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인지수업 정복기 1
S노인복지관에서 건강체조수업을 하다가 강당수업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60세 이상 회원들을 이끄는 50분 운동수업이 에너지를 너무 소진하게 하는 거 같았다. 그 첫 3개월이 지나고도 계속했으면 또 다른 즐거움이 올 수도 있었겠으나, 복지관과 센터를 다니면서 수강 중인 치매예방수업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한 분의 '정보'와도 같은 소감을 듣고, 복지관 평생교육 담당자에게 다음 회기에는 건강체조대신 치매예방수업으로 진행하게 해달라고 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젊게 살자, 뇌건강교실 개강이 결정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검색부터 시작했다. 치매예방수업은 무엇으로 하는지, 내용들이 뭔지 궁금했다. 지금생각하니 참, 황당하기 그지없는 출발이었다.
이 수업을 앞으로 창의수학으로 해보겠다는 기본 방향은 있었지만, 수강생들에게 이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노인복지관 회원들의 성향이나 수준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초보강사로서는 처음부터 내 것을 전면적으로 내놓을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내 콘텐츠로 세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다른 강사들이 하고 있는 기존의 치매예방수업을 접목해서 차차 내 수업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을 탐색한 결과 색칠하기와 초성, 기초연산, 숨은 그림 찾기와 종이 접기가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첫 수업에는 일단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대로 색칠하기와 초성, 숨은 그림 찾기 등으로 진행했다. 15명 정원을 채워서 진행했는데, 매주 월요일 오전 50분, 두 번째 수업에 결석자가 5명, 세 번째 수업에 결석자 3명, 수업시작하고 한 달도 안 되어서 절반으로 줄었다.
노인복지관은 한 달에 3번을 결석하면 그 이후에 빠진 인원만큼 충원되는데, 인터넷의 도움으로 꾸린 색칠, 초성, 연산등의 수업이 내가 봐도 참석한 분들과 너무 수준이 맞지는 않았다. 노인복지관인데 한눈에 봐도 스마트하게 보이는 분들이 꽤 보이는 것이다. 나는 순발력이 꽤 떨어지는 사람이고, 다른 기관에서 단전호흡과 웰다잉 수업도 진행하고 있던 터라 발 빠른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 단 두 번의 수업으로 신청자의 절반만 남게 되었을 때, 그제야 내가 타깃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강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검색용 정보로만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심지어 그 흔한 인지지도사 자격증도 내겐 없었고, 솔직히 그런 자격증이 있는 줄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인지'가 뭔지도 몰랐다.
사실, 담당사회복지사에게 다음 회기에는 건강체조는 힘드니 치매예방수업으로 바꿔서 진행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제안성 부탁을 했을 때, 그 복지사가 과장님께 보고하고 검토는 해보겠다, 대신 기대하지는 마세요, 원래 치매예방교실이 있었는데, 출석률이 안 좋아서 폐강되었다, 고 했었던 것이었는데 그 전철을 내가 똑같이 밟고 있었다.
기존의 치매예방수업들이 수준이 낮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내게는 정보와도 같은 얘기를 듣고, 수학을 베이스로 하는 수업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복지관 프로그램에 없던 수업을 오로지 나의 제안으로 개강해 놓고, 어르신들을 모두 파악한 다음에 내 보따리를 풀겠다는 계획이었던 건지, 그 불만이라던 치매예방수업을 검색까지 해가며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안이니까 잘 안 보이겠지, 그러면 굵은 선으로 된 도안이어야 해 >> 유아, 초등저학년용 색칠도안
단어를 자꾸 잊어버린다고 했지, 계절, 음식, 나라이름등 초성문제 >> 가벼운 5분용일 뿐
재미있는 게임도 해야지, 뭐 대단한 콘텐츠라고 빙고게임 >> 지난주도 이번 주도
복지관까지 와서 하는 숨은 그림 찾기>> 작아서 잘 안 보이는 그림을 굳이 왜 찾아라는지.
실력과 속도의 차이를 최하에 맞춘 기초연산 >> 그것도 굳이 풀이까지 하는 과도한 친절.
종이를 접기가 좋대 >> 개인 및 소그룹수업용.
치매예방이란, 자연스럽게 인지저하로 가고 있는 60세 이상 두뇌 노화의 흐름을 우선 멈춰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가벼운 심심풀이식 활동으로는 결코 그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 노인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기에 그따위 수업을 치매예방이라고 하는지 참고 앉아있으면 울화통이 터지고 자존심이 상한다"라고 내게 격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던 어르신의 말씀, "그런데도, 하나뿐은 딸에게 나중에 혹시라도 폐를 끼치게 될까 봐, 단 1퍼센트 만이라도 치매예방효과를 기대하면서 결석 한번 없이 참고 다닌다."라고 하셨는데, 절반이 나오지 않는 수업에 남아있는 이 분들의 마음속의 말이 아닐까, 집중상태일 때 오는 묘한 긴장감이 하나도 없이 시간 때우기로 앉아있는 편하기만 한 수업, 그저 그런 똑같은 치매예방교실의 장면을 나 또한 연출하고 있었다.
노화하는 두뇌에 개선까지는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더 강한 자극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인지저하의 흐름에 '일단 멈춤'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웃기지 않는데 웃어야 하는 이야기들과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에 공감하고 반응해줘야 하는 것에 지치고 포기한 복지관 회원들에게 나 또한 그런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일인이 되려고 하고 있던 것이었다.
첫 수업 때부터 감지되던 위험신호. 수강생이 절반만 남게 된 후에야 '더 늦기 전에 내 것을 해야겠다!!' 강한 경고음이 되어 다급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