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라는 남자 - 2부

by CMOONS

내용은 그러했다.


P의 고집 탓에 학생회 내부는 물론 외부 사람들과도 갈등이 많았다는 것. 최근에 불거진 학생회비 문제의 원인이 결국 P였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힘을 주어 말했던 건 P가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과 놀아났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렇게 바쁜 와중에 어떻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크게 상처를 받은 줄 알았는지


'어떡해~'


라고 안쓰러워하며 다독여줬다. 정작 내 마음은 괜찮았는데 말이다.


당시 나는 그 소문이 타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아닌 P를 통해 직접 들은 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로함과 동시에 이 상황이 약간은 즐거워 보이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듣기 거북해 얼마 지나지 않아 과방을 나왔다.


학과 내에서는 제법 큰 사건이었지만, 학기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이런저런 사건들 탓에 P에 관한 이슈는 금세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학생회는 부회장 체제로 돌아갔고, 약간 답답하지만 성실한 사람이었던 부회장은 그리 큰 무리 없이 학생회를 운영해갔다.


2학기는 1학기와 큰 변화가 없었다. 내가 학생회를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날은 중간고사를 마친 기념으로 친구들과 치맥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학생회에 나가지 않다 보니 나의 생활은 자취방과 학교가 전부였고, 그런 반복이 약간은 지겨워질 즈음 가졌던 모임이라 제법 흥에 겨워 꽤 많은 술을 마셨다.


집에 도착할 즈음 편의점에서 요거트를 사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는데,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는 낯익은 이가 보였다.


"아..."


"..."


나의 짧은 탄성에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취기 속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맥주 드시는구나."


"너도 한잔할래?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지저분한 소문의 주인공이 야밤에 맥주를 권한다. 당연히 거절을 해야 할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고민하다 맥주를 사서 나왔다.


물론 요플레도.


"선배 괜찮으세요?"


맥주를 따며 첫 마디를 건넸다.


"..."


우리는 조용히 짠을 했고, 각자의 맥주를 홀짝거렸다.


선선한 가을이었고 맥주가 잘 어울리는 늦은 저녁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그만의 사정이 있었고, 여자 문제 또한 잘못 퍼진 것이라는 말을 약간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P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맥주만 계속해서 홀짝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P의 맥주가 바닥을 보였다.


"가야겠다. 적당히 먹고 얼른 들어가."


"어디 가시게요?"


"집에 가야지. 늦었는데 자야 할 거 아니야. 왜? 같이 가서 한 잔 더 할래?"


"안 될 것도 없죠."


"에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


떠나는 그를 바라보다 남은 맥주를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을 향해 가려는데 하늘 위 거대하고 밝은 보름달이 구름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어디론가 걸어가는 P가 보였다.


나는 달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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