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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Dec 17. 2022

혼놀의 평온함 - 시리우스

저녁 산책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에 띄게 빛나는 별이 있다. 지구에서 천체를 바라볼 때 보이는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특히 겨울밤에 더욱 운치 있게 빛나는 별인데 시리우스이다. 내가 좋아하는 별이기도 하다. 북극성과는 달리 시간에 따라 위치는 바뀌지만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자리에서 조용하고 우아하게 빛나는 별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고독도 친근함으로 느껴지고.     


출처 사진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도쿄에서 직장을 다닐 때, 에펠탑을 패러디한 도쿄타워는 나에게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가족이나 지인이 찾아오면 도쿄타워를 안내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방인이 서울에 가면 남산서울타워를 한번 둘러보는 정도의 분위기였다.      


도쿄 사람들의 도쿄타워 사랑은 남다르다.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이었던 이와이 슌지가 제작한 <새 구두를 사야 해>는 파리에서 올로케를 한 영화이다. 파리에서 돌싱으로 살아가는 나카야마 미호의 취중대사가 나온다.  

도쿄에 돌아가고 싶구나. 도쿄타워는 잘 있을까......”      


냉정과 열정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듯이 도쿄인들에게 있어서 도쿄타워는 그들의 가슴속 깊이 간직된 노스탤지어다. 도쿄타워가 도쿄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그들의 상징인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이나 다윈의 적자생존의 요지는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것이다. 불평등은 발전을 가져오게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이론 또한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강조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까지 변화와 발전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변화와 발전에는 서열주의로 가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경쟁의 속도와 범위이다. 한때 메이저리거를 꿈꾸던 내가 경쟁 사회의 무게에 눌려 어느 날부터 한 발짝 물러나 앉았다. 나의 첫 수필집인 <마이너리그에도 커피향은 흐른다>에서 피력했듯이, 사회생활의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심판이 되기를 바랐다. 주연보다는 조연을 원했고 가능하다면 관객으로만 살고 싶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38990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이제는 심판도 조연도 관심 밖이 되었다. 바람이 있다면 이슈의 언저리에서 내려와 나의 취향을 향유하고 가족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다.


혼놀의 기저에는 시리우스와 같은 분위기면 금상첨화이다. 언제나 '제 자리에서' 조용하면서 우아하게 빛나는 시리우스의 자태처럼 말이다. 이때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가 흐르면 더욱 운치가 있다. 시리우스의 청아한 별빛이 피아노 건반으로 내려오는 느낌에 젖게 된다. 충만한 놀의 시간이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 유튜브

https://youtu.be/kkq_3 CrvF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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