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가 뭔지도 모르는 때, 나는 건강체조강사
동작구에 있는 노인복지관에서 단전호흡 출강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운 좋게도 영등포구에 있는 노인복지관에서 웰다잉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목표를 정하고 찾아보고, 망설이지 않고 시도를 하니 정말 이루어지는구나, 하고 스스로 신기해하면서 또 수업은 전전긍긍 한 주 한 주 해 나가던 중, '노인복지관'을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노인복지관마다 앞에 구립 OO노인종합복지관, 시립 OO노인종합복지관이라고 되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노인복지관이란 게 구립이 있고 시립도 있으니, 각 지역구마다 적어도 한 개씩은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내가 사는 성동구에도 노인복지관이 있는지 찾아보았더니, 있는 것이다. 마침 건강체조 강사를 모집 중이었다. 당연히 내겐 체조자격증은 없었지만, 이때의 나의 목표는 노인복지관진출이었기 때문에 세 번째로 이력서를 작성해서 또 지원해 보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노인복지관 강사로 도전할 때는 무경력자로 맨땅에 헤딩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런 시작이 있었기에 이제는 경력에 2줄을 채울 수 있었다. 사실 막상 어르신들 앞에서의 수업은 불안하게 이어가고 있었지만, S노인복지관 단전호흡강사, Y노인복지관 웰다잉강사, 이렇게 이력서에 경력을 기입하고 보니 얼마나 뿌듯하던지...ㅎㅎ 다행스럽게도 비대면 면접이었다. 그리고, 성동주민이라 그런지 또 덜컥 합격되었다. 만약 대면 면접이었다면 아마 안되었을 텐데, 이때가 대운이 들어오는 때여서 그런지 아무튼 확실히 운이 좋았던 거 같다. (10년 만에 오는 대운을 이런데 쓰다니 아깝긴 하다)
건강체조강사는 50분 수업이었고, 강당에서 진행하는 데, 음악이나 마이크를 사용한다는 것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3개월 하는 동안 몇몇 분이 소리 좀 크게 해 달라, 음악은 안트냐, 하시기도 했는데, 나는 정말 황송하게도 그냥 생목으로 음악 없이 건강체조를 진행했다. 쫓아내기 전까지는 버텨보자, 했는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노노케어 특화프로그램으로 명상요가도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까지 받았다.(?- -?)
나는 어릴 때부터 그다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냥 꽤 나쁜 편이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시절이었는데 '어깨동무'라는 어린이 잡지에 뻔한 퀴즈의 답을 보내면, 당첨자에게 크레파스등을 집으로 보내주는 이벤트에 그토록 오랫동안 보내도 단 한 번도 되지 않다가 딱 한번 당첨되어 집으로 크레파스가 배달 오기만 하면 받을 수 있었는데, 바로 우리 집이 이사하는 달이어서 영영 받지 못했다. 그런 나였기에 특화프로그램 제안은 어릴 때 못 받았던 크레파스를 이제야 받게 되는 그야말로 횡재 같은 것이었다. 특화프로그램은 일반 강사료보다 훨씬 많이 주기도 했지만, 그보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선정되었다는 얘기가 더 반가웠다.
사실 앞서 건강체조수업에 대해서 어떤 분이 수업이 너무 좋다는 말씀을 해주시기는 했다. 한 날은 체조수업을 마치고, 복지관을 나오는데 한 회원분께서 소감을 말씀해 주셨다. 마누라먼저 보내고 하나뿐인 딸 밖에 안 남아서 다른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딸에게 짐이 될까 봐 자신은 결코 치매 걸리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치매에 안 걸리기 위해서 복지관과 센터에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치매예방수업을 몇 개 듣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우리 노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유치하고 수준이 낮아서 앉아있으려면 자존심이 상하고 울화가 치민다, 그래도 혹시라도 단 1퍼센트 만이라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까 싶어 억지로 참고 다닌다는 말씀 끝에, 그러던 중에 선생님 체조수업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속상한 마음을 모두 날려버려 활기차고 너무 좋다고 해주신 것이다. 이때 나는 초보강사로서 아, 다행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속으로 이것이다! 내가 치매예방수업을 해봐야겠다,라고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 사회가 65세 이상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는데 치매예방은 꼭 필요한 것이고, 지금 하고 있는 단전호흡, 웰다잉, 건강체조 수업은 생초짜인 내가 진행하기에는 좀 버거운 과목들이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몇 군데나 다니는데도 만족할 만한 치매예방 수업이 없다고 하시는 그 답답함에 공감되어 뭔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감히!! 들기는 했다.
그래서 미안함을 무릅쓰고, 특화프로그램을 제안 주신 사회복지사에게 건강체조는 이번 한 분기만 하고, 다음 분기에는 치매예방수업으로 바꿔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치매예방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콘텐츠가 좋을지 실험해 봐야 했고, 강당에서의 건강체조는 기계치인 내가 생목으로 계속하기에도 너무 힘들었다.
내부 회의를 거쳐 다행히 뇌건강교실수업이 만들어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수학을 중심으로 하는 뇌건강교실을 진행해 보게 되었다.