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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l 17. 2023

최소의 노동과 여가

칼 마르크스 사위인 폴 라파르그가 쓴 <게으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제목만 보고서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처럼 나에겐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책이다. 서평을 읽어 보았다. 장인인 칼 마르크스의 노동과는 달리 ‘부지런한 게으름(?)’을 강조한 책이었다. 그는 노동보다 여가를 강조했는데, 하루 3시간 노동으로도 사회가 유지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소 노동과 최대 여가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불타는 금요일이 불타는 목요일로 하루 앞당겨졌다는 것을 처음 들었던 것은 2년 전이었다. 사무실의 상냥한 데스크 실장을 통해서였다. ‘불금’이 ‘불목’으로 바뀌어가는 이유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목요일의 숙취나 피로는 금요일에 풀고, 다음 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토, 일요일을 보내는 거예요.’ 


이런 직장 문화라면 금요일의 근무 분위기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소규모 회사들은 언제 일하고 언제 번창할 것인가. 워라밸(work-life balance)도 work가 먼저고 life는 나중이 아니던가. 소규모 회사의 사장들 근심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근데, 불목의 근무가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조정훈 의원은 주 4일제를, 박영선 전 장관은 주 4.5일제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다는 분위기다. 의무보다 권리가 앞서는 느낌인데 세상이 너무도 급격히! 변해간다. 나의 가치관도 함께 변해 가야 하는 데 정신을 못 차리겠다.   

   



주 4일제든 하루 3시간 노동이든 고용주와 고용인이 윈윈만 되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줄어든 노동 시간만큼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인다. 여가엔 비용이 따르기에 여가의 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축된 노동 시간만큼 여가의 비용을 까먹게 된다면 이 또한 궁극의 워라밸은 아니다. 워라밸을 각자도생의 삶이라고 치부하기엔 냉정함이 너무 앞서는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가 퇴보하고 해외여행이 점차 늘어간다. 노동에 지칠 때 편리에 길들여진 나는 한 번쯤 고품격 서비스를 원한다. 요즘 엔저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유리하다던데, 일본의 초호화 크루즈 열차인 <나나쓰보시>와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를 타는 상상을 한다. 가끔은 우리나라 레일 크루즈인 <해랑> 열차를 타고 가족여행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날이 언제쯤일까.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KIDS KORAIL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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