아보는 월급이 소중하고 감사했다. 당장 굶어죽거나 어떻게 되는 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남편이 차와 전세 명의를 나로 돌리라고 하는 걸 들으며 상황이 엄청나게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벼락같은 일이 떨어진 상황에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공포심을 느꼈다. 통신비, 각종 보험료, 교육비, 각종 세금... 숨만 쉬어도 돈 나갈 곳이 많은 상황에 180만원의 월급은 나와 6살 꼬맹이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다음달에도... 그 다음달에도 제 날짜에 꽂힐 월급, 말 그대로 나에게도 캐쉬 플로우가 생기고부터는 출근길 아침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이따금씩 퇴근길 부모님께 드릴 야식을 포장해갈 때 느끼는 나에대한 뿌듯함을 돈으로 부터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이 자기결정권을 가지려면 나에대한 밥벌이는 내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유시민 작가님의 말은 이 때 부터 나에게 등대의 불빛과 같았다. 


일을 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안정감이 좋았지만 답답했다. 1년뒤, 2년뒤에도 나는 1년에 고작 10만원 오르는 연봉을 받으며 비슷한 일을 하고 어떤 권한도 없이 말단 여직원으로 남을것 같았다. 물론 이 돈을 고정적으로 받는 것은 내 삶을 정상적으로 돌리는데 필요하지만 결국 내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방법은 2가지였다. 시간당 나의 가치를 올려주는 일을 하거나 연봉을 훨~씬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 


후자가 더 좋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 당 나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삽질을 택했다.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라는 개똥밭에 굴렀다. 한달에 고작 40-50만원 벌던 초반에는 퇴사를 엄청나게 후회했다. 대단히 멋진 일에 대한 사명감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대개 이해가 되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이 월급이 없어지는 일을 택하는 것은 똘끼가 없으면 불가능했으니까. 1년 뒤에는 200만원을 2년뒤에는 400만원을 3년 뒤에는 월 천만원을 벌고 싶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가총액이 80%가 줄어든 나의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나에 대한 이 실험이 스스로 납득할만한 수준이 되면 싱글맘, 싱글 파파를 돕는 일을 하고싶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코가 석자라 내가 나부터 살려야할 지경이니 적어도 지금은 일이 나에게 온전히 밥벌이다. 



2,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나요? 



나는 6살 아이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서 일한다. 






이 명제는 어떠한 순간에도 나에게 진리와 같다. 멀쩡하게 살다가 예고도 없는 큰 사건을 겪고나면 하루에도 열 두번씩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미워서 평생 안고 살 주홍글씨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그런 결정으로인해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은 나의 꼬꼬마 딸이었다. 적어도 엄마라면 내 앞에 주어진 숙제를 회피하지 말고 반드시 풀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내 삶이 대단히 멋지고 행복하지 않더라도, 불행하더라도 아이 앞에서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책임감 있는 엄마가 되고싶었다. 그렇게 아이의 삶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주고싶어서 일을한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써니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서다. 



3.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나에대한 믿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나에대한 믿음이다. 

솔직히 나는 겁이 난다.  거대한 고객사가 요청하는데로 강의를 잘 할 수 있을지 겁이나고 하지만 좋은 평가로 잘 마무리가 되면 또 하나의 문제를 풀었다는 성취감을 경험한다. 그러면 또 다시 문제를 받아들 용기가 생긴다. 처음 내가 2년전 큰 숙제를 받았을 때 들여다 보기 싫었다. 감히 내가 풀 수 없는 삼중 적분과 양자역학이 있을 것만 같아서 절대로 시험지를 들춰보지 않고 3일동안은 울었다. 맞던 틀리던 일단 뭐라도 끄적여 보자고... 예전 대학교 다닐때 나는 공대 학생이었고 시험은 늘 주관식이었다. 백지로 내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아는 공식과 논리를 조합해서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뭐라도 끄적이면 최소한 해당 문제에 대한 점수가 0점인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른다고, 내가 아는 문제가 나올 수도 있고... 이 시험이 오픈북일수도 있고 사람을 통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나중에 내 딸이 나와 같은 문제를 겪었을 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뭘까 고민했다. 

도망가라고 부추기거나 내 딸을 고생시킨 사위를 나무라는 엄마는 되고싶지 않았다. 


써니야, 너에게 이 문제가 주어졌어.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면 너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거야. 너를 믿고 한번 풀어봐. 정답일지 오답일지 풀어봐야 하는거야. 제한 시간도 없고. 책을 찾아도 되고 몸으로 나가서 부딪혀도 되고 남들에게 물어도 되는거야. 중요한건 너가 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이것을 풀 수 있다는 너에대한 믿음이야.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는 것이고 나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믿음이다. 돈을 쫒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일주일, 한달을 설계할 때 항상 스스로 묻게 된다. 이 행동이 나에게 돈을 벌어다줄 것인가? 이 물음이 지표가 되어 그럼 나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나의 어떤 행동이 나의 돈을 불리는데 방해가 될 것인가? 에 대해서 생각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이런 압박의 단점이 있다면... 아이의 웃음을 지키고자 한 선택이 종종 아이와 함께 있을때 느긋하고 편안한 미소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아이가 빨리자야 일을 할 수 있는데!! ', '이번 주 주말에도 나가서 일을 해야 되는데.. ' 이런 압박감으로 나는 현재에 머물수가 없었다. 수많은 힐링서에서는 이야기 한다. 현재에 있으라고. 지금 내앞에 있는 사람에게 웃으라고. 미안하지만 눈 질끈 감고 1년은 이렇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에게 따뜻한 엄마의 품을 내어주는 여유가 사라지는 나를 발견할 때 마다 참는다. 쿠키를 구워주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3-4시간을 기꺼이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다. 대신 30분 동안 아이와 교감하는 놀이 한개 만큼은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애쓰지 않아도... 써니는 잘 자랄 거라는 믿음으로 일하는 시간에 내 삶의 무게를 온전히 두기로 했다. 



나에게 일과 삶의 균형이란 퇴근 후 아이와 온전히 보드게임에 몰입하는 것



나에게 일과 삶의 균형이란 

퇴근 후, 일을 잊고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면서 온전히 깔깔깔 웃어 줄 만큼의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까지 ___ 해야 하는데, ____ 안되면 어쩌지? 이런 조급함과 불안함을 내려놓는 것! 그 순간이 있다면 완벽히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지점이 될 것 같다. 그토록 갈망하는 균형을 위해 과감히 일과 삶의 불균형을 택해본다. 온전히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힘든일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아이를 케어하는 일을 줄이는 것이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쥐어야 할 만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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