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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Nov 21. 2020

나는 고양이 물루로소이다

시골집 마당에 들어서면 나를 무척이나 반기는 게 있다. 어쩌면 매일매일 나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기다림은 생계의 한 가지 방편일 수도 있다. 시골집 길고양이 이야기다.


언젠가부터 세 마리의 고양이가 시골집 마당에 자주 나타났다.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두 마리였다. 어미를 따라 먹이를 찾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불쌍도 하여 먹이통을 두고 먹을 것을 주었다. 이제는 시골집 마당이 자신들의 베이스캠프인양 지낸다. 최근에는 네로라고 부르는 검은 고양이까지 합세를 하였는데, 세 고양이는 네로에게 텃세를 부리기까지 한다. 그들만의 생존경쟁인 셈이다.



마치 싱크로나이즈를 연상케 하는 냥이들


나는 동물 애호가까지는 아니지만 동물을 좋아한다. 가끔 직접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기르는 과정이 번거로워 항시 마음만으로 그친다. 꽃은 좋아하지만 꽃을 가꾸지 아니하는 분위기와 비슷하다. 어려서는 사람을 잘 따르는 개가 좋았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고양이가 안성맞춤이다. 거창하게는 불가근불가원의 철학을 느낄 수 있기에 적당히 냉정한 고양이를 더 선호한다.


고양이를 다루는 문학에서는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쟝 그르니에의 산문집 <섬>에 나오는 <고양이 물루>를 좋아한다. 두 작품의 소재는 고양이지만 인간과 서로의 시선은 다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의 모습을 제삼자인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장르는 장편 소설이지만 수필형식에 가깝기에 잔잔하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은 긍정하지만 지적 허영은 부정한다. 이런 인간들의 모습을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조롱을 받기도 한다. 이 소설은 고양이 시선에 깔리는 에스프리는 인간의 심리를 반성하게 만드는 강한 매력이 있다. 


이에 반해 쟝 그르니에의 산문집 <섬 - 고양이 물루>는 사람의 시선으로 고양이를 헤아린다. 고양이와의 일상을 공유하는 쟝 그르니에의 따뜻한 시선이 무척 감동적이다. 


고양이의 수면시간은 작게는 14시간에서 많게는 20시간까지라고 한다. 야행성 동물이다 보니 밤 시간보다 낮 시간에 주로 잠을 자기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도 같다. 언뜻 게으른 모습으로 비칠 수 있으나, 고양이에게는 도약을 위한 모습이라고 한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장 그르니에의 명문이 여기서 탄생한다. 


고양이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력만큼이나 골똘한 것이다.”라고.



두 작품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시선을 잘 표현했다.


고양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사족 하나. 


수맥파라는 게 있다. 지하수는 암반의 절리를 통해 통과한다. 지하 암반의 어마어마한 무게를 뚫고 지나가기에 지하수에 수맥파가 발생한다. 이는 인체와 무관할 수가 없기에 수맥파를 피하여 집을 짓거나 수맥파를 차단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양이가 조용하게 잠을 잘 자는 위치가 바로 수맥파가 없는 명당(?)이라는 속설의 사족이다.


2주 만에 시골집에 와서인지 고양이의 배가 홀쭉하다. 어머니마저 광주에 계셨기에 먹는 게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측은지심이 인다. 먹다 남은 수육을 먹이통으로 가져가는 데 노모께서 한마디 하신다.


"짐승에게 정(情) 주지 마라.


어머니의 당부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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