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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Aug 29. 2021

토성의 황홀함

여름밤의 천문대

5都2村의 생활화를 꿈꾸지만 막상 시골집에 오면 생활의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작년에 비해 모기가 없다고는 해도 여전히 모기향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날에는 지네를 비롯한 벌레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유유자적한 시골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시각은 저녁 무렵이다. 스님들이 좋아한다는 땅거미 지는 저녁 무렵을 나도 좋아한다. 오늘도 어스름 저녁 마당에서 어머니와 숯불 바비큐 요리를 하였는데, 오늘따라 맥주 맛이 좋아 과음을 하고선 이른 저녁잠에 빠지고 말았다.      


한참을 자고 났더니 안방에서는 9시 뉴스가 흘러나온다. 어머니는 TV를 켠 채 깊은 잠에 빠져있다. TV를 끄고 샤워를 하고 커피를 끓였다. 신예희 작가의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를 읽었다. 톡톡 튀는 신예희 작가의 20여 년 프리랜서 일상을 읽으며 비슷한 길을 갈 것 같은 딸아이를 생각했다.     



2021.8.29 0:33 am 목성, 토성 관측 좌표


자정이 지난 시각. 마당에 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엊그제 보았던 둥근달이 어느새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목성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별자리 좌표를 찍어보니 목성 옆으로 토성도 희미하게나마 밤하늘을 지키고 있다.              


에디슨의 전구 발명은 우리에게 잠을 빼앗아 갔다고 하소연하는 의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NCND식으로 흘려듣지만, 빛공해에 희미해진 별들을 생각하면 의사의 하소연보다 더 격한 아쉬움이 든다. 밤하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 고흥군은 우주산업의 클러스터다. 나로우주센터를 비롯해서 우주 관련 시설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시골집에서도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천문대가 있다. 한때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천문대에 갔지만 별로 흥미를 가지지 못한 것 같기에 이후로는 나 홀로 다녀오기도 한다.         



천문학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우선적으로 관측하고 싶었던 행성은 목성이었다. 특히 네 개의 갈릴레이 위성이 보고 싶었다. 주피터(Jupiter)라고 불리는 목성은 로마 신화의 최고의 신으로 불리는 제우스에 해당한다. 갈릴레이의 네 개의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또한 제우스 아내들의 이름을 붙였다. 중전마마에 해당하는 헤라로서는 질투하지 않을 수 없는 후궁들의 이름이다.      


목성은 갈릴레이 네 개의 위성 말고도 최근까지 관측된 70개가 훨씬 넘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인 것인데, 여러 여인을 거느렸던 제우스 이름이 목성에 붙여진 것 어쩌면 지극히 당연(?) 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태양계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행성은 토성이라고 한다. 아마도 아름다운 토성의 띠를 가져서일 것이다. 난생처음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띠를 본 황홀한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림으로 치면 스탕달의 신드롬이랄까. 이곳 천문 관측 장비로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 관측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토성만으로도 황홀함이 가득하기에 관측 계절이 맞으면 종종 감상을 하고 온다.     


이제 토성의 흥분도 잦아들고 시골집의 적막도 깊어만 간다. 팝페라 가수 엠마 샤플린이 부른 ‘별들은 사라지고(spente le stelle)’를 감상해 볼까나. 별들이 사라지는 꿈속 별나라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나 만나봐야겠다.


엠마 샤플린 <spente le stelle>

https://youtu.be/18mHMEqYEF8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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