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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May 26. 2021

재생버튼을 누르는데 수십 번 마음먹어요

방해물을 중력문제와 약점으로 구분하기

언제까지 일시정지 할꺼야?


퇴사를 한 후 일에 몰입해서 한참을 달리다가 자기발견을 하는 지금, 달리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갈림길에 서서 우물쭈물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다. 나는 왜 앞으로 나아갈수 없는 걸까? 이렇게 계속하는 것이 맞는 걸까 라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업무로 상당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할 때보다 더 힘들다.


몇가지 버겁고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에 잠깐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겁고 힘들다 보니 내가 억지로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많은 일을 속도감 있게 하기는 단순히 경험에 대한 부족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웠다.


왜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쫄리는 걸까?


내가 부족해서 그런건지, 정말 시간과 환경적인 문제가 나의 일에 영향을 주고 있는건지, 오랫동안 고질병 처럼 앓아온 촘촘한 자기검열이 문제인건지 솔직하게 글을 써본다면 선명해질 수 있을것 같다.


높이뛰기를 하는데 잘 뛰어오르지 못하겠다면, 그것은 어떤 문제일까? 가이드 글에서 확장하여 나는 내가 뛰어오를수 없는 문제를 4가지로 구분했다.


1) 중력탓인가? (환경: 바꿀 수 없는 문제)

2) 나의 근력부족과 기술적인 문제일까? (자기관리, 실력)

3) 나의 심리적인 저항인가? (태도)

4) 옷과 신발의 문제인가? (자원)





1) 중력탓인가? (환경) - 육아로 인한 업무시간 부족


아이가 생기고나니 내가 원하는만큼 일을 하거나 자기계발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효율성을 높이던지 업무량을 줄이던지 혹은 돈으로 시간을 사던지 셋 중의 하나를 해야 하지만 내가 육아에서 온전하게 손을 놓지 않는이상 이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나는 돈으로 시간을 일부 사는 방법으로 친정엄마인 부양육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바뀌는 친정엄마의 건강상태와 컨디션, 스케줄로 변동성에 대비를 해야하고 꼬꼬마인 아이는 갑자기 아플일도 많이 생긴다. 이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중력문제다. 엄마로서 반드치 채워줘야 할 시간들이 있고 더불어 기러기 엄마로  혼자하는 주말육아는 보통의 워킹맘, 전업맘이 생각하지 못하는 체력적인 부담과 정신적인 고단함이 있다. 그러면 이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업무량을 조절한다 : 프리랜서 업무 특성상 균형적으로 업무량을 조절하기 힘들다.

- 시간대비 효율을 높인다 : 아이를 재우는데 걸리는 1시간, 아이를 재우며 녹초가 된 상태로 하는 일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2-3배로 소요된다. 11시~ 새벽 2시, 3시간 동안 하는 일을 새벽시간으로 옮기면 된다.


2) 나의 체력부족과 기술적인 문제일까? (자기관리, 실력)


자기관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체력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통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면경련은 자꾸만 시간이 갈 수록 심해지고 특히 VOD촬영을 하면서 쓸데 없이 몇 번이나 경련으로 인해 재촬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손으로 마사지를 해보기도 하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해보기도 했지만 유난히 심한 날은 하루종일 떨림으로 인해 힘들다. 그래서 강의를 할 때 목소리와 표정에 공을 들인다. 얼굴 근육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짜증도 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반복을 계속 해야 할 때, VOD는 하고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뚝딱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면 한번 더 도전하고 싶다. 그럼 이것은 약점이 아니다.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환경에 변화를 주면 좋겠다. 개선이 안된다면 밝은 표정과 목소리, 제스처로 단점이라고 느끼지 못할만큼 덮어버리던가 처음부터 약점을 오픈하고 학습자들에게 알리고 시작을 하던가! : )


강의력은 무엇으로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어느정도 객관적인 지표는 물론 있지만 어떤 사람은 강의력이 부족해도 콘텐츠의 탄탄함에 좋은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학습자는 아무리 콘텐츠가 유익하더라도 강의력이 없는 강사에게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복불복이다.  이것은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 한 것 처럼 나 스스로 강단에 서는 순간의 편안함과 통제력을 갖는 느낌이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준비된 느낌,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내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떼었다 붙였다 자유자제로 변형이 가능하고 어떠한 형태로 진행을 하더라도 내가 그리는 심적표상과 본질은 잃지 않는것. 이것이 실력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컴포트 존을 벗어난 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의하는 분야에 대해 내가 열렬히 좋아해야 하고 내가 그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험, 몸으로 익힌 스토리가 있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3) 나의 심리적인 저항인가? (태도)


무조건 잘하고 싶은 마음. 나스스로 완벽한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는 완벽주의 이 모든것은 인정받고싶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부정적인 평가를 절대 받고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표현하면 더 정확할 것 같다. 7년 전쯤 완전히 폭망한 강의를 경험하고부터 생긴 습관이다. 절대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싶지 않은 힘 들어간 마음이 자꾸만 과로가 일상이 된 삶을 살게했다.


정답의 기준이 완벽하게 밖에 있었다. 나 스스로 이정도면 충분했다. 라고 하는 나름의 타협점이 필요한데 나는 완벽하게 외부에서 정답을 찾았고 맞추려고 했다. 전문가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또 최소한의 노하우로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라고 스스로 멘토이자 전문가임을 어필하는 용기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며 나를 축소지향적으로 바라보지 않기로 해본다. 없는것, 채워야 하는것이 눈에 보이는 만큼 지금 내가 갖고 있는것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태도는 지금 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셋이다.


매일 머릿속으로 결심만 수십번 수백번을 하는데 몸은 왜이렇게 무겁고 엉덩이는 퍼졌으며 굼뜰까?

나이가 들었다는것은 빠릿 빠릿 민첩한것과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드러내는데에 있지 않을까?



4) 옷과 신발의 문제인가? (자원)


최근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일하는 공간과 삶의 공간이 같은 곳이라는 점이다. 집에 있어도 집에서 쉬는 느낌이 없고 일을 하다가도 해야 할 집안일들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특히 유치원에서 일찍 아이가 하원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일을 하기가 어려워 카페로 출동하는데 이럴 때 마다 업무공간이 따로 분리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녹색 크로마키 뒤에 가려진 교구들과 놀잇감이 주는 어수선함이 싫을 때가 있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만큼 이런것들을 견뎌야 하는데 아직까지 참을만한걸 보면 이 또한 약점도 중력문제도 아니라 내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정말 문제는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4가지는 내가 움직일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아니다. 받아들이거나 관리할 수 있는 문제들일 뿐이다. 하지만 최선의 결정을 하겠다는 마음은 너무 높고 두꺼운 벽과 같아서 나를 멈추게 만든다.


넥스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라기 보다

넥스트 스텝의 문제인것 같다.




가르치는 사람. 배움을 설계하겠다는 정체성은 변하지 않겠지만 무엇을 제대로 할 것인가에 관한것은 마음속에서 난리를 친다. 단지 경력과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분야에대한 강의만 해야 할까? 싫은데. 나는 그것 보다는 이런 분야를 하고 싶어. 자꾸 말하고 싶고 쓰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싶은 것. 그 영혼의 목소리가 아마 나를 자기발견이라는 곳 까지 데려가지 않았을까?


이 깊은 고민은 절대로 실패하면 안된다는 과한 욕심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제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 20대 처럼 하나씩 경험하는 커리어는 이제 하면 안된다. 라는 마음이 만든 지옥.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아직은 뾰족한 답을 찾기가 힘들다. 이렇게 고민하는 2달의 시간동안 뭐라도 테스트를 해보면 더 확실했을까?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즐거운 놀이터로 바라본다면 가벼워질 수 있을까? 써니가 금요일 밤 잠들 때 마다 이야기 한다.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잠들자 마자 바로 눈이 떠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나서 곤히 잠드는 아이는 아침이 되면 눈만 깜빡 했는데 바로 아침이라며 신기해하곤 한다. 이 린 꼬마에게는 세상에 그저 즐거운 실험장소일테니 무엇이 망설여질까?


거대한 벽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물총을 쏴보면 어떨까?

겁이 많아지는 중년이 될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하는 아이의 호기심이 거대한 벽을 넘는 지혜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일에서 놀이처럼 가볍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

오늘 내가 얻은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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