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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n 18. 2022

음악과 망각에 취하다

광주시향의 정기연주회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인 Allegretto>

주말을 맞이하던 여유로운 금요일 밤. 광주시향의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직관하는 음악회였다.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다가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에 목이 쉬어버린 미당의 기억처럼, 어젯밤 음악회는 나를 적신 기억이 여운으로 남는다.     


그동안 Live연주로 감상하고 싶었던 교향곡이 있었다. 총각시절부터 매년 2~3차례 정기연주회를 감상하고 있지만 레퍼토리에 그 곡은 없었다. 오직 음반이나 유튜브를 통해 감상하다 드디어 광주시향 정기연주회에서 Live연주로 감상을 하였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인 Allegretto였다.


https://brunch.co.kr/@erre-kim/118


  

오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당초의 거래처 미팅과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당초의 약속도 연기했다. 이토록 기다렸던 레퍼토리가 있는 음악회였지만 하마터면 음악회를 놓칠 뻔도 하였다. 광주시향 연주회는 대부분 광주 문예회관에서 열렸고 예매 또한 광주 문예회관 홈페이지에서 했기에 장소를 건성으로 본 것이다.      


퇴근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일찍 업무를 종료하고 예약 확인을 위해 좌석 배치도를 보는데 뭔가 느낌이 달랐다. 혹시 대극장이 아니라 소극장인가를 확인하는 순간 음악회 장소가 낯설었다. 아차 광주 문예회관이 아니라는 빛고을시민문화관이었던 것이다.      


시설과 음향은 광주 문예회관이 좋다. 대신 교통편은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좋다. 승용차가 아닌 지하철을 타고 가도 되기에 말이다. 음악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의 감흥을 맥주로 풀고 싶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하철이 없어 승용차로 가야 하는 광주 문예회관은 음주운전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음악회, 미술관에 갈 때는 혼자 가는 편이다. 가끔 팬텀 싱어와 같은 크로스오버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를 동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음악과 미술 취향이 다르기에 동행을 강요하지 않는다. 혼술 못지않게 나 홀로 즐기는 것도 좋아하기에 혼자 감상하는 편이 많다.     


오늘의 레퍼토리는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윌리엄 텔 서곡과 트럼펫 협주곡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나는 윌리엄 텔 서곡을 감상할 때는 아들과 신뢰의 상징인 사과에 꽂힌 화살보다 일본 코미디 프로가 생각나서 배시시 웃으며 감상을 한다. 윌리엄 텔 서곡을 배경으로 코미디언과 가수들의 예능을 보며 폭소를 자아냈던 기억이 있어서다. 클래식으로도 코미디가 된다는 신박함이 인상적인 프로였기에.     



광주시향 제364회 정기연주회


인터미션 후의 베토벤의 7번 교향곡. 이 곡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전혀 낯선 곡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베토벤의 홀수 작품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곡이기도 하다.

(교향곡 3번 [영웅], 5번 [운명], 9번 [합창],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그러나 작품번호는 몰라도 7번 2악장은 막상 들어보면 편하게 감상할 수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가끔 나오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아서다. 음반 때와는 다르게 Live연주에서는 콘트라베이스의 질감이 매혹적이었다. Live연주의 장점이 극대화되고 2악장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악기였다. 나의 음성에 콤플렉스를 지닌 나로서는 묵직한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7080의 포장마차 갬성을 단골 이자카야에서 풀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의 Live연주 감흥을 유지한 채 음악회장을 나왔다. 입장 때와는 다르게 밖은 어둠을 잠재우는 조명이 눈을 부시게 했다. 불야성을 이룬 포장마차들의 불빛이었다. 삼겹살과 꼼장어 구이의 고소한 냄새가 7080의 갬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인근의 단골 선술집을 가야 했기에 눈으로만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선술집에서 맥주와 참치 사시미를 앞에 두고 혼술을 했다. 약간의 취기는 음악의 여흥을 고조시켰다. 이성을 잠재운 감성은 마지막 전철을 타게 했고, 미지의 세계로, 광활한 우주로의 상상은 내릴 곳을 망각하게 했다. 마지막 전철이었기에 돌아가는 전철은 광주공항에서 끊겼다. 버스마저 끊겼다. 택시를 타려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늦은 금요일 밤인데 ‘걸어서 저 하늘까지 가보자’라는 객기였다. 40여 분을 걸어 당도한 현관에서 아내에게 건넸던 한 마디.

우리 집이 최고야~.    


아제베의 음악이야기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걸어서 저 하늘(우리 집)까지 40여 분에 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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