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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이 건네는 속삭임

나의 문방사우

by 쟝아제베도

지난주,

조카 회사에 전산 시스템 자문을 하다가 어색한 상황이 생겼다.

한글 명령어를 치는데 모니터에는 자꾸만 영문 모드로 표시되는 것이었다.

모니터 화면을 보지 않고,

키보드를 쳐다보며 치는 독수리타법으로 타이핑을 했기에 한글모드와 영문모드 구별이 늦는 것이다.


IBM과 같은 대형컴퓨터 프로그램을 코딩을 할 때, 키펀처가 곁에서 타이핑을 해주던 시절이 잠깐 있었다.

이후 퍼스널 컴퓨터인 PC 시대가 열리면서 키펀처라는 직업은 자연스럽게 없어졌고 프로그래머가 직접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뒤늦게 부랴부랴 프로그램 코딩을 입력하느라

정식 열 손가락이 아닌 즉석 독수리 타법으로 프로그램 소스를 입력했던 것이 습관화되어버린 것이다.


뒤늦게라도 타이핑을 정식 연습하면 될터였지만,

로직을 생각하며 프로그램 코딩을 하는 작업이라 독수리타법으로도 충분히 불편을 느끼지 못한 게으름 때문이었다.


독수리타법과 함께 나의 손글씨체도 바뀌었다. 프로그램 개발 도큐먼트를 만들 때 손글씨가 아닌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면서부터였다.

모처럼 볼펜이나 연필로 글을 쓰면, 처음엔 정자체로 썼다가 중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흘림체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작은 습관은 있다. 연필을 애용하는 습관이다.

연필이야기는 <독유당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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