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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Feb 06. 2023

혼놀의 평온함 - 글쓰기(1)

2월의 첫 월요일. 화창한 날씨 탓인지 월요일 치고는 마음이 가볍다. 예전 같았으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을 텐데, 혼놀을 즐기고부터는 창 넓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면 족하다.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가족과 살림과 건강과 일상을 지키며 글을 쓰는 일.
그렇게까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어냐고 물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고수리 작가의 산문집 <마음 쓰는 밤>에서 ‘걷지 못하고 멈춰 서는 날들’에 나오는 문장이다. 혼놀의 진심 또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인데, 글쓰기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데 시너지를 효과를 발휘한다.     


나는 아직 완전한 은퇴자가 아니다. 거래처의 컴플레인이나 신규개발 프로그래밍 작업이 있는 날에는 혼놀을 즐길 수가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신규 비즈니스를 하지 않기에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생긴다. 점차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 버지니아 울프가 강조한 자기만의 방이나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이 강조한 슈필라움 공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런 공간에서는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작정 휴식이 아닌 나의 취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놀은 자칫 방심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나태해질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무력감으로 비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생산적이고 긍정의 빛을 보여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시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나의 일상에서 시간 먹는 하마의 으뜸은 글을 쓸 때이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 보다 더 빨리 시간이 지나간다. 한 시간은 찰나에 가깝고 퇴고까지 하다 보면 두 시간 정도는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처럼 소진되어 버린다. 그만큼 내 자신이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혼자 보는 일기와는 다르게 나의 글을 읽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맞춤법과 자료의 팩트 체크까지 하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날 때도 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3513545


나 홀로 파리여행기를 쓴 여담이다. 여행 마지막 날,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파리 시내에서 공항 리무진을 탔다. 퇴근 러시아워 정체를 생각하여 4~5시간 전에 출발을 했지만 한 시간 만에 도착을 했다. 드골 공항에서 3~4시간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파리 여행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카카오스토리(KakaoStory)에 메모한 내용과  여행 사진을 가지고 노트북에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총 16편 중 10여 편의 초고를 완성했는데 세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이렇게 쓴 여행기를 교보문고의 <e퍼플>에 론칭을 했다. 판매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전자책(eBook)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론칭을 하고 나니 <밀리의 서재> 까지 대여가 되었다. 가끔 반응이 궁금하여 내역을 살펴볼 때가 있다. 누군가 제목에 홀려서인지 아니면 나를 알고 있는 지인인지 모르지만 판매나 대여 내역이 매월 1~2건 뜨는 것을 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글쓰기의 일석이조 즐거움이자 혼놀의 베프(best friend)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성찰이나 삶의 풍요로움을 떠나 결국은 나르시시즘의 발로이다. 자신이 주인이고 타인의 시선도 동기 부여가 된다. 적극적인 혼놀은 도태되지 않는다. 간혹 자기 연민이나 자뻑에 빠져 이미지화된 글쓰기가 자학을 하게 만들지만 이래저래 혼놀의 반려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제베의 문학이야기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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