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각에서 바라본 시험관 시술_1
아이 없는 삶에서 아이 있는 삶으로 - 시험관 결정
결혼 전부터 아이에 대한 고민을 하곤 했다.
'나 하나도 이렇게 살아가기 버거운데 아이까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나는 회사만 다녀와도 힘이 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체질이었고, 과거 에너자이저처럼 움직이는 친척동생들을 자주 돌본적이 있었기에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나와 비슷한 체질의 사람과 결혼을 했다.
결혼 전 그녀는 나의 이런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고, 우리 둘은 일단 '아이 없는 삶'을 디폴트 값으로 하고는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 생활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둘 다 나약한 체질이라 사람을 만나고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고, 집에서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각자 할 일을 하거나, 산책을 하며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나 우리는 자연스레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일본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책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나는, 출산이라는 것은 부모의 이기적인 행동이며 겪지 않아도 될 삶의 고통을 아이에게 안기는 것이기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가 된 후에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뼛속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유년기는 '귀찮음', '피로', '고통', '슬픔', '압박'으로 가득 차 있었고, '기쁨', '여유로움', '행복함', '충만함' 등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책을 읽은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한 생각인걸 보면 여전히 출산은 부모의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와이프는 그렇게까지 심오하게 생각진 않았지만, 본인이 출산과 양육에 수반되는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여태껏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1년간의 결혼생활은 우리의 생각을 천천히 바꾸어놓았고,
이제는 기존 확고했던 아이 없는 삶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운명처럼 다가오면 받아들이자'로 변하게 된다.
그때부터 우리는 아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현재 우리 부부는 1년 8개월 간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임신을 시도한 지 1년 2개월이 됐을 무렵, 무슨 문제가 있나 병원을 찾았고 우리 둘 모두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사는 '시험관'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전의 '운명처럼 다가오면 받아들이자'에서 벗어난 행동이었기에 권유를 무시하고 6개월 동안 자연임신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나 병원을 찾았을 때 우리의 마음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1년 8개월이라는 임신 시도 기간은 우리에게 '아이', '우리 가족', '미래 삶의 형태'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고민토록 만들었고, 그 결과 그간 내가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던 이유가 '완벽'을 꿈꿨기 때문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혼자라면 설사 '불완벽'하더라도 그에 대한 고통은 온전히 나 혼자 감당하면 될 뿐이다. 결혼은 나와 와이프 즉, 성인 둘이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둘이서는 감당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하게 되었다.
누군가 '불완벽'의 범위를 묻는다면 '시간의 부족', '능력의 부족', '경제력의 부족', '여유의 부족', '공감의 부족', 체력의 부족' 등 어떤 선택으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불균형의 초래 정도로 생각해 주면 되겠다.
그러나 결혼 후 와이프와 제법 긴 시간 동안 다투고 보완하며 살아가다 보니,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이 아닌 '완벽하지 않음에도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에너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완벽이 아닌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에너지라면, 그 대상이 와이프와 미래의 우리 아이라면 다소 부족하지만 나라는 인간도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와이프의 이기심(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에 의해 우리 아이가 요즘 같이 각박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라도 '완벽한 부모'는 못되겠지만 서로 노력하고 보완해 간다면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6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사를 만나 시험관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시도 과정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존재하겠지만,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에너지'를 통해
우리 부부가 잘 해내리라 믿는다.
건강한 아이가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와주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