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초보강사, 내 과목 찾다.

인지수업=치매예방수업

by 리턴브레인

강사로서 초보는 아니었다. 수학과를 졸업하고, 학원서 강의를 꽤 했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강사생활을 했으니까 노인복지관강사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거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옛 학창 시절에 몇십 년 교단에 쭉-서오신 학교선생님들 중에 과연 잘 가르치는 사람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막상 남들 앞에서 뭔가를 하기에는 분명 두려운 부분이 있고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나도 사람들 앞에서 그 떨림 때문에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강사생활이 확실하게 내게 남긴 것은 바로 '뻔뻔함'이다.


학원강사로서 같이 근무했던 다른 학원강사들을 보면 강사경력이 오래될수록 강의를 잘하게 된다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고, 그건 타고나는 영역인 듯하다, 단지 점점 뻔뻔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오랜 경력강사일수록 강의는 매력적이지 않은데 그 뻔뻔함 때문에 또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보니 수강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는 힘들다.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데도 오랜 경력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잘하는 강사가 없다는 것것, 이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초보강사들이라면 잘하지 못하니까 자격증만 가지고 가만히 있지 말고, 용기를 내고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노인복지관은 실력이나 전문성보다 정서적 유대감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초보강사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는데 무슨 수업을 할 것인가?이다. 즉, 지금은 아니라도 자기에게 맞는 과목을 찾아서 앞으로는 잘할 수 있는 그런 과목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강사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서 노인복지관 수업이 안 떨리는 것도 아니다. 덜덜덜 떨린다. 하던 장소도, 과목도, 잘 아는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첫 수업 때 정말 덜덜덜 떨었고, 지금 생각해도 민망한데, 그 떨림을

무릅쓰고 그다음 주, 또 그다음 주 계속 출강을 거듭했을 뿐이다. 단전호흡, 웰다잉, 건강체조 모두 엄청 떨었다. 그런데, 첫 인지수업 때는 그 떨림이 절반정도밖에 안되었고, 딱 두 번 수업 후, 인터넷에서 수집한 인지프로그램인 숨은 그림 찾기, 색칠, 만들기 등을 아예 배제하고, 수학을 기본틀로 잡은 후로는 아예 1도 안 떨렸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방향을 잡으니, 수업 준비와 그것의 진행에만 신경 쓰게 되고, 지난 몇 달간 단전호흡, 웰다잉, 건강체조의 매 수업마다 떨렸던 그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또 누군가는, 어떤 선생님이 자기와 같이 자격증과정을 수료하고 경로당에 자원봉사 나갔는데 너무 잘해서 물어보니 역시나 10년 경력 학원강사였다, 그런데 나는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강사일을 잘할 수가 없다.라고 다른 사람은 강사 경력이 있으니까 잘하고, 나는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역시 잘할 리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경우도 봤는데, 그 선생님은 강사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타고난 기질이 있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다. 나도 20여 년 이상 학원에서 강사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강의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결코 잘하게 되는 걸 본 적이 없고, 원래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 처음부터 잘하는 경우는 보았다.


나는 지금 '인지강사 길라잡이'라는 주제로 브런치 글을 쓰고 있는데 이 주제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나름 있다. 중장년 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많은 사오십대 여성들이 시니어강사의 길을 노크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대상의 수업을 해볼까 해서 민간자격과정을 수료한 후, 여러 가지 자격증만 수집하러 다니기만 하고, 막상 자기에 대한 탐색이나, 실제 '강사'로서 자기 자신을 준비시키지 않는 것을 많이 봐오고 있기 때문이다.


20명의 지도사과정에 오는 수강생 중 몇 명은 이미 열 개 이상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도 계속 새로운 자격증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몇 개 없긴 하지만, 나도 몇 센터에서 자격과정을 들은 적이 있는데, 콘텐츠와 강사에 대한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10점 만점에 2,3점에 불과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다들 민간자격과정의 내용의 부실함을 나보다 더 경험이 많으니 훨씬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러면서도 계속 자격증을 수집하러 다니는 것이다. 자기가 뭘 잘할 수 있는지를 고심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치매예방 인지수업은 너무나 종류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로마세러피, 미술, 역사, 글쓰기, 그림책, 공예, 손놀이, 문화 등등 자기가 잘하는 것으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자격과정을 들으러 다니는 시간이 아까웠고, 노인복지관 인지수업이 제대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인지수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아예 민간자격을 등록해서 서울시 50 플러스센터와 여성발전센터에서 자격과정을 개설하게 되었다.



또한 콘텐츠는 검증을 계속해야겠기에 Y노인복지관과 강남구립 D노인복지관등에서 매주 100여 명의 회원분들에게 인지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에 있는 노인복지관 인지과목 단일수업으로는 최대수강생을 확보하고 있는 전문인지강사가 되었는데, 이 과정을 하나씩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S노인복지관에서의 뇌건강교실인데, 여기서도 첫날, 생각보다 너무 젊고 멋진 회원들에게 놀라고, 동네마실 나온 옷차림과 말 빠른 사투리로 부족한 수업을 준비해 간 나 자신을 책망하며 첫 수업 후, 풀이 팍 죽었었다.

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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