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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Oct 16. 2021

겨울맞이 혼술에 홀로 부르는 노래  

나얼 <귀로>

10월의 갑작스러운 한파가 시골집에도 들이닥치고 있다. 덜컹거리는 대문 소리와 창문으로 스며드는 외풍이 마음마저 스산하게 한다. 혼술이 나를 부른다.


‘가난한 이름에게’ 라는 詩句처럼 가난한 이름의 고독이 아니더라도, 이가 시린 겨울밤이 아니더라도 노상 술을 마시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의 대화는 뫼비우스 띠를 돌고 돌지만 삼류 철학의 거대 담론은 결론이 나질 않는 법. 날짜 변경선을 지나는 자정의 시각을 보고서야 마지막 건배 잔을 들고서 의기투합을 한다. ‘인생은 독고다이!’

그리고선 날짜 차수변경을 하고 다시 2차의 술자리를 찾아간다. 물론 나의 30대 시절의 술자리 분위기였다.


평소 술좌석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시작은 있고 끝이 애매한 모임에서는 30대와는 다르게 소리 없이 뒤돌아 나오는 경우가 있다. 휴대폰 전원을 끄고 네온사인에 부조된 허황한 거리를 걷노라면 비난의 화살이 날아드는 것이 느껴진다. 술좌석의 마지막 의리를 지키지 못한 나의 행태가 어찌 정당화될 수 있으랴.


그러나 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때 분위기 반전을 위해 부르는 노래가 있다. 노랫말이 아름다운 박선주의 ‘귀로’이다. 언젠가부터는 나얼이 리메이크한 ‘귀로’의 흐릿한 영상을 상상하며 부르기도 한다. 나얼의 호소력 있는 고음이 매력이기에.  


적막하다. 이가 시린 겨울밤은 아니지만 노상 술을 마시는 게 되는 주당의 핑계로 혼술을 해야겠다. 취기를 벗 삼아 나얼의 버전으로 <귀로>나 흉내 내어볼까? 부르는 즐거움 자뻑의 즐거움으로 노래를 부른다. 혹시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이 있다면 듣는 괴로움도 있겠지만 말이다.    


화려한 불빛으로 그 뒷모습만 보이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그대


쉽게 흘려진 눈물 눈가에 가득히 고여

거리는 온통 투명한 유리알 속


그대 따뜻한 손이라도 잡아 볼 수만 있었다면

아직은 그대의 온기 남아 있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길가에 홀로 애태우는 이 자리

두 뺨엔 비바람만 차게 부는데


사랑한단 말은 못 해도 안녕이란 말은 해야지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간 그대가 정말 미워요.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나얼 <귀로>

https://youtu.be/jIKiD8OsC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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