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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쟝아제베도 Sep 04. 2020

9월의 속삭임

쇼팽의 야상곡

베란다 창문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흘러든다. 9월의 계절 감각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다. 쇼팽의 야상곡이 어울리는 밤이기도 하다. 야상곡은 가을밤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곡이다. 때로는 자기 연민에 빠지게도 하지만 말이다.


쇼팽은 짧은 일생에서 20여 곡의 야상곡(녹턴)을 작곡했다. 20여 곡이라 표현한 것은 정식 작품번호(Opus)는 없지만 야상곡으로 불리는 곡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나의 최애 야상곡인 C# minor 같은 곡이다. 이 곡은 사후에 출판된 곡이라 Op.Posth라고 하는데, 유튜브에는 작품 20번(또는 21번)으로 올라가 있다.  


조성진 피아노 연주 C# minor  Op.Posth

https://youtu.be/A8zO2KX_VVU


한수진 바이올린 연주 C# minor Op.Posth

https://youtu.be/BnHtAys75B8



쇼팽의 야상곡 중에는 Op.9 No.2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Op.9에서 나의 취향은 No.1 이다. 특히 시작부가 좋다. 대신 집중하지 않으면 깜박 지나치기 쉽다. 미치 빈센트 반 고흐를 팝으로 부른 <빈센트>를 들을 때와 비슷하다. 어코스틱 기타와 동시에 Starry starry night 가사가 불쑥 튀어 나오 듯이 말이다. 따라서 쇼팽의 Op.9 No.1 이나 <빈센트>를 감상할 때에는, 오디오 play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상곡을 가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착각을 한다. 쇼팽이 안경만 썼다면 슈베르트와 이미지가 닮았고 겨울나그네 또한 서두부의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곡 모두 가을 낙엽이 흩어져 날리는 계절에 어울리는 분위기 곡이기도 하고.


이와 비슷하게 착각하는 곡이 더 있다. 얼마 전에는, 바흐의 <G선상 아리아>를 감상한다고 오디오를 켰는 데 비제의 <아를의 여인>을 듣고 있었다. 또한 멜로디가 전혀 다른 조영남의 <내 고향 충청도>와 <화개장터>도 착각할 때가 많다.

착각은 자유라고 했던가? 단단히 이기적인 표현이지만 그래도 '자유'라는 그 느낌은 그저 좋기만 하다. 만용에 가까운 자유 같아 문제긴 하지만.


야상곡의 계절이 찾아왔다. 오늘 밤엔 쇼팽의 야상곡을 감상하며 사색의 여행을 떠난다. 머릿속은 갖은 상념이 흐르지만 이 정도면 평온한 하루다. 자뻑의 자유지만 머그잔의 여유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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