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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an 04. 2023

혼놀의 평온함 - 유튜브

지난주 샀던 책 중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간을 검색한다.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에세이가 눈에 띈다. 허무라는 단어는 나에게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소울메이트까지는 아니어도 러닝 메이트쯤은 된다. 비통은 모든 감정의 정화를 실현한다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말이다.     


저녁 산책길에 서점에 들러 구입할 요량으로 책 소개를 읽는다.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라는 문장에서 시선이 멈춘다. 클리셰에 지나지 않는 말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공감 가는 문장이다. 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가끔 허무함에 침잠될 때가 있다. 아내와 TV를 보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그렇고, 바쁘게 일을 하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그렇다. 간호사인 아내의 처방으로는 지병이라면 지병인데 나의 처방은 우울과는 다르다. 나는 결코 우울해하지 않는다. 징징대는 건 딱 질색이다. 이런 기분을 벗어나기 위해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며 나 홀로 멍때리기 시간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분 전환이 이루어진다. 흙탕물이 강물과 흐르며 정화되듯이 흐르는 시간 속으로 감정의 정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즘은 기분 전환이 빨라졌다. 사람의 손길이 아닌 유튜브 덕분이다. 유튜브 영상을 와이드 화면으로 보며 멍때리기를 할 때가 많은 데 유튜브는 혼놀을 지탱하는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IT 프로그래머인 나의 업무는 인터넷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일반인에 비해 인터넷 이용시간이 월등히 많은 나로서는 인터넷이 지겨울 때가 있다. 카톡 이용을 자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튜브는 아직 지겹다는 느낌이 없다.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에 비해 보다 많은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는 정보의 보고이다. 양질의 정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최애 유튜브는 정영진이 진행하는 <일당백>과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이다. 전자는 일생동안 읽어야 할 100권의 책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내용이고, 후자는 전 세계의 나라와 최근의 이슈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관심여부에 따라서는 자칫 지루하기 쉬운 콘텐츠이기도 하다.      


<일당백 유튜브>

https://www.youtube.com/@1DANG100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https://www.youtube.com/@globelab


내가 이 두 개의 유튜브를 좋아하는 이유는 평소 관심이 가는 콘텐츠이고, 다음으로는 '정프로'로 알려진 정영진의 유머와 농담이다. 그의 애드립은 나의 허무를 순식간에 뒤덮는다. 유튜브로 접하게 되는 그와 나는 취향이 많이 닮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는 콘텐츠와는 별개로 진행 자체가 지루하지 않다. 가끔 아슬아슬 풀어놓은 19금 섹드립까지도 재미를 주는데, 그는 한때 로스쿨에 진학한 적도 있었던 학구파였다.       



오락성으로 즐겨보는 대표적 유튜브는 <송숲 세계여행>과 <정세월드>이다. 전자는 오지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후자는 옛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추억하는 기분으로 구독하고 있다. 이들의 유튜브는 아직 구독자 수가 많지 않고 덜 다듬어진 영상이지만 분위기만큼은 내 취향이다. 그들의 모습은 그들의 철학과는 다르게 나의 눈에는 마이너리거의 모습으로 비친다. 나 혼자서만 느끼는 동류의식이겠지만.     


<송숲 세계여행 Forest 유튜브>

https://www.youtube.com/@song_forest

<정세월드 유튜브>

https://www.youtube.com/@jungseworld



오늘 하루도 별 탈없이 업무를 마쳤고 별 탈 없이 평온한 혼놀의 하루를 보냈다. 밤 10시. 아내마저 잠이 들면 나에게 또 허무의 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기꺼이 기다렸던 마음으로 조용히 유튜브를 보면서 혼놀, 혼술을 즐길 것이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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