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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l 19. 2021

내가 집돌이 취향이었던가?

재택근무 2개월의 단상

올 초 막내아들은 졸업식을 마치고 딸아이가 있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 또한 겨울 날씨가 풀리자 여느 때처럼 마당이 있는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자연스럽게 신혼 이후 처음 맞이하는 아내와 단 둘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아니면 연금 수령이 가까워지면서 비즈니스 감각이 떨어져서인지 최근 일감이 많이 줄었다. 당연히 매출도 감소했다. 연간 500만 원 가까이 지불하는 공유 오피스의 임대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재택근무를 검토했다. IT 프로그램은 비대면 업무가 가능하기에 감소된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궁여지책이었다. 그렇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재택근무를 하면 나타나게 될 업무의 집중력 저하와 습관의 나태가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월 17일.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아내의 새벽 출근에 김기사 역할을 하고 돌아와 상쾌한 샤워를 한다. 아침식사 대신 머그컵에 뜨아를 가득 담아 거실의 PC 책상에 앉는다. 이메일과 거래처 업무연락을 체크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거래처 컴플레인이 없는 날에는 독서를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한다. 점심식사 후에는 약간의 오수를 즐기기도 하고, 업무의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세탁기를 돌린다거나 집안 정리정돈을 한다. 5시 칼퇴를 하는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다녀와 9시 뉴스를 보고 나면 우리 집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밤 10시. 

아내는 잠이 들고 다시금 나 홀로 시간이 된다. 독서와 유튜브 그리고 혼술로 야반삼경을 즐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요즘 나의 일상이다.     


한가한 시간의 독서와 유튜브도 재택근무의 즐거움이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염려했던 집중력은 이외로 나쁘지 않았다. 식사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뜻밖에도 나에겐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일의 연속성을 조절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바쁘고 난이도가 높은 업무와 프로그래밍 삽질 반복 때는 점심시간도 건너뛰며 열일 한다. 거래처 컴플레인이 없는 한가한 날에는 식사시간을 이용하여 가까운 골프 인도어에서 마음껏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오기도 한다. 식당 브레이크 타임과 관계없이 집에서는 언제든 식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나에게 마음의 자유를 안겨주었다. 물론 프리랜서이기에 유리한 환경이기도 하고.


나의 집중력을 깨뜨렸던 것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소음공해였다. 전투비행기의 소음과 과일 트럭의 고성능 스피커 그리고 방문객의 현관문 노크였다.     

내가 사는 신흥 주택가는 대한민국 장교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상무대라는 군부대가 있었던 곳이다. 육군 군부대는 시외로 이전을 했지만 아직 공군 군공항은 이전을 못하고 있다. 평일 재택근무를 하고 보니 훈련 전투기의 비행 소음이 무척 귀에 거슬린다. 요즘은 무더위에 베란다와 창문을 활짝 열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소음공해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번에 걸쳐 비행기 소음 배상을 받았으니 양심상 민원을 제기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매주 2~3건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여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이 신앙 전도자이고 가끔씩 통계청과 전단지 배포자들이다. 나에겐 전혀 관련이 없는 방문객들이다. 그렇다고 야멸차게 현관문을 닫지 못하고 정중히 거절의 변을 늘어놓다 보면 프로그래밍 중이든 독서 중이든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만다.     



윗몸일으키기 오리지널은 발목을 고정하지 않는 복근 운동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하는 운동이 있다. 윗몸일으키기 운동이다. 당초 이 운동은 집중력보다는 스스로 긴장을 풀지 않는 규칙적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계획한 운동이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집중력 못지않게 운동량 부족이 염려되었다.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 일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장 비만에 따른 뱃살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하루 세 차례 복근 운동을 계획하고 실천을 위한 엑셀 양식을 만들었다. 운동의 강도보다 하루 세 차례 꾸준히 하는 습관에 방점을 찍었다. 처음부터 무리를 하지 않기 위해 첫 달에 10회로 시작해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월 10회씩 증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차례에 60회씩 하루 180회가 목표.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운동량은 가볍게 시작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하루 세 차례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게 역시 어려웠다. 업무가 바쁘거나 잠시 유튜브에 빠져 방심을 하다 보면 깜박 오전, 오후 운동 시간을 망각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다시금 나의 의지를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악물고 실천하고 있는데, 처음보다는 어느 정도 습관이 잡힌 듯하다.  


2개월이 지났다. 재택근무의 반복된 생활에서 진부함을 느끼거나 나태함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공유 오피스보다 거실이 더 쾌적해서인지 거래처 컴플레인에도 여유가 있다. 업무가 한가할 때 유튜브에서 만끽하는 지식정보는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주말에도 전혀 외출이 그립지 않다. 그래서 요즘 곰곰이 생각하는 게 있다.      

나의 취향이 원래 집돌이 취향이었나?      

▶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점심 대신 즐기는 일탈의 즐거움. 그리고 야반삼경의 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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