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제베 Apr 15. 2023

혼놀의 평온함 - 프로야구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오늘까지 야구장 파시스트가 되어 열광하고 있다. 일제 식민통치 36년 보다 긴 세월이다. 요즘 응원팀이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삽질을 하고 있지만 이제 막 시작이니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만든 sportsmanship은 진검승부의 초석이다. 승부의 세계는 목숨을 거는 검투사의 혈투는 아닐지라도 한 마리의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호랑이의 용맹을 보고 싶다. 힘없는 토끼를 노리는 잔인한 호랑이의 찌질함이라고 생각하는 분 빼고 말이다.       


이러한 진검승부에도 23:0 같은 부익부 빈익빈 스코어가 나온다.  팬서비스를 생각한다고 에이스들을 혹사시킬 수는 없기 때문인데, 버리는 게임은 철저히 버리고 다음 게임을 위해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콩코드 오류에 빠져드는 패착을 두지 않으려는 작전인 것이다. 파리 목숨이라는 프로 스포츠 감독도 '샤워실의 바보'가 되기 싫은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일방적 스코어에는 악을 써도 감독에게는 악을 쓰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다. 이제는 샤우팅 보다 박수로 응원을 한다. 나 홀로 맥주를 마시며 음미하는 혼놀의 즐거움으로 변하고 있다.  아예 응원석의 반대편 스탠드에 자리를 잡는다. 함성을 지르기보다는 녹색 그라운드를 보며 멍 때리기를 하듯이 관전한다. 근데, 게거품을 물었던 기억은 없는데 경기가 끝날 무렵이면 왜 내 목은 쉬어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나에게 아직도 야구에 거품을 무느냐며 유아적 시선을 보낸다. 그리 유쾌한 시선은 아니지만 야구에 열광하는 순간 나이를 잊는 건 인정한다. 엔돌핀이든 도파민이든 세로토닌이든 오직 즐거움의 샘이 솟는 기분만을 즐긴다. 나에게 야구는 나이를 잊고 비이성적 일탈을 즐기는 스포츠이다. 불분명한 미래지만 긴장과 모험을 즐기는 젊음처럼 말이다. 언젠가 읽었던 중국의 여류작가인 미멍의 글이 떠오른다.


치사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란
합리적 이기주의로
냉혹한 세상을 쿨하게 압도하는 것이다.


막상 인용하고 보니 ‘이기주의’라는 표현이 망설여진다. 에겐 아직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남아있어서인데 공리주의 분위기로 두리뭉실 넘어가야겠다. 공리주의는 행복의 쾌락에 방점을 둔다. 벤담의 양적 쾌락이냐 밀의 질적 쾌락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어느 쾌락이 중요하고 안 하고는 나에겐 의미가 없다. 둘 다 개인의 취향이고 각자가 느끼는 행복은 비슷할 것인데, 나의 프로야구 열광도 비슷하다.     


주말 오후,

나의 혼놀 쾌락 중의 하나인 프로야구를 기다리며 미멍의 말을 패러디해본다.


진부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란
프로야구에 열광하며
냉혹한 세상을 쿨하게 압도해야겠다.


올해 첫 게임은 모처럼 아내를 동반 했다. 근데...스포츠는 혼놀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놀의 평온함 - 패스트푸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