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매 수필
마트에 들러 별생각 없이 카트를 밀고 가는데 멸치 코너에서 아내의 발길이 멈춘다. 다양한 크기의 멸치가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다. 포장된 멸치를 흥미롭게 바라보는데 국물용, 볶음용 옆에 안주용 멸치를 별도로 판매한다는 것을 알았다. 늦은 밤 맥주로 홀술을 좋아하는 나는, 멸치보다는 소시지와 땅콩을 주로 안주 삼아 먹는다.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때로 멸치 안주가 생각날 때가 있었기에 그때를 위해 안주용 멸치를 카트에 담았다.
가족이 잠이 든 시각, 맥주를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소시지가 떨어지고 없었다. 얼마 전에 사다 놓은 안주용 멸치가 생각났다. 현진건의 소설 <빈처>에 나오는 아내의 독백처럼 “그것이 어째 없을까~” 라며 부엌의 냉장고와 베란다의 김치냉장고를 여기저기 뒤져 보았지만 결국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아내가 반찬용으로 이미 사용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커피 마시듯 맥주만을 홀짝이며 빈잔의 엔젤링을 바라보는데 멸치 안주의 미련이 사라지지 않는다. 문득 마종기 시인의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라는 詩가 떠올랐다. 생각의 메타포에는 내 주위에서 한 명 두 명 사위어 가는 중년의 뒷모습이 투영되었다.
뜨거운 사자후의 열정만이 느껴졌던 386세대가 벌써 50대 중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화 시대를 지나 4차 혁명이라는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그들에게 민주화 시대는 익숙했지만 급격한 정보화 시대가 낯설기만 하다. 정보화 1세대인 40대에게로 사회적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50대의 엑기스는 주류의 세대에서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며루치는 정녕 국물만 내고 끝장이란 말인가.
▶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사진출처 : www.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