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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May 23. 2021

당신의 동기는 볼록렌즈 인가요?

내 커리어의 초점은 어느쪽?

더 늦기 전에 다시 별을 보러 다녀야겠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의 꿈은 천문학자였다. 비록 그 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내 마음속 방 한칸에는 여전히 별을 보러 다니는 나의 삶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천체관측 -  절대 버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하기에는 내 투두-리스트에서 한참 밀려난 오랜 취미다. 


아이가 거품 목욕을 하는 사이 잠깐의 여유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멋지게 은하수와 별의 궤적을 촬영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게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방법이 아주 상세히 나와있어서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나도 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짧은 시간이지만 급하게 눈으로 스캔을 해놓고 잊지 않기 위해서 나의 카톡으로 링크를 공유해두었다. 



아이를 낳으면 꼭 SUV에 천체 망원경을 챙겨서 천문대로 올라가 별을 보는 엄마로 사는 삶을 꿈꿨다. 그 꿈이 최근 한달 자기발견을 하면서 자꾸만 방문을 열어달라고 들썩 들썩 거리며 나를 부른다. 




어쩌라고? 나는 지금 그럴만한 여유가 안되는데. 


언제부턴가 나의 삶, 내 행동의 기준을 정해 놓고 할 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했다. 

강의를 잘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인가? 콘텐츠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일인가?로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재단하기 시작했다. to do보다 not to do 리스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낭만적인 일들은 자꾸 뒤로 밀렸다. 


자기발견, 동료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한다면, 혹시나 이러다가 큰일 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주마등처럼 스치는 지난 일들에서 어떤일을 추억하고 어떤 것을 후회할까?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단히 큰 목적과 의미를 부여한 일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물론 일 자체의 목적과 의미는 더할나위없이 좋지만 이 일에 대한 동기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안을 회피하기 위한 동기인지 혹은 정말 그것에 대한 의미를 점차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일인지 글을 쓰며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하는 일의 동기는 무엇일까? 


어떤 경우에 우리는 무언가를 얻거나 이루기 위해 다가가는 전략을 취하는 한편, 어떤 경우에는 무언가를 피하거나 잃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전략을 취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차 한 잔 마시자고 다가갈 수도 있지만, 나에 대한 환심이 줄어들게 하지 않기 위해 밉게 보이지 않는 것, 실수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를 우리는 프로모션 포커스, 향상 초점이라하고 후자의 경우가 바로 피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프리벤션 포커스, 예방초점이라고 부른다. (히긴스의 조절 초점 이론) 


향상 초점이 활성화 된 사람의 경우 목표한 것을 얻거나 이루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고 

예방초점이 활성화 된 사람일 수록 손실이나 피해를 줄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서에 동기부여가 된다. 


<운동하기> 

예방초점: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비만하지 않기 위해서 운동하기 

향상초점: (긍정문의 목표) - 건강한 몸, 멋진 몸을 갖고 싶어서 운동하기 



참고문헌: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변지영) 



나의 동기는 어떤 초점이 활성화 되고 있을까? 


나는 최근 2년간 일을 하는 동기가 예방초점에 주로 맞춰져 있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경제적인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믿을 수 없다. 라는 생각이 큰-일을 겪고 난 이후로 아주 깊이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버렸다. 물론 최소한의 불안함이 어느정도 해소된 지금은 향상초점도 어느정도 활성화가 되어 있지만 여전히 마음속 주된 동기는 예방초점이 기준이 된다. 


<예방초점으로 강박과 집착이 생긴 단어에 대한 글> 

나의 강한 강박과도 같은 단어에 대한 자기탐색 에세이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함이다. 사람은 안전하다고 느껴야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자기가 되고싶은 모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드려면 주변 상황이 안전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내 상황은 항상 아슬아슬하고 불안하다. 그렇게 내 삶에서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항상 예방하고 회피하는 삶만을 살아간다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조절초점 이론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 전의 글에서 알렉스 룽구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자아 수축과 자아 확장의 의미로 설명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내가 어떤 동기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고 만약 내가 자아확장지향형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무엇을 하지 않을지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비록 상황이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가정을 해본다면, 모든 상황이 편안하게 세팅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어떤 일들로 내 삶을 채우고 싶을까? 그렇게 삶이 편안함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는 천체관측을 하며 천체사진을 찍는 일 

바쁜 업무로 일찌감치 접은 목공일을 제대로 배워 보는 일

아이와 책을 읽고 즐거운 독후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는 일 

온라인에서 학습자들에게 효과적인 배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수법 콘텐츠를 만드는 일 


아, 그러고 보니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가끔 강의교안을 완성하고 스스로 뿌듯함에 성취감을 느꼈던 날들을 떠올려 보면 나는 나의 작품이 남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아마 완벽하게 회피본능으로 강의를 했다면 스트레스를 이기면서 까지 이렇게 잠을 줄이면서 까지 오래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VOD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나만의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해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주 3-4일은 안식 휴일을 가져볼까 한다. 며칠의 시간동안 모든걸 다 할 수 없지만 스마트폰으로 별의 궤적이라도 촬영을 하는 기쁨을 느껴보고싶다. 일과 관련되지 않는 정말 순수한 기쁨을 주는 취미를 너무 힘주며 사는 내 일상에 들여오고싶다. 


내 옆의 사람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더 느낀다. 덮어두고 정말 언제 꺼내 볼 지 기약이 없던 천체관측을 글을 함께 쓰는 동료의 사진 취미로 부터, 삶의 전환점에 대한 글을 쓴 동료로 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아무리 발견하려고 해도 할 수 없던 것들을 타인을 통해 보게 된다. 


내가 잊고 살았던 세계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사람으로 인해서. 


내 인생의 초점을 이제 어디에다 둘 것인지 다시한 번 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껴왔던 오목렌즈는 이제 벗어도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것을 벗으면 혹시 앞이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볼록렌즈를 껴 본다. 비록 안전하지 않지만 안전하다는 가정하에 단 한번이라도 내가 앞으로 쭉~ 뻗어나갈 수 있는... 확장된 원을 그려볼 마음을 가져본다. 


혹시 나와 같이 예방초점만을 활성화 시키는 동기로 삶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온 사람들에게 이제 내 안의 원, 아래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 글을 작성하고 2-3일 후 저는 우선 아이와 옥상에서 달 촬영을 했어요! 

2021.5.25일 20:30분의 달이랍니다. 천문대에서 촬영하다가 스마트 폰으로 달사진이 이렇게 까지 촬영되는 줄 몰랐어요. 배율을 이만큼 확대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갤럭시 노트 만세를 외쳤습니다. 이 정도면 겨울에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또렷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달모양이 이렇게 되는 것을 보고 저희 써니가 아주 난리가 났답니다! 앞으로 써니를 더 놀라게 해줘야겠어요 : ) 조만간 천체망원경 집에 들일 조짐이 보입니다. 

10분의 시간으로 오늘의 행복 한방울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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