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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May 24. 2021

당신은 개념이 있나요?

내 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자기개념 설계


"강사님, 고민하신 흔적이 정말 많이 보여요." 


강의를 진행하고 끝내고 난 뒤에 받는 많은 피드 백 중에서 나의 애씀을 알아봐주는 이들을 통해 돈 이상의 가치를 느낄 때가 많다. 나는 느린 사람이다. 시간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요즘 세상에 나처럼 느린 사람은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휙휙 그냥 저냥 끼워 맞추듯 하면 돈은 조금 더 벌 수 있지만 억지로 끼워 맞춤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스스로 느낀다. 


강의교안을 만들고 파일럿 테스트를 셀프로 진행할 때 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하면 이 내용을 조금 더 쉽고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까?' 라는 질문으로 내 머릿속은 가득차 있다. 


대강 넘어가도 될 만한 것들을 스스로 걸고 넘어지면서 다시 생각하고, 고치고, 반복하는 느림을 알아봐주는 담당자를 만날 때 그리고 그것이 배우는 사람들에게 유효하고 긍정적인 기대로 강의가 마무리 될 때 시간을 '애써서 들인' 보람을 느끼곤 한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기개념을 가지는 사람 


퇴사를 하고나서 몇 년 만에 다시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가르치는 분야에 대한 자기개념이 있는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간절함이었다. 

이것, 저것 모두 판매하는 분식집이 아니라 만두라는 단품을 판매하더라도 그- 집에서 먹어야 할 이유가 확실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내가 하는일에 나의 개념과 철학을 탄탄하게 세우는 사람은 스스로 "나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하지 않아도 그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 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떠한 준거로 규정될 수 있을까? 


조금 정성적인 개념으로 설명을 하기위해 제현주님의 [일하는 마음]의 내용 중 일부를 소개 한다. 


상황을 통제하는 감각

잘 된 강의의 가장 큰 이유는 청중이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나만을 놓고 보자면 내가 강의 주제에 대하 '자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돌이켜 생각한다. 그 자유로움이란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이다. 이런 확신은 신체적 감각과 맞닿아 있다. 스키에 비유하면 지금처럼 스키를 잘 타지 못했을 때는 큰 스키장의 슬포프에 오를 때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미지의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스키가 늘고, 언제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든 내 몸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기면 그런 두려움도 사라졌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그것은 나의 존재를 보호할 능력이 내게 있다는 단단한 감각이다. 그날의 강의주제도 내가 스키를 탈 때 느끼는 통제력 보다 결코 적지 않은 통제력을 느꼈을 것이고 누가 어떤 질문을 해오든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글쓰기든 요리든 달리기든 시간을 들인 효과는 누구보다 자신이 알게 된다.
 





우리 엄마는 갈치찌개의 달인이다. 

외식관련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였던 남편이 가장 트렌디 하고 맛있다는 맛집을 두루 다녔지만 장모님의 갈치찌개만큼 맛있지는 않다. 라고 이야기 할 만큼 엄마의 음식솜씨는 기가 막힌다. 그 비결은 엄마가 김장을 할 때 만드는 양념인데 다양한 찌개에 활용하기 위해 김장을 할 때 여분으로 엄마만의 비율로 만들어서 두고두고 활용을 하신다. 그런데 이 비율은 계절이나 재료의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고 요리책에 나오는 것 처럼 딱 맞게 알려달라고 할 수 없다. 38년 동안 살림을 하면서 고스란히 쌓인 좋은 제철 재료를 보는 법, 그리고 그 재료가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데치거나 삶거나 숙성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을 감(感)으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손님들의 수에 맞춘 음식의 메뉴와 분량 조절,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려지는 아주 많은 양의 음식을 단시간에 어떠한 어수선함도 없이 꿀떡 꿀떡 질서있게 해나가는 엄마의 태도였다. 처음에 시집을 와서는 시어머니인 할머니께 빨래 하나도 못한다고 혼나며 매일 고된 시집살이를 하셨는데 언제부턴가 엄마는 우리 집안의 밥-줄 절대권력자가 되어있었다. 왜냐하면 따가운 잔소리를 들어도 좋을만큼 맛이있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전문가라는 것은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는가? 


"이제 강의 준비 다했으니까 책읽어야 겠다."

한 분야에서 10년이나 한 길을 걸어온 친구는 이제 강의를 하기 전 날 밤에 조용히 책을 읽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처음부터 물론 이 여유가 생긴것은 아니라고 했다. 늘 마음이 쫄리고 걱정이 되어서 불안함으로 강의가 끝이 나야 비로소 긴장을 놓을 수 있는데 여전히 어떤 강의들은 신경이 쓰여서 1년 365일 시험기간인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잘 된 강의 경험이 차곡 차곡 쌓이면서 다음날 망함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에 책을 읽을 여유가 생긴는 강의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했다. 


전문성이 생긴다는 것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도 내가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음을 내가 아는 것이다. 갑자기 특정 재료가 없어지더라도 손님의 숫자가 바뀌더라도 엄마는 아무런 동요없이 유연하게 그럼 이 메뉴를 이만큼 더 만들어야 겠네. 라고 하시면서 차분히 다시 자신만의 흐름을 지켜나가신다. 일 속에서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전문가가 되는 것 같다. 


일이 많아지더라도 중간에 뻥 하고 구멍이 생기더라도 내가 상황을 주도적으로 조율하는 느낌이 있다면 일에서 성장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대상자가 바뀌었다. 교육시간이 변경이 되었다. 강의장이 이정도로만 세팅이 되었다.) 라는 느닷없는 통보에도 흔들리지 않고 => (그러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상황이 이러하니 이렇게 해면 좋겠어요.) 라고 다시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태도가 전문가다운 분위기를 만든다. 


매번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지만 점점 그 원이 확장되고 일에서 내가 힘쓰지 않고, 애쓰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 나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전문가의 탁월한 퍼포먼스나 사고를 뒷받침 하는 인지능력을 심적표상(마음 속 이미지)라고 한다. 특정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패턴이다. 습관의 회로가 동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면 아마 엄마에게는 오랜세월에 걸쳐서 겹겹이 쌓아올려진 경험으로 만들어진 심적 표상이 있고 이 이미지로 인해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기개념이 있는 선생님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기개념이 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내안에 아래와 같은 심적 표상을 만들어 보았다. 2달째, 자기발견을 하면서 오랜시간 고민한 결과다. 




내 일에서 무의식적으로 이 심정표상에 의해서 내가 움직이고 있을 때 쯤에는 지금처럼 힘이 들어가고 애쓰지 않는 편안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진선 작가님의 브런치북[사수없이 성장하는 법]에 소개 된 드라이퍼스 모델과 전문성의 6개 기둥을 나에게 적용하며 내 일에서 힘을 빼기위한 방법론을 생각해본다. 


1) 내가 하는 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전문성의 6기둥 





2) 6개의 각 기둥에 대한 세부기둥 






전문성의 6기둥과 각 기둥의 세부기둥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탁월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강의 주제에 대한 제안이 들어온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관련분야에 대한 경력이 없었지만 반드시 꼭 해보고싶었고 글을 쓰면서 그 강의는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확신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동안 매일 축적해온 글과 대학원 내내 관심을 갖고 읽은 에세이, 논문, 리포트, 과제 등을 떠올리며 과정개발을 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시급이 1000원도 채 되지 않았을 일이다. 효율성으로 따지면 월급을 받을 때 보다 비효율 적인 이 일에 나는 엄청난 힘을 쏟아부었다. 이 강의로 받는 강사료의 5배 정도 되는 힘을 쏟아부은 기억이 난다. 물론 앞으로 계속 이런 방식으로 해서는 오래 지속할 수 없겠지만 100만원을 준다고 딱 100만원어치의 일만 하면 변화할 수 없다. 비록 죽도록 개고생을 하는 것 같고 내가 왜 이것을 한다고 했을까? 수없이 후회의 강을 건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을 크게 했던 경험이 쌓여서 더 큰 도전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가치롭다. 


처음 VOD 영상 촬영을 제안받았을때 덜컥 겁이 났다. 편집도 못하고 영상촬영은 실시간과 매우 달라서 노력대비 아웃풋이 굉장이 낮다. 일단 효율성이 낮은 것은 둘째고 방법부터 아무것도 몰라서 덜컥 겁이 났지만 장시간 온라인 강의를 실습도 함께 진행한 경험을 쌓고 나니 내 안에 새로운것에 대한 두려움이 무던해지고 있었다. 나는 나의 그런 용기가 좋았다. 조금 있으면 내 강의가 오픈이 되겠다! 라는 설레임으로 잡초처럼 일을 했다. 이 또한 겪고 나니 이제는 다른 학교에도 나의 강의를 열심히 제안하는 똥배짱 까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탁월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단순 반복적인 시간의 총량을 늘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처음에는 둘러 둘러서 갈 수 있지만 계속 이런 방법으로 지속하는 것으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더 열심히'가 아닌 '다르게 하기'의 힘이 필요하다. (다음편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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