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사서 일을벌여야하는 이유]
[한달자기발견 day14]
오늘의 가이드
당신의 일 또는 삶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나요?
그 성과는 전문성의 여섯 기둥 중 무엇과 가장 큰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나요?
크기가 작더라도 '주체적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과 앞으로 벼락거지가 될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 문장을 우리는 한번쯤 경제, 금융 sns 채널에서 보았을 것이다.
"벼락거지"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자조적으로 가리키는 신조어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등하자 이를 보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현금의 가치가 떨어져 자산 규모가 줄게 되었다.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하고,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자본주의 열차의 끄트머리라도 움켜 잡으며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어찌 저찌 매달려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본전은커녕 끊임없이 뒤로 밀리다 못해 훅~ 하고 열차 끄트머리에서 떨어지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벼락거지를 면했다고 안도할 수 있을까.
비록 자산시장에서 나는 벼락거지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커리어 시장에서 만큼은 안전한 길 대신 수많은 책에 나오는 흔한 클리셰를 따르며 내 앞에 놓여진 안전빵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잠시 눈앞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안전빵을 먹는 순간 커리어 시장에서도 벼락거지가 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왜 그것을 거부했으며 내 입맛에 맞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는 '두려움'카스텔라에 손을 뻗으며 내 삶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적어본다.
1. 회사 17년 창립이래 존재하지 않던 CS매뉴얼을 제작한 일
(1) 굳이 사서 일을 했던 이유: 반토막 월급에 자존심이 상해서 어떻게든 내 궤도를 찾고 싶었다.
임신-출산-기러기부부 이 3종 세트를 겪으며 삶이 리셋된 상황에서 당장, 밥벌이를 하기 위해 지방의 중소기업에 입사를 했다. 업무 시스템과 문화, 일하는 방식이 1998년에 멈춘 것 같은 회사에서 초대졸 22살 신입사원과 똑같은 월급을 받으며 여행 부서의 오퍼레이터, 사원으로 입사했다. 열정과 스마트함은 회사에서 쓸데없이 튀는 사람으로 보였지만 루틴하게 주어지는 업무가 싫었다.
(2) 성과를 만든 과정
상조회사는 해약 상담을 굉장히 잘하는 일이 여직원의 능력을 평가받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최전선에서 고객의 총알받이라고 하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모든 직원들이 해약 상담 테스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보면서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은 제각각 일 수 있으나 대응하는 논리는 반드시 표준화가 되어야 하고 오랜 경력의 직원이 퇴사하더라도 남은 직원들이 제대로 업무 처리를 하려면 가이드가 필요했다.
회사 입사 초반 교육을 받을 때 녹음해놓은 파일을 다시 듣고 회사에서 가장 고객상담능력이 뛰어난 상사분 한분께 부탁을 드리며 재교육을 요청했다. 고객이 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을 끄집어내고 비슷한 답이 나올 수 있는 카테고리끼리 분류했다. 회사가 발전해온 스토리, 상조업계가 커진 히스토리 등의 배경 설명을 충분히 듣고 최근 기사들을 보면서 답안을 만들었다. 한번 더 관리자의 확인을 받으며 오류 체크를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과 이모티콘을 사용해서 답변이 한눈에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었다.
* 더 자세한 저의 고군분투 이야기는 아래 해당 글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 )
(3) 내가 얻은 것 : 전문성의 6 기둥 중 (브랜딩)과 (태도)의 기둥과 연결된다.
논리가 반듯하니 예전보다 전화응대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고 자연스럽게 나는 회사에서 고객상담을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오너에게 각인이 되어 있었다. 상조회사에서 고객상담 능력은 회사의 영업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능력이었다. 덕분에 오너에게 최소한 밥 값하는 직원이라는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었고 사내에서 가장 CS마인드가 뛰어난 직원으로 인정받으며 직원 CS교육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든 일을 정해진 것만 하려고 하면 항상 눈치가 보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보려고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겼다. 경력 단절 후 입사는 나의 커리어와 다른 분야로 시작을 했지만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면 내가 계획하는 길로 나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 굳이 사서 일을 했던 이유: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나의 장점을 어떻게든 펼치고 싶은 간절함
회사를 다니면 2종류의 일이 있다고 믿는다. 월급을 받으면서도 전문성을 쌓아가며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그 일고 밥을 먹고살 수 있는 일 / 회사의 시스템과 루틴으로 움직여져서 회사를 나오는 순간 할 줄 아는 게 없어지는 일->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고 내가 아니라 다른 누가 해도 고만고만한 일
당시 나의 일은 완벽하게 후자에 가까웠다. 1년, 2년은 정해진 월급에 애 학원비나 벌면 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살지도 모르지만 나는 학원비도 벌어야 하고 생계도 해결해야 했다. 당시 그 위치에 안주하면 3-4년 뒤 커리어 벼락거지가 될 확률이 100% 였다. 잘못될 확률이 100%인 길을 계속 걸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벼락거지를 자청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회사에서 내가 좀 더 스트레스 받아도 영향력이 커지고 의미를 만들 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싶었다.
(2) 성과를 만든 과정
나 혼자 속한 TF팀을 만들어 " OO회사 성장연구소"로 이름을 붙이고 나를 "성장 트레이너"로 정체성을 부여했다. 기획안을 만들어서 회장님께 직접 보고를 들어갔다. 창사 이래로 여성 직원이 영업본부의 관리자 대신 아침 조회를 진행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서른두 살,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받았던 엄청난 쫄림도 이겨낸 유전자를 갖고 있으니 못할 이유가 없었다. 여행업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급휴가를 갔지만 그 시간을 회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시간으로 쓰겠다고 자발적으로 기획안을 만들고 교육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했다. 정해진 업무가 아니니 내 일을 하면서 +@ 덤으로 새벽에 일어나 강의 준비를 했다. 녹록하지 않았다. 당시 영업본부의 본부장님이 시간이 없다며 자꾸 강의를 못하게 만드셨다. 어떻게든 마음을 바꿔 보려고 커피와 간식 공세 + 교육자료 배포 + 내 돈 내산 손소독제 배포 등의 노력을 하며 강의를 할 기회를 만들었다.
(3) 내가 얻은 것 : 전문성의 6 기둥 중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눈치 보지 않고 교육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던 상사분과 함께 영업본부를 이끌어가는 직원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신인 교육도 해보고 엄마들을 위한 콘텐츠도 만들어서 소소한 이벤트성 교육도 진행했다. 나는 무급휴직은 가지 않아도 되었고 회장님은 나를 가리켜 보고를 잘하고 보고서를 잘 만드는 직원으로 불렀다.
그 중심엔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이 일이 회사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옳은 일이라는 진정성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진실함, 이 일이 나의 단순한 자아실현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비용과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는 논리와 논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을 배웠다. 더불어 강의를 준비하면서 몇 년 동안 감이 멀어져 있었던 분야에 대해서 다시 학습하고 배우며 강의력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었다. (기술)
* 더 자세한 저의 고군분투 이야기는 아래 해당 글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 )
(1) 굳이 사서 일을 했던 이유: 이 일이 나를 담대한 성장으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
대기업 OO사의 온라인 강의 진행을 하게 되었다. 회사를 나오고 6개월 만이었다. 나는 불과 6개월 전까지 중소기업 말단 직원이었다. 그런 나에게 퇴사 후 여러 기회가 찾아왔다. CS 모니터링/컨설팅, 대학교, 공기업 강의를 했다. 고만고만한 일들을 하다가 다시 스트레스 레벨이 높은 일을 마주하며 두려움으로 밤잠을 설쳤지만 이 두려움의 끝에 나의 성장이 있다는 것은 100% 확실한 일이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중 가장 마음의 부담이 심했던 일이 대기업 온라인 강의였다. 과정 개발을 하는 일은 열심히 ppt를 만들면 되지만 온라인 강의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많은 강사들의 직업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기기와 도구를 익히는 것이 체질적으로 안 맞는 많은 강사들이 그만둔다고 했다. 그럼 그 일은 내가 냉큼 집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자발적으로 온라인 모임을 만들고 5000원을 받고 자신의 강의를 홍보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냈다.
(2) 성과를 만든 과정 : 나의 장점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집요함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일을 할 때 늘 배움의 속도가 느려 터져서 윗사람과 동료를 답답하게 한다. 일머리와 별개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에 느린 사람들이 있다. 잘하는 방법은 집요함이다. 당장 서점에 가서 온라인 강의와 관련된 책을 훑어보며 몇 권을 구매했다. 전차책도 여럿 담아서 필요한 내용을 발췌하며 스텝 바이 스텝 셀프 실습을 했다. 모바일-태블릿-노트북-데스크톱 이렇게 여러 개의 기기를 동시에 놓고 호스트가 되었다가 참가자가 되었다가 하며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습했다. 실습이 진행되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는 일. 학습자의 예측되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이 두려웠다.
(3) 내가 얻은 것 : 전문성의 6 기둥 중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이걸 잘하고 나면 나의 인생은 오늘 전/후로 나뉠 것이라고. 매일매일 시뮬레이션의 연속이었다.(사고력) 같은 업종이라 직전 회사에서 영업사원들에게 교육을 했던 일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사례를 들 때 실감 나는 멘트들을 할 수 있었다.(커뮤니케이션) 강의 시작부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도 예전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기술) 덕분에 이번 달에도 강의를 계속하게 되었고 담당자의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생각보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강의를 하는 것이 체질에 잘 맞는다는 나에 대한 의외의 발견을 했다. CS강의를 온라인으로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어떤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얻은 것이 이번 일의 가장 큰 성과이다. 내가 다음 스텝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다. 이 일을 거절하지 않고 해 보겠다고 선뜻 나선 나의 선택에 대해서 매우 만족한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했던 일은 아무리 의미를 만들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나의 값싼 노동력으로 누군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일종의 도구였지 내가 성장하는 일은 아니었다.
지금 있는 그 자리, 그 업무가 편하다고 해서 편함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편하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 혹은 기계로 언제든지 대체가 될 수 있음을 코로나 팬데믹으로 배웠다. 전화상담이 주된 업무였던 나는 누군가의 1시간은 시간당 100만 원의 가치가 있고 나의 인생은 고장 1만 원이라는 사실을 직시했던 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시간당 내 몸값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 경력으로 나를 되돌릴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그 답은 내가 굳이 사서 그 일을 만들고 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인사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제대로 된 업무 분장이 없는 회사라면 더더욱 떙큐다! 내가 만들어서 일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분명 튀는 짓을 한다고 뒷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어떤 포지션으로 이직을 하거나 그 일로 내일을 만들어 먹고 살 예정이라면 지금 있는 나의 회사 나의 포지션에서 내가 원하는 일로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갈고리를 탁! 하고 걸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나의 열망을 알려야 한다.
" 생각보다 도와주세요. 저 ___ 하고 싶어요. "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회는 그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며 그 간절한 눈빛이 나를 돕도록 만든다.
올해는 어떤 일을 또 굳이 사서 할까? 사고 싶은 위시리스트가 아니라 나의 의미를 만들 수 있는 도전 목록을 적고 시도해보는 일이 벼락 거지 탈출 게임에서 100% 승리하는 일임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