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nature
북호주의 경계를 지나 달리면서 크게 달라진 풍경이 있다. 높진 않지만 산맥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맥을 따라 숲도 무성했다.
물론 한국에서의 풍경 같은 산맥은 아니었지만, 수천 Km를 지평선만 보고 왔던 터라 이런 작은 동산도 참으로 신기했다. 물론 인적은 거의 없는 자연뿐인 이곳은 나의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낮기온 40도의 건기라지만 아직은 찌를 듯한 햇살덕에 드론으로 풍경을 감상하고 차마 걸어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간혹 'Look out(전망대)'이란 이정표를 발견하면 차를 타고 풍경을 감상하러 들어가 보곤 하였는데,
정말 차가 다닐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여기서 타이어가 펑크 나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그렇다. 이곳은 언제 또 누가 방문 할지 알 수 없는 오지이다.
서호주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자연이 가득한 북호주의 초입.
그렇게 따라간 길은 마치 끝없는 막다른 길 같았다. 차를 돌릴 수도 없을 만큼 좁은 도로에서 '대체 어디쯤 끝일까' 드론을 띄어 봤지만, 이 풍경 그대로 길이 계속되어 있었다. 범접하기 힘들 만큼 무한한 자연 그곳이 내가 처음 겪은 호주였고, 꿈꿔 왔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던 '아웃백'의 현실.
간신히 차를 돌려 다시 30분 넘게 들어왔던 길을 돌아 나갔다. 다행히 해가 저물기 전에 1번 고속도로 위를 다시 달릴 수 있었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아늑한 곳으로.
1분이면 펼칠 수 있는 텐트와 5분이면 조리 가능한 라면(특히 불닭볶음면을 즐긴다), 찬밥 정도면 괜찮은 저녁이다. 그리고 향수를 달랠 한국 드라마 한 편이면 만족스러운 하루가 지나간다.
북호주에서도 5일 정도를 달렸다. 넉넉했던 비행기 일정에 맞추어 하루에 움직이는 거리도 300~400km 정도로 비교적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목적지에 다가 올 수록 풍경은 더욱 푸르러졌다. 숲뿐만 아니라 강과 계곡들도 가는 길에 즐비해 있다.
내가 가는 길엔 단 하나도 익숙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은 낯설고, 새롭고, 경이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특히나 가장 무서웠던 건 물에 들어가는 것,
북 호주는 '악어'가 유명하다. 서호주에서부터 모든 계곡엔 악어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나지만, 수영장이 아닌 이상 입수 한 적이 없다. 공항으로 가기 하루 전에 들른 이곳은 수영을 하고 샤워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물이 깨끗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길래 처음으로 입수!
'아 호주 와서 물에서 노는 게 어럽게 어렵단 말이냐..'
어느덧 나의 2000km의 짧은 로드트립의 목적지인 Dawin airport까지 왔다.
10일간의 여정은 '발리에서의 호사'를 생각하니, 사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나의 계획인 발리에서 10일간의 나의 자유시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10일간의 발리 여행!
그리고 다시 호주에서의 1주일 간의 가족여행을 계획 한 터라 쓸 짐만 빼고 모두 차에 실어 공항 주차장에 주차했다.
서핑보드와 다부진 백팩, 그리고 필수품 드론. 온갖 잡동사니 가득한 차를 두고 수속을 하러 갔는데..
예약한 항공사에 가서 여권과 예약번호를 보여주는데, 나의 여권을 본 직원이 "여권 만료가 3개월밖에 남지 않아 발리로 출국이 불가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비행기 시간이 2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전에 연장해 오면 태워준다는 농락과 함께...
아직도 기억나는 너무나 당혹스러웠던 다윈공항에서의 오후. 해가 저물어 가는데 나는 갈 곳을 잃었다.
우리나라처럼 행정업무가 빠르지 않아 여권 재발급은 2주가 걸린다. 그것도 시드니 대사관에 가서 말이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10일이 남았고, 나는 지금 국제 미아다.
아, 그래도 한국은 갈 수 있다네?
모든 것이 인생을 건 모험이었던 호주에서의 여정은 돌이켜 보면 나를 정말 강한 여행가로 만들어 주었다.
잠시 공항 밖으로 나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창피하지만, 잠시 귀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