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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Mar 01. 2023

혼놀의 평온함- 클래식(1)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

이번 주에 3.1절 공휴일이 끼어있다는 것을 하루 전날 달력을 넘기던 중 알았다. 득템의 희열을 느꼈다. 이틀 후면 다시 또 주말이기에 나 홀로 시골집에 왔다. 내일과 모레는 이곳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주말을 맞으려 한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석’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 구석 중의 하나가 나에겐 시골집 공간이다. 백색소음마저도 제거된 채 조용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구석이 된다.      


시골집은 내가 태어난 곳도 아니고 유년의 시절을 보낸 곳도 아니다. 선친의 고향일 뿐이다. 따라서 알고 지내는 또래도 없고 학교 선후배도 없다. 인적이 드문 시골이라 마을 사람이 많지 않기에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다. 나의 존재를 타인에게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익명의 대중성도 나에겐 공간의 구석으로 한몫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가끔은 혼자라는 사실이 행복에 겨울 때가 있다. 연극이 끝난 후 무대에 홀로 남은 그런 분위기마저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평온함이다. 혼놀의 평온함을 즐기기 위해 아스팔트 킨트인 아내는 광주에 두고 나 홀로 시골집에 왔다.




클래식을 좋아한다. 혼놀의 분위기에는 최고의 BGM이다. 클래식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끝까지 감상할 수가 없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면 마음의 여유를 지니려는 생각이 ‘자기최면적’으로 다가선다. 내가 바라는 클래식의 목적은 이것이다. 일부러라도 ‘마음의 여유’를 만들려는 의지이다.       


오늘은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에 꽂히는 날이다. 리스트의 첫 번째 스위스 순례 음악으로 만들어진 이곡은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잘 어울리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색채 없는 주인공이 르 말 뒤 페이를 들으며 赤靑白黑의 색채를 지닌 친구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튜브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

https://youtu.be/oTUXNfzrydY     


여성편력의 음악가 리스트는 말년에 수도원의 신부로 생을 마쳤다. 일반인의 느낌에서는 신부라는 신분이 컬러에서 흑백으로 변화되는 선입견으로 다가선다. 색채를 지워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색채가 옅어져 가는 나의 일상과도 닮아간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수돗물처럼 밋밋한 이런 음악이 가슴을 적시기 한다. 그렇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마음을 내려놓은 혼놀의 평온함이 있기에 말이다.          


아제베의 음악이야기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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