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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n 07. 2022

연휴의 피로는 책 읽는 즐거움으로

연휴가 낀 주말에 서울서 내려온 두 여동생과 시골집에서 지내고 왔다. 즐겁게 움직였던 만큼 휴식의 관성이 남아 피곤한 화요일이다. 해야 할 프로그래밍은 밀려있지만 집중이 어렵다. 시프트 근무로 전환하고 오전은 여행 유튜브를 보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재택근무의 기분 전환을 위해 밖에 나가 이른 점심을 하고 돌아오니 얼마 전 주문했던 책이 이제야 도착해 있다. 이젠 시프트 근무 마저도 철야근무로 바꿔야 할 판이다. 성북동 길상사에서 본 법정스님의 친필 원고가 생각난다.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니
책 읽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다.

      

공감되는 문장이다. 나 또한 책 읽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아마도 맥주를 압생트로 흉내 내어 선술집 썰꾼으로 살았지 않았을까 싶다. 주문한 책의 박스를 조심스레 푼다. 새 책 특유의 냄새가 익숙하고 반갑다. 연휴의 피로를 해소하는 활력이 인다. 요즘 책은 참으로 이쁘게(?) 잘 만든다. 나는 독서 못지않게 콜렉터들이 예술품을 수집하듯이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책은 소장하는 취미를 가졌다.


반대로, 읽고 싶은 책이라도 디자인이나 글씨체가 무뚝뚝하게 크거나 여백 없이 국정 교과서 같이 인쇄된 책은 관심이 떨어진다. 특히 글씨 폰트와 행간 여백에 관심이 많다. 글씨 폰트가 크면 읽기는 쉽다. 하지만  세련미가 없어 보인다. "글 내용이 중요하지 글씨체나 디자인이 뭔 소용이여!"라고 한다면 유구무언이다.     



(좌)마음에 드는 여백   (우) 가운데 여백에 불만인 편집


나는 지적 호기심이든 지적 허영이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은 독서를 통해 해소한다. 유튜브에도 양질의 정보가 많이 있지만 영상이나 사진을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디테일이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책은 시간과 시각 제한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기에 디테일이 좋고 기억도 더 오래간다. 넘쳐나는 지식 정보는 오컴의 면도날을 들이대면서 내 나름의 방식으로 기본 정리를 한다. 이런 과정이 내 삶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기본 정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불관언하는 자세를 가지는 분야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주식(株式)이다.          


언제부터 독서를 좋아했을까. 정확한 기억은 없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인식은 타인을 통해 짐작한 기억은 있다. 첫 직장에서였는데 근무 시간에 잠깐 이외수의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를 읽고 있었다. 그때 사장이 불쑥 전산실에 들어왔다. 사장은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그래서일까, 엘리트 의식의 강한 선입견이 들어 그저 깐깐하게만 느껴지는 이미지였다. 단단히 꾸중받을 각오를 하고 있는데 의외의 말씀을 했다. “Mr. 김은 독서를 많이 하던 것 같은데 좋은 취미를 가졌군. 내가 소설책 한 권을 줄 테니 읽어 보게.“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사장은 당시 우리나라 경제부총리의 맏사위였는데 장인이 소설을 출간하였던 것이다. 소설책을 받으러 사장실에 들어서며 생각했던 것이 '독서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구나' 라는 인식을 가졌다.                 

3,300원이었네.

슈바이처 박사는 인생의 비참함을 잊게 해주는 것은 음악과 고양이라고 했다. 나는 삶의 비참함이나 진부함을 잊게 해주는 것은 음악과 그림 그리고 독서이다. 그중에서 독서야말로 나의 미래에 활력을 주는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겠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최근 건축에 관하여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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