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계획했던 거제와 통영 여행을 취소했다.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였을까. 설핏 기울어가는 가을 햇살의 유혹은 취소된 여행의 마음을 시리게 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인근 무각寺와 운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와 잠시 낮잠에 빠졌다.
구한말 을사년의 시국이 을씨년스러웠듯이 오늘의 뉴스도 온통 잿빛 뉴스뿐이다. 그나마 응원하는 프랜차이즈 프로야구팀이 쾌승을 했기에 미간의 주름을 펼 수 있었다.
바야흐로 클래식의 계절이다. 오늘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피아노 판타지를 반복 감상하며 사랑의 아픔을 헤아려 본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판타지는 TV 드라마 <밀회>를 통해 많이 알려진 곡이다. <밀회> 드라마가 한창일 때 나는 후쿠오카에서 1개월을 머물 때였다. 나의 취향과는 먼 드라마였지만 일본의 다다미방에서 다시 보기로 시청을 했다. 슈베르트 피아노 판타지와 드라마 분위기를 기대해서였다. 하지만 유료 시청료가 아까웠다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