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각에서 바라본 시험관 시술_4

1차 실패, 쓰라림

by CMOONS

고통스러웠던 난자 채취 후

배아이식까지 마친 우리 부부


결과를 알 수 있는

1차 피검사까지는 10일의 시간이 걸릴 예정


중간에 절대 임신테스트기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는 일만 남은 것이다.


'10일'

일주일 하고 3일 남짓한 시간,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여태껏 노력해 온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하루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궁금한 마음을 뒤로하고 일상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회사 일에 더 매진했고, 와이프에게도 할 일에 더욱 집중하자고 말하곤 했다.


하루, 이틀, 삼일,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와이프는 참 많이도 웹서핑을 했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폈고, 열이 난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신경이 예민해진다거나 트러블이 난다거나 등등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좋지 않은 시그널이 겹칠 때는 불안해하곤 했다.


처음 시험관을 시작할 때, 의사 선생님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부부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시험관의 확률이 30% 남짓이기에, 높은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하면 더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와이프가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1차에서 성공했다는 후기가 많았고, 그런 글들을 읽다 보니 점점 자신도 1차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급기야 8일 차부터는 임신테스트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험관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경과를 관찰했다. 배아이식을 한 날부터 매일매일 테스트기를 해봄으로써 자신이 어떤 상태에 가까워져 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성공한 어떤 이는 배아를 이식한 다음날 바로 두 줄이 나왔다.(약의 영향으로 초반에는 두 줄이 뜬다.) 그러다 줄이 사라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희미한 줄이 보이기 시작해 결국엔 원하던 임신에 성공했다.


아주 베스트 시나리오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반대였다. 초반에 생긴 두줄이 사라지고 난 후, 10일이 가까워지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선명한 한 줄만을 마주한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지기에 피검사 전에 임신테스트기를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매직아이(잘 보면 아아 아주 희미하게 한 줄이 더 보이는 현상)로라도 보이면 희망을 갖고 더 열심히 준비를 하겠지만, 그것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면 아침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행위가 더 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간 임신테스트기를 하다가 임의로 주사와 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어 많은 의사들이 10일 이후에 임테기를 해보라고 권하곤 한다.(실제 임신이었는데 임의로 주사와 약을 끊어 좋지 않을 결과가 벌어지기도 한다.)


다시 우리 부부의 이야기로 돌아와 배아이식 9일 차.


나는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되도록이면 빠르게 문제를 처리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이드도 잘 따르는 편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말을 따라 지금까지 임신테스트기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와이프가 점점 더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화내지 않았을 사소한 것들에 쉽게 짜증을 냈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된 것처럼 피로감을 호소했다.(긴 시간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피곤해했다.)


급기야 나와 몇 번 크게 부딪히기까지 했고, 우리 부부는 '호르몬'의 힘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와이프는 그전에 주사 맞고 약 먹는 건 괜찮았는데, 10일 동안 기다리는 이 기간이 유난히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9일 차가 되니 궁금하기도 했고, 더 이상 와이프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된다는 생각에 9일 차 저녁 임신테스트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1차 피검사가 있는 다음 날 아침 바로 검사를 해보았다.


결과는?


아주 선명한 한 줄


매직아이로 아무리 보려고 해도 전혀 보이지 않는 깨끗한 한 줄이었다.


와이프는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과 달리 표정과 태도에서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와이프를 위로해 보고자 아침을 차리고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잘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와이프는 어느새 짜증이 나있었다. 본인의 선택을 위해 A보단 B가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는데, 왜 상대편 편을 드냐며 내게 짜증을 냈다.


아침이라 그랬을까? 나도 더 이상 참치 못하고 덤덤하게 옷을 챙겨 입고 회사를 가버렸다.


'아니, 대체 왜 저러는 거야?!'


회사에 도착해 할 일을 빠르게 끝낸 후, 휴게실에 가서 '시험관 부부싸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엄청난 양의 포스팅이 검색됐다.


내용의 대부분이 평소 같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상황에 불같이 화가 났다는 내용이었고, 그러고 난 후 본인도 자책감을 많이 느낀다는 말이 많았다. 와이프도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움이 느껴져 바로 카톡을 했다.


와이프는 피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고 있는 중이었다. 피검사가 가장 정확하다길래 오전의 임신테스트기 결과에도 불구하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던 나는 아직 끝이 아니니 피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오후 휴가를 낼 테니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자고 했다. 와이프도 싫진 않았는지 오케이를 했고, 나는 급히 휴가를 낸 후, 오전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했다.


우리는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으며 뭐가 그렇게 짜증이 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평소에 내가 와이프를 짜증 나게 하는 부분에서 동일하게 짜증이 났고, 이상하게 그게 평소보다 더 짜증스럽게 느껴졌다는 내용이었다. 원인은 또 '호르몬'이었다. 우리 둘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에 서로 더 조심하자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와이프의 전화벨이 울렸다. 몇 분 간의 통화를 마치고 와이프는 말했다.


'안 됐데'


의사 선생님 왈

'난자 및 배아의 질이 그렇게 좋지 못했고, 현재 동결된 것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자궁내막 청소 후 한 달간 휴식기를 가진 후 다시 처음부터 해보자'


말은 심플했지만, 앞으로도 꽤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와이프의 얼굴을 오히려 시원해 보였다. 모호한 상황 속에서 빠져나와 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깨달아서였을까? 다시 해야 할 일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내게 말했다. 나도 덩달아 맞장구를 치며 '그래 다시 잘해보자!!'라고 답했다.


이렇게 짧지 않았던 1차 시험관이 끝이 났다.


'좀 더 일찍 준비할 걸', '좀 더 일찍 결혼할 걸', '좀 더 몸관리를 할 걸' 등등 오히려 내게 후회만 남기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잔뜩 떠올랐지만,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지 알기에 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다. 대신 와이프의 말처럼 해야 할 일에 시선을 맞추고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이 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모르겠다. 1차를 했다고 2차 시도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매번 새로운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은 확률게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지속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더 이상 아니라는 순간이 왔을 때,

그때 자연스레 그만두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을 해볼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결과에 직면하든

우리가 이렇게 도전했다는 기억은

온전히 남을 것이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편의 시각에서 바라본 시험관 시술_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