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제베 Aug 06. 2019

우주공간에는 상하고저가 없다는데

5매 수필

  폭염과 열대야가 릴레이로 이어진다. 실외기 열풍까지 릴레이에 동참해서인지 입추(8월 8일)마저 스타트 라인에 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내일은 칠월칠석인데 견우와 직녀의 눈물방울이 열풍을 식혀주지 않을까? 오늘 밤은 아마도 달무리진 밤하늘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비가 온다는 속설을 지닌 달무리를 볼 때면 별쟁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달무리를 보며 나 홀로 빙그레 웃기도 한다. 별들만 바라보고 사는 별쟁이에게 청첩장이 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고 해서 말이다.  


  “축하합니다. 흐리거나 비가 오면 꼭 참석할게요”  


  지난달 7월 20일은 50년 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을 했던 날이었다. 미국은 당초, 스푸트니크 충격으로부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까지 소련과의 경쟁은 극에 달했다. 경쟁으로 시작한 우주개발이었지만 우리 일반인에게도 일상의 신소재 및 생활용품에 많은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나에게는 과학의 신비함과 호기심까지. 


사진출처 : pixabay.com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이 지구로 귀환하면서 타고 온 소유즈 캡슐 안을 직접 들여다보고 만져본 적이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미터 안팎의 반원통 캡슐이었다.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이런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답답해하지 않고 귀환 비행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일었다.  


  언젠가 읽었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떠올렸다. 우주공간에서는 지구의 길이가 6배 이상의 공간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좁은 캡슐도 우주공간에서는 넉넉한 여유 공간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우주공간에서는 길이뿐 만이 아니라 하루의 길이도 지구와는 다르게 흐른다. 지구와 달도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그럼 지구의 하루는 24시간인데 달의 하루는 몇 시간일까?

  달의 하루는 지구의 시간으로 약 655시간에 해당된다. 지구의 27.3일이 달의 하루다.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이 약 14일, 해가 진 밤 시간이 약 14일이라는 이야기다. 


  달의 낮 최고 온도는 물이 펄펄 끓을 15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최저 영하 190도까지 내려간다. 그렇다면 인간이 처음 달에 발을 내디뎠던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불타는 낮의 지옥과 얼어붙은 밤의 지옥을 어떻게 견뎠을까. 우주복 덕분이었을까? 아니다. 달에 태양이 뜨는 타이밍을 이용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머물렀던 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21시간이었지만 달의 시간으로는 고작 47분밖에 체류하지 않았다. 달에 태양이 뜨기 전인 새벽에 착륙을 하여 태양이 뜨는 아침 일찍 귀환을 하였기에 150도의 고온을 피할 수 있었다.  


  요즘은 광공해라는 도시의 불빛 때문에 소싯적에 보았던 별빛을 볼 수 없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주 생각에 잠긴다.  

  우주공간은 상하, 종횡, 고저가 없는 세계라고 했다. 가로, 세로가 없다는 이야기다. 즉, ‘가깝다, 멀다’의 개념은 있어도, ‘높다, 낮다’의 개념은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삶도 우주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목표를 향해 빨리 가는 사람, 늦게 가는 사람은 있어도 가는 동안만큼은 ‘높다, 낮다’의 개념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다.  

하긴, 불평등은 발전을 가져다준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있지만 말이다.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커버사진출처 : pixabay.com

작가의 이전글 #15. 롱샴은 명품이 아니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