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의 은근한 게으름
게을러 보이는 완벽주의자:
나중에, 완벽하게 하기 위해 계속 미루는 것
한발잡 동료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소감을 남기는 미션을 수행하는 날. 나의 동료분들 중 두 분의 글을 읽으며 꼭 나의 일기장에 써놓은 것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내 모습이 보일 때 느껴지는 이상한 동지애를 느끼며 " 맞아! 내 마음도 그랬어." " 너도 그랬니? " 하고 어느새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나의 일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늦었다"라는 생각.
"내놓을게 별로 없다"라는 생각.
"해도 소용없을 거야"라는 생각.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시작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심
-한발잡 YS님-
이미 30일 지키는게 물건너갔다 생각하니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건너 뛰어버리자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한발잡 JL님-
의지가 약하다거나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진실이 아닌것 같다.
일주일을 열심히 지키다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 하루, 이틀 거르게 되면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차피 매일 30일 동안 인증하는 목표를 달성하는건 실패이니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이미 늦었다고. 끝까지 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구름이 자꾸만 커진다.
나 또한 이런 생각들로 매번 연말 연초에 세웠던 다이어트 계획들이 하나같이 무산되었다. 며칠 하다가 나도 모르게 초콜릿 범벅된 머핀을 먹고나면 그 찝찝한 감정 때문에 처음부터 다이어트라는 목표와 계획 자체를 마치 없던 일로 덮어버리며 그만 둔다.
하지만 이 일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패일까?
행동의 완결(김재성) 이라는 책에 실패와 미완결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했다.
성공과 실패는 완결한 상태에만 적용되는 단어다.
미완결은 실패에도 이르지 못한 단계다.
나는 그동안 "에잇, 실패했어! 이제 소용없어. 다 끝났어. " 라고 자책하며 다시 도전하기 보다 그 자리에서 멈춘 날들이 더 많았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도 이르지 못한 단계인 미완결이었다. 실패라는 1층 밑에 미완결이라는 지하 5층이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1층에 머무른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
비록 중간, 중간 나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다음날 다시 지키면 되고, 다음 날 못 하더라도 그 다음날
다시 마음을 붙들고 하면된다. 혹은 완벽하지 않더라고 일단 하는것에 의미를 두고 해내면 되지만 완벽주의자들에게 그냥 해내는 것은 하지 않음보다 힘든 일이된다. 나중에 정말 제대로 하기 위해서 안하게 되는데 속 마음을 들여다 보면 '더 잘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1) 할 만한 기분이 아닐 때
할 만한 기분이 아니라서 그만 두는 사람들 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부터 다잡아야 한다. 그래서 시도 하려다가 '할 만한 기분'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만두거나 안 하는 일이 반복되고, 해야 할 것들이 점점 누적된다. 그럴 수록 불쾌한 감정의 무게가 커지면서 의욕이 나지 않으며 걱정부터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못하겠어. ', ' 왜 이렇게 귀찮고 하기 싫지? '
즉, 기분에 힘을 더 실어줌으로써 스스로 기분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반복적인 패턴은 나중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약하게 만든다.
2) 게을러 보이는 완벽주의자
완벽하게 하려고 완벽한 시간과 상황이 주어질 때까지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하는 행동' 보다 '생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이 행동보다 많아지면 아웃풋이 없기 때문에 불안해 진다. 걱정이 찐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적이 있다.
하기로 한 것을 제 때 해야하는 이유
잘하던 못하던 하기로 한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기로 한 것을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겨나면서 단단해 진다.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해낼 때 쒯! 인 기분으로부터 자유가 생긴다.
걱정이 빠지려면 방법은 단, 하나 행동하는 것!
완벽한 아웃풋을 만들지 않더라도 지금 내 실력으로 그냥 해본다. 라는 마음으로 일어나지 않은 걱정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태도가 필요하다.
- 참고도서 :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변지영 저) -
주중에 잠시 서울로 출장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SRT에서 한발잡 미션을 해내려고 노트북을 켰지만 도저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서 피곤함과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불안했다. 도착해서 아이를 보고 재우고 나서 하기에는 그 날의 미션이 평소보다 훨씬 어렵고 디테일했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여야 했다. 더군다가 브런치에 인증을 했기 때문에 대충 하고 싶어도 대충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과감하게 접고 육퇴 후 11시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가이드 질문에 따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높은 완벽주의자들은 꼼꼼히 하는 것 보다 세상 힘든 일이 대충 하는 것임을 완벽주의자들은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부족한 부분은 주말에 수정을 할 계획으로 12시가 되기 직전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그 날의 미션을 수행했다.
내가 나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일이 이젠 정말 싫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해놓고 슬쩍 떡볶이를 밤늦게 먹은 일을 내 안의 자아1은 알면서도 이런 자아를 바라보는 또다른 자아2는 못 본척 하며 속으로 자괴감을 느끼는 일이 이중인격자 같았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적절하게 나와 또다른 자아가 은밀한 거래를 하면서 나를 속이는 일을 더이상 그만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형편없이 했냐고 속으로 생각하더라도 팀원들과 함께 우리 같이 해보자고 하는 일에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던것 같다. 성공이라는 딱지는 받지 않아도 괜찮으나 딱 한번이라도 목표한 일을 완결했다는 쾌적한 느낌이 갖고 싶었다.
사람의 몸뚱아리는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도록 교묘하게 설계가 되어 우리에게 습관이라는 패턴을 만들어 버린다. 뇌에서 판단하기 전에 자동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게끔 한다. 우리의 생존에 있어서 매우 합리적인 시스템 이지만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에는 기존 습관이 터 놓은 물길을 바꾸는 일이 매우 힘들다.
매일 하는 일이 나를 만든다.
매일 특정한 일을 한다는 것은 내 몸에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일이다. 기존에 있었던 길 보다 더 깊고 경사가 가파르게 만들지 않으면 물길은 여전히 과거의 길을 따라 움직인다. 새로운 길을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계획한 일을 매일매일 하는 것이다.
이제 겨우 40% 정도의 기간이 지났다. 남은 날들에 또 얼마나 많은 지키지 못할 안 될 이유들이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친정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당하며 아이를 재우는 일을 부탁드리며 하고있다. 와르르 쏟아지는 잔소리에 마음은 고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는 사람" 이라는 한 문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