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으로
살다 보면, 나보다 뭐든지 느린 사람과 뭐든지 빠른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마다 삶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겠죠.
갑자기 왜 이런 주제가 나왔냐면, 옆자리 카페 손님들이 저마다의 속도와 에피소드에 대해 말하는 것이 귀에 쏙쏙 들어왔기 때문이죠.
학창 시절로 돌아가보면, 저는 밥 먹는 게 느린 아이였습니다. 급식소에서 같이 밥 먹는 친구들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막판에 밥을 쑤셔 넣는 약간의 수고로움이 들어가는 수준이었죠.
성인이 되어 회사에 와서도 비슷합니다. 약간 빠른 템포로 밥을 먹어야 옆사람 페이스를 맞출 수 있습니다. 깜빡 잊고, 내 템포로 먹다 보면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죠.
삶의 속도가 빠른 사람은 느린 사람에 비해 5배 이상 빠르기도 합니다.
속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몇 있습니다.
먼저 빠른 친구.
고등학교 때, 친구 한 명은 수학문제를 엄청나게 빠르게 풉니다. 밥도 빨리 먹고 책 읽는 속도도 빠릅니다. 말도 빠르고 성격도 빠르고 노화도 빨라서 별명이 할배였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회사 친구인데, 밥 먹는 속도가 빠르고 샤워속도가 빠릅니다.
느린 친구.
같은 부서 사람인데, 너무나도 느려서 주변사람들을 답답하게 합니다.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립니다.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밥시간이 되면, 일을 하고 있다던지, 화장실을 간다던지 왠지 모를 늦장을 부립니다. 당구를 칠 때도 본인 차례일 때, 초크칠을 합니다. 큐질도 당구공 굴러가는 속도도 무척이나 느립니다. 전화도 보통은 안 받는데 받아도 늦게 받습니다.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이지만, 사람은 좋습니다.
여자 친구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잠을 하루 10시간 정도 잡니다. 밖에 나가기 전에 한참을 늦장 부리다가 나갑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앞 신호등을 건너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초록불이 되면 바로 발을 떼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1~2초 늦게 발걸음을 떼서 걸어가더군요.
이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색안경을 낀 저와 제 친구의 눈으로 봤기 때문일 수 도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행동에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저도 빠른 사람, 느린 사람일 겁니다.
인생의 속도는 상대적이니까요.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제 경험 상 함께 지낸다고 시간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의 시곗바늘이 서로 맞물려서 동시에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속도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또 속도가 인생에 주는 영향은 과연 어떠할까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그만큼 중요하고 시간을 투자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속도가 빠른 사람들이 다 잘 사는 것은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시간의 속도를 늦추고,
못 사는 사람들은 시간의 속도를 높여,
균형을 추구하는 우주에서 각자의 크기를 가진 시계톱니를 열심히 굴려가며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상생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